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배틀 ‘사망유희’의 황당 에피소드
토론배틀 ‘사망유희’의 황당 에피소드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1.2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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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표논객 진중권, 진보좌파의 ‘골룸’되나?

지난 11월 11일,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곰TV 스튜디오에서 'NLL의 진실은?' 이란 주제로 벌인 ‘사망유희’ 토론에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에게 판정패 했다. 토론 이후 진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변희재 대표가 팩트를 많이 준비했더군요. 오늘만은 그 친구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라며 패배를 깨끗이 시인하기도 했다.

이날 진중권 교수의 열세는 진보좌파진영의 논객 중 최고 ‘고수’로 꼽혀온 그의 자존심에 금을 가게 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서울대 미학과 11년 후배이며 30대 우파논객인 변희재 대표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386의 상징적 인물인 진 교수의 입지를 좁혔다는 평마저 있다.

1차전 NLL 토론, 2차전 안철수 검증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1월 18일에 벌어진 사망유희 토론회 2차전 결과도 진 교수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그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을 상대로 벌인 토론은 시종일관 감정싸움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 논란이 주제였던 이날 토론에서 진 교수는 황 소장이 안 후보의 BW 편법 발행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을 믿지 못하는 사람과 무슨 토론을 합니까”라고 응수했다. 검찰과 금감원 등에서 이미 수사가 끝났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권위에 호소하는(appeal to authority) 오류일 수 있다. ‘검찰과 금감원에서 그리 말했으니 틀림없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황장수 소장이 검찰과 금감원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이미 반론을 마친 상태였다는 점이다. 진중권 교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독창적 논리와 지식을 앞세워 반론을 펴는 대신 국가기관에서 판단했으니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시각은 이전 진 교수의 예전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2009년 포털 ‘야후’에서 주최한 변희재 대표와의 미네르바 관련 토론회에서는 “검찰은 포털을 협박하고 진보단체에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했다”며 검찰의 오류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주 토론에서도 진 교수는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straw man argument fallacy)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토론 상대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토론내용을 반박하는 대신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토론 중 도망’ 비난하던 진 교수, 이번엔 자신이 도망

최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가족의 부인과 딸이 ‘호화 유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해외에 집을 산 적이 없고 딸은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녔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황장수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안 후보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딸 등이 모두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세대주가 안철수라고 돼 있는 필라델피아의 호화 콘도 사진”이라며 “(콘도는) 월 렌트비만 5000달러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함께 토론 중이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황 소장의 판타지(소설) 잘 들었다”면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퇴장했다. 그는 지난 10월 29일에 자신의 트위터에 “김성욱인가 뭔가 하는 그 녀석, 내 앞에선 토론 중에 도망가지 않겠다고 각서 받아와. 싸가지 없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당시에는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사망유희 토론회 1차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고, 이에 진중권 교수는 김 대표가 지난 9월 TV조선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인 장성민 전 의원과 대담을 하던 도중에 퇴장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를 맹비난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딸의 유학생활과 관련한 황장수 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진 교수가 ‘내 딸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응수한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 토론을 하러 나왔으면서 안철수의 딸에 대한 부분으로 논의가 이어지자 ‘내 딸이 아니다’며 대응한 것은 뜬금이 없었다.

“안철수 딸이 내 딸인가?!”

‘사망유희’ 토론회 파장이 가져다 준 효과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안철수 딸의 유학생활과 관련된 검증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미 문화일보와 헤럴드경제는 관련 기사를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메인화면에 송고했고, 새누리당도 황장수 소장의 의혹 제기에 힘입어 성명을 내고 공세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야권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딸의 피부과 치료를 문제 삼은 사실과 97년,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군문제를 공격했던 것을 감안하면, 안철수 후보와 진중권 교수의 지지자들이 이 논란을 회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사망유희 토론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18일 밤 8시에 열린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회동조차도 네티즌들의 관심에서 묻히는 효과가 발생했다. 18일 밤부터 19일 오후까지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에는 황장수, 진중권, 사망유희 등이 상위를 차지하며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잠식시켰다.

진중권 교수의 활약(?)을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소설과 영화를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의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다. 인간, 엘프, 드워프, 호빗으로 구성된 반지원정대는 세계의 파멸을 노리는 ‘절대악’ 사우론의 힘의 원천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나선다.

‘반지의 제왕’의 결말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인 ‘운명의 산’에서 절대반지를 파괴한 인물은 주인공 프로도가 아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절대반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반지를 용암에 던지는 대신 자신의 손가락에 끼는 쪽을 택한다. 사우론의 힘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악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역시 절대반지에 유혹당한 뒤 스토리 초반부터 반지를 호시탐탐 노리던 괴물 ‘골룸’은 반지를 낀 채로 투명인간으로 변한 프로도에게 달려들어 그의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골룸은 반지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행복감에 정신이 몽롱해진 골룸은 자세를 잡지 못한 채 반지와 함께 용암 속으로 빠져들었다.

덕분에 절대반지는 운명의 산의 뜨거운 용암에 의해 녹아 없어졌고, 사우론도 최후를 맞이한 바 있다. 과연 진중권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골룸’ 역할을 하게 될까.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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