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부모파워 불량 학교 퇴출한다
美 학부모파워 불량 학교 퇴출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1.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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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부실 공립학교 문닫게 할 수 있는 미국
 

올 여름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상영된 영화가 있다. 제목은 ‘Won’t Back Down.’ 한국말로 ‘물러서지 않겠다’로 번역될 수 있는 이 영화는 부실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두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 재미는 피츠버그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 말리아가 학교에서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에 분개한다. 학교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교장과 교사, 그리고 교사노조의 반응은 냉담했다.

매일 아침이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딸을 억지로 스쿨버스에 태워보내며 해결책을 찾던 재미는 한 법을 알게 된다. ‘Parent Trigger’, 즉 ‘부모가 변화를 일으키라’는 법으로 학교 교육이 부실해 자녀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이 불량 교직원을 해고하고 학교까지 폐교시킬 수 있는 법이었다.

재미는 이 법을 이용하려면 과반수의 학부모 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또 다른 엄마 노나와 함께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나선다. 이 가운데 두 엄마는 교사노조 등의 협박에 직면하지만 굴하지 않고 나간다.

공교육을 향한 특단의 대책

미국 공교육 개혁의 상징인 미셀 리 전 워싱턴 DC 교육감이 직접 이 영화를 들고 민주, 공화 양당의 전당대회에 들고 가서 상영을 할 정도로 이 영화는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미국에서 부실 공립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부모들이 역할과 힘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Parent Trigger’법은 실제로 미국에 있는 법이다. 2010년 1월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채택됐고 지금은 7개주에서 법으로 마련됐으며 20개주에서 검토되고 있다.

골자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운영에 대한 힘을 주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자녀가 다니는 공립학교가 형편없이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학부모들이 교직원 일부 혹은 전체를 해고할 수 있고 자녀들이 다른 학교를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학교운영권을 민간회사에 넘겨주거나 학교까지 폐쇄할 수 있다. 단, 학부모 절반 이상이 서명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2개의 공립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이 법이 발동되려고 했지만 불발로 그쳤다.

이 법은 공립학교의 부실화 문제를 학부모들이 힘 있는 주체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에서 공립학교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다. 갤럽이 지난 8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립학교가 아이들에게 최상 혹은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미국인은 37%로 최저였다. 반면 사립학교는 78%, 차터스쿨 60%, 홈스쿨링 46% 순으로 높았다.

미국 청소년들의 과학, 수학 실력이 국제적으로 평균 이하가 된 지는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 발표한 ‘2009년국제협력평가(PISA)’에 따르면 미국 학생들은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읽기 14위, 과학 17위, 수학은 25위였다. 3년마다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실력을 평가하는 이 테스트에서 미국 학생들의 실력이 중하위권에서 맴돈 지는 오래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No Child Left Behind’,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Race to the Top’ 등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따라 교사 및 학교를 평가해 상벌을 주는 교육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이에 저항하고 있다. 지난 9월 시카고에서는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노조 소속 교사 2만6,000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공정한 계약(Fair Contract)’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약 35만명의 시카고 어린이들이 1주일 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다.

예상됐던 교사들의 저항

시카고 교사노조가 이런 파행을 무릅쓰고 25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한 이유는 그동안 시카고 시와 진행해온 고용계약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핵심 쟁점은 교사평가제였다.

렘 이매누엘 시카고 시장은 학생시험성적이 교사 평가기준이 돼야 하고 그 반영비율을 40%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생성적을 교사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교육 내용이 시험점수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학생들의 시험점수가 오르지 않는 것을 교사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가난, 결손가정 등의 이유로 시험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있다며 이를 교사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미국에서 교사평가기준은 근무연수, 새롭게 이수한 학위나 자격증 등을 보는 교장의 간단한 체크리스트였다. 그러나 교사의 자질이 학생들의 성공에 열쇠라는 증거가 커지면서 정치권과 교육정책가들은 학생들의 시험점수가 교사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결국 공립학교 교사들은 임금을 향후 3년 동안 5% 인상한다는 합의 하에 학생성적을 교사평가의 한 척도로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반영 비율을 향후 2년 동안은 25%, 3년째는 30%로 증가시키기로 했다.

당시 파업은 교사들이 학생들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대책 없이 학교를 뛰쳐나온 교사들을 반대하는 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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