[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안철수 펀드"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안철수 펀드"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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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3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10위 -

- ①당신의 ‘진심’을 돈으로 환산하라. ②정치인의 이름이 붙어 있는 ‘펀드’에 가입해 돈을 입금하라. ③이제 당신은 21세기 정치의 일원이 되었다.

- ‘안철수 펀드’가 모금을 시작했다. 목표액은 280억 원. 법정선거비용 560억 원의 절반이다. 안철수 후보에게 ‘투자’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환급받고 싶은 사람은 최하 만 원부터 자유롭게 금액을 납입할 수 있다.

- 이 돈은 안 후보의 대통령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쓰인다. 15% 이상을 득표하면 법정선거비용을 보전 받으므로 시중금리 수준으로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수 있다. 13일 10시부터 모금을 시작한 안철수 펀드는 2시간 만에 20억 원을 모았다고 한다.

- 금융회사에서 가입하는 일반적인 펀드와는 달리 정치인 펀드의 진짜 목적은 영리 추구에 있지 않다. 사실상 국민들에게 정치자금을 빌려 쓰는 것에 가깝다. 한국정치에서 이 발상을 가장 처음으로 보편화시킨 사람은 유시민 의원이었다.

-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유시민 펀드’를 만들었던 그는 사흘 만에 5300명의 지지자로부터 4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했고 선거 후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금액을 돌려줬다고 한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역시 법정선거비용 38억 원을 펀드를 통해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후보자 개인이 유권자 개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행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허나 정치인 펀드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후원회를 통한 후원금 모집을 금지하는 선거법의 취지에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따져볼 여지는 남는다.

- 정치인 펀드가 정당정치의 가치와 명분을 훼손,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이미지 정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해 봄직하다. 인기 많은 후보가 정치인 펀드라는 ‘팬덤’을 형성해서 선거에 나서는 문화가 보편화된다면 그 누가 정당의 밑바닥에서부터 정책을 짜고 경쟁을 통해 성장하려 하겠는가?

- 정치적 리더는 때때로 유권자들에게 쓴 소리를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은 후보-유권자가 채무자-채권자로 엮이는 정치인 펀드의 구조적 속성을 고려할 때 더욱 요원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21세기의 선거는 ‘정치적 리더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가장 유명한 팔로워(the most famous follower)’를 뽑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일까.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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