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공룡, 인도를 가다
제3의 공룡, 인도를 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1.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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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델리 국제학술회의 참가기

송 대 성 편집위원. 세종연구소 소장 

필자는 지난 11월 1∼2일 인도 델리에 위치하고 있는 세계적 저명연구소 USI(United Service Institution of India)가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했다.

본 학술회의 주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무역, 상업 그리고 안보의 도전(Trade, Commerce and Security Challenge in the Asia-Pacific Region)’이었다. 세미나 사회 및 논문 발표 그리고 이틀간 문화 탐방 등을 통해 보고 느낀 인상적인 일들을 정리해본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인도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단순한 한 국제학술회의라기보다는 10여년 이상 고도 경제성장을 해 오고 있는 인구 12억 인도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대국으로 부상함을 과시한 하나의 행사였다. 초청된 나라들은 한국, 중국, 독일, 러시아, 일본, 호주, 대만, 싱가포르, 말레시아, 베트남, 주최국 인도 등이었다.

그리고 행사 내내 인도 외무부 및 국방부 고급 관료들과 고급 장교들이 비상한 관심들을 갖고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면서 소위 공공외교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회의 및 회의 후 문화 탐방 등을 통해 인도의 저력 홍보에 지성의 노력이 있었다. 지구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대륙공룡과 해양공룡 사이에 또 한 마리 큰 공룡이 인도 땅에 꿈틀대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우려

회의 내내 감싸고 있었던 큰 분위기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였다. 중국경제의 급성장으로 초래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중국 간 교류와 협력증진은 지역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변수임을 인정을 하면서도 중국의 비이성적 패권 행사에 깊이 우려했다.

인도의 학자들 및 참석한 다른 나라 학자들의 중국에 대한 우려는 첫째, 중국의 급성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 주도권 경쟁이란 방향을 선택한 중국의 국가전략이 문제이며 둘째, 중국이 경제성장 및 G2에 걸맞는 세계이성(World Reason 혹은 Universal Value)의 미흡이 문제라는 인식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의 급성장은 인접국가들에 대한 오만함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극명한 예가 지난 4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에 대한 무력 협박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관련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군사력 관련 자료들에 대한 투명성과 신빙성이 없어 주변국들로부터 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불신으로 인해 중국이 주장하는 방어력을 위한 군사력 증강이라는 중국 주장은 신뢰를 상실한 가운데 역내 국가 특히 일본과 한국의 대중국 군비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비합리적 보호는 북한정권의 진정한 변화를 가로막는, 북한의 비핵화를 가로막는, 북한의 대남도발을 계속케 하는 부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회의 구성 자체가 중국대표들을 초청은 했지만 발표자나 토론자들로 초청을 한 것이 아니고 인도주재 중국무관(蔡平 少將) 등을 방청객으로 초청을 한 반면 대만 인사들은 무려 5∼6명이 초청돼 여러 명이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불만을 품은 주인도 중국무관은 첫날 회의 후 만찬석상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불만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 그 불만 표출로 자기 부하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술 가져오라"고 호령을 치는 무례함을 보여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각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對中 입장

이틀에 걸친 국제회의 주 논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경제 발전, 군사력 현대화 그리고 평화와 안정’이었다. 많은 토론과 논란들이 있었는데 주로 중국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종전의 '기본방위력 개념(basic defense force concept)'에서 '역동적인 방위력 개념(dynamic defense force concept)'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중국 간 치열한 군비경쟁을 초래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은 현재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및 한국과 더욱 가열된 군비 증강을 부추기는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긴장 고조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미군을 계속 주둔케 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 계속되고 있는 긴장과 북한 무력 도발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극히 부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한국에게는 큰 위협적 요소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비합리적 북한 비호 때문이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과 주한미군은 사실상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방어적인 군사력이다. 북한은 동북아에 존속하고 있는 화약고이며, 남북한 통일은 동북아에서 화약고 제거를 의미한다. 북한의 군사제일주의(선군정치)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는 주원인이며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합리적 변화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아세안(ASEAN)국가들 간 교류와 협력의 증대는 동남아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세계이성 결핍과 중국의 인접국들에 대한 패권주의적 태도 때문에 동남아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대외정책은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경쟁의 국면을 조성하면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변수가 되고, 화해와 협조의 국면을 조성하면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변수가 된다. 중국이 현재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해군력 및 항공우주력 경쟁은 미래에 미국과 큰 갈등의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전통적인 동맹국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과의 네트워크 강화는 중국의 태도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될 수 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진정으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면 그 네트워크는 약화될 것이고, 중국이 패권주의를 행사한다든가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진정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네트워크는 점점 더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세계 속에서 미국의 국가이익과 역할은 미국의 국가이익이 내재하는 나라가 비대칭적인 군사력의 약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군사력 지원"이라는 세계전략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큰 의미가 있으며 그 극명한 예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다.

인도의 첨단병기생산기술의 발전과 우주력 경쟁 진입은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새로운 공룡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대륙공룡과 해양공룡 사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역내에 갈등을 확산케 할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변수가 된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개발 경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대단히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대만과 일본의 충돌, 한국에 대한 뜨거운 환영

본 회의에서 또 다른 인상적이었던 일은 대만학자 및 전문가들이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釣魚臺列島)가 본래 대만 및 중국 것이었다고 조목조목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일본을 공격 비난하는 장면이었다.

일본은 일본대로 일본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중국 및 대만을 비난하고 각자 자국의 국익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과 함께 서로 대화도 하지 않았다. 양측 다 한국인인 나에게 와서 서로 친교의 태도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의 한 학자는 노골적으로 ‘왜 일본과 인도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져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를 발표문 제목으로 잡아 인도와 일본 친교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은 인도의 답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인도에 대한 구애 요청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러나 인도의 학자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표하지는 않았다. 필자는 “일본이 인도에 대한 구애를 하기 이전에 지난날 역사 속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잘못된 행위들에 대한 반성과 세계이성에 접근하는 일본인이 돼야만 생각이 깊은 인도인들의 답을 얻을 수 있다”라면서 일본의 역사적 참회와 세계이성 접근을 촉구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 한 가지 특이한 분위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필자에게 대단한 친절과 환영을 표하는 분위기였다. 도착하는 날 공항에 밤 한시가 거의 됐는데도 한 육군 대령을 비롯한 공군 사병 3명 등이 영접을 하는가 하면, 그 육군 대령은 특별차량을 준비해 행사기간 내내 필자의 특별 안내를 맡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어느 학자나 전문가에게도 이러한 호의를 베풀지는 않았다.

필자가 사회를 본 첫 세션에서는 타국에서 온 발표자나 토론자보다 필자에게 더 많은 질문들을 하기도 했고, 필자의 논문 발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견해와 동감", "당신의 주장에 인상 깊다", "한국에 가보고 싶다", "앞으로 한국과 인도가 친교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출줄 아느냐?" 등 많은 관심과 호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지난날 어려운 역사를 잘 극복하고 세계 속에서 지금 기상 높게 전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윤회관(輪回觀)을 믿고 사는 삶과 사회문화 현장

회의 전후 총 4곳의 명소들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부분적 문화 탐방 및 이틀간의 학술회의를 통해 인도문화와 인도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극히 피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생소한 인도 방문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점들은 다음과 같다.

회의 시작 전 방문한 명소는 쿠토미날(Qutub Minar)이라는 1199년 무슬림왕에 의해 건축된 72.5m 높이의 탑과 기도 장소가 있는 곳과 근래에 대리석으로 아름다운 연꽃 모양으로 건축된 연꽃 절간(Lotus Temple)이라는 두 곳이었다. 두 곳 다 주제는 기도와 명상이었다. 인도인들은 기도와 명상을 통해 계속 영혼의 세계에서 더 많은 행복을 찾는 국민들이라고 할까.

회의가 끝나고 방문한 곳은 데일리에서 3시간 반을 달려간 아그라(Agra)라는 곳에 모굴왕이 2만여 명을 동원, 1632-53년의 21년 동안 자기 아내와 후궁을 위해 지었다는 세계적으로 아름답고 진기한 건축물이었다. 그리고 다른 곳은 1656년에 사자한(Shah Jahan)이란 모굴왕이 지은 자마 마스지(Jama Masjid)라는 기도 장소였다.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走馬看山) 같은 구경을 하면서 12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 땅에는 신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인간 삶을 너무 심하게 얽어매 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 관광보다는 오가는 길 혹은 머무는 곳에서 인도인들의 삶을 보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사람들, 짐을 실은 노새들,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소떼, 개, 인력거 비슷한 소형차, 자동차, 트럭 등이 함께 어우러져 어디론가 피난 행렬처럼 물결을 지어 오가고 있는 모습들!

북새통을 이루는 교통체증 속에 동물, 차량과 함께 개미떼처럼 무리지어 걸어가고 있는 인도인들은 누가 거지고 누가 돈 많은 사람인지, 더러운 신발을 신은 자와 발찌를 끼고 신발을 벗은 자와 구분도 애매하다. 먼지와 소음 속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어느 누구도 신경질 내지 않고 그저 담담히 웃으면서 살고 있다.

인도, G3를 꿈꾸다

길가에는 옛날 전쟁 때 피난민들이 살았던 판자집 같은 집들이 즐비해 있다. 그 판자집 내에는 먼지를 뽀얗게 둘러쓴 과자나 사탕 등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고 새까맣게 그을리고 바짝 마른 주인이 어둠속에 앉아 있다. 인도 여자들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또렷해 예쁘다. 그러나 얼굴에서 조금 내려오면 몸매는 대부분 절구통과 같이 뚱뚱하며 비단 천으로 그 뚱뚱한 허리를 칭칭 감고 맨발 혹은 샌들을 신고 다닌다.

인도의 하늘은 무척 먼지가 많아 대낮에 공중에 떠 있는 태양이 꼭 감홍시 색깔 달처럼 발갛게 보인다. 도시를 끼고 지나가는 강물은 마치 연탄가루를 풀어놓은 것 같이 시커먼 색깔이다. 그 시커먼 강물 옆에는 빨래를 말리고 있다. 그러나 데일리와 아그라 사이 근년에 건설해 놓은 넓고 시원한 고속도로는 거의 3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가로지르고 있는 큰 평원이 전개되고 있었다.

곳곳에 나무가 심어지고 아름다운 자연공원으로 변모되고 있다. 인도대륙에 큰 빛이 쏟아지고 있고 인도는 새로운 공룡으로 태어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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