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카바수술 금지"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카바수술 금지"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3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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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30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7위 -

- 카바(CARVAR)수술은 심장수술의 일종이다. 심장판막이 손상된 환자를 수술할 때 보통은 인공판막을 이식시켜 기존의 판막 역할을 대체시킨다.

- 그런데 몸속으로 들어간 인공판막은 혈액을 뭉치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인공판막 이식환자는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 199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송명근 교수는 인공판막 비용만으로도 4~500만 원이 드는 기존의 수술법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 대동맥 판막환자의 심장박동 동영상을 컴퓨터로 수백 차례 분석한 결과, 송 교수는 판막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부위를 잡아줄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인공판막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도살장에서 돼지 심장을 사와 자신이 직접 개발한 판막기능 보조 장치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 카바수술이란 송 교수가 개발한 카바링(Rootcon)을 가지고 판막수술을 하는 시술법을 지칭한다. 그의 ‘신제품’은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특허를 받았고 이탈리아·브라질·멕시코 등에서 그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미국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은 수술법을 전수해달라고 제의했고 캐나다의 한 의료기기 회사는 그의 제품을 베껴서 복사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송 교수는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뉴하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 하지만 카바수술의 커다란 성공은 첨예한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기존 판막수술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뒤 “15명이 숨지고 202명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2009년 6월 보건복지부는 카바수술에 대한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내렸다. 3년간 한시적으로 환자 자비부담의 카바수술을 허용하되 건강보험 적용대상 승인여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가 그나마 카바수술의 마지막 봄날이었다.

-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이 ‘카바수술 금지’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이유는 보건부가 11월 30일부로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바수술은 12월 1일부터 시술이 금지된다. 장재혁 건강보험정책관은 “그동안 검증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으나 3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안전성·유효성 검증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흥미로운 것은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카바수술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고시가) 계속 유지될 경우 카바 시술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될 소지가 있어 고시를 폐지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 ‘조건부 비급여’ 고시의 폐지가 국내에서의 ‘카바수술 금지’를 의미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결국 복지부는 카바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논란을 ‘덮어버리는’ 쪽을 선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 카바수술의 ‘원작자’인 송명근 교수는 국내에서 더 이상 카바수술을 시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해외진출에 더욱 매진할 의사를 천명했다. 그의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애써 신기술을 개발한 쪽이 도리어 ‘가해자’ 취급을 받고 쫓겨나는 것처럼 보이게 된 측면도 있다.

- 정답 없이 끝나버린 카바수술 논란은 정해진 치료를 정해진 방식에 따라 정해진 가격에 시행하도록 강요하는 한국의 의료현실이 야기한 구조적 실패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혁신의 시도를 ‘배척’하는 것을 넘어서 ‘두려워’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에선 사회주의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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