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주공이 압구정 현대보다 비싸다고?
개포 주공이 압구정 현대보다 비싸다고?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2.0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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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년의 줌인 부동산] 재건축과 대지 지분의 함수관계

12월 2일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재건축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개포주공아파트 1단지 50m²(공급면적)은 이날 7억1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3.3m²당 가격을 계산하면 4686만원이다. 한편 대한민국 최고 부촌 압구정동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구현대 3차 109m²(공급면적)의 급매물 호가는 9억원이다. 3.3m²당 2724만원인 셈이다.

액면상으로만 놓고 보면, 같은 강남구 내에서도 개포동의 가치가 압구정동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3.3m²당 가격에서 그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통상적으로 주거환경의 가치는 △ 업무지역(직장) 접근성 △ 대중교통 △ 학군 △ 편의시설 등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각광받고 있는 한강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구 압구정동은 대한민국 최고의 주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남쪽에 위치한 개포동에 비해 압구정동의 가치가 더 높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포주공 1단지의 3.3m²당 가격이 압구정 구현대 3차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바로 ‘대지지분’ 때문이다. 대지지분이란 해당 아파트 전체 단지의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눠 등기부에 표시되는 면적을 뜻한다. 즉 집주인이 건물을 제외하고 해당 단지 내에서 토지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대지지분에 추가분담금 ↓

1980년대 초반에 건설된 주공아파트들 중에는 용적률이 낮은 5층짜리 저층아파트들이 많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의 비율이며, 건축물에 의한 토지 이용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대지지분과도 직결된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를 비롯해 송파구의 가락시영,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低용적률-低층 아파트들은 단지 내 가구 수가 고층 아파트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공급면적에 비해 대지지분이 넓다. 예컨대 앞에서 소개한 개포주공 1단지 50m²의 대지지분은 71m2다.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에서는 재건축 이전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집주인들이 ‘조합원’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이 새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건축비를 부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추가분담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지지분이 많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경우 추가분담금이 최소화되거나 거의 필요하지 않은 때도 있다. 넓은 대지를 활용해서 재건축 이전에 비해 가구수를 늘리는 ‘일반분양’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재건축 이전에 5000세대 규모였던 저층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30층대 고층 단지로 탈바꿈하면, 2000~3000세대 가량의 신축 주택으로 건설됨으로써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들이 신규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이 신규 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건축비는 감소하며 때에 따라서는 조합원들이 남는 비용을 환급받는 경우도 있다.

현재 재건축조합 측의 추산에 따르면, 호가 7억1000만원인 개포주공 1단지 50m²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 재건축 이후 추가부담금 없이 110m²대의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포주공의 m²당 가격이 압구정동에 비해 비싼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건축 이후 시세는?

그렇다면 개포주공 1단지와 압구정 구현대 3차의 재건축 이후 예상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개포동 인근에 위치한 도곡동 및 대치동 신축 아파트들의 시세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개포주공 1단지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도곡렉슬 아파트는 2006년 1월에 완공됐으며 110m²가 현재 10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따라서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이 완료되고 부동산 시장 상황이 현재와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신축 아파트라는 프리미엄과 대단지(재건축 후 8000세대 규모가 예상됨)의 효용성을 감안할 때 도곡렉슬에 근소하게 앞서는 11억원대의 실거래가가 예상된다.

압구정 구현대 3차의 경우 재건축이 완료된다면 인근에 위치한 한강변 아파트인 청담자이의 가격에 수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22일 현재 청담자이 120m²의 호가는 한강조망권이 확보된 물건의 경우 15억원을 넘나든다.

따라서 압구정 구현대 3차도 재건축 후엔 15억원 또는 그 이상의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구현대 3차의 경우는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적기 때문에 개포주공 1단지와는 달리 같은 면적으로 수평이동을 하더라도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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