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이정희"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이정희"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2.0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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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5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2위 -

- 지지율 0.8%의 후보가 지지율 48.9%의 후보에게 “(당신을) 떨어트리려 출마했다”고 말하면, 그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일까 아닐까.

- 시작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이 4일 밤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당초 이 토론은 지지율 1위를 두고 경합중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격돌하는 ‘검증의 장’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에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 하지만 토론이 끝난 직후부터 하루가 흘러 오후 2시가 될 때까지 한국인들은 기호 3번 이정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첫 TV토론이 이정희로 인해 ‘방송사고’ 수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차기 대통령을 검증하는 자리로 보이지는 않았다. 존재 자체가 ‘네거티브’인 토론회였다.

- 이정희가 속한 통합진보당은 이미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 이성을 가진 21세기의 한국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장거리로켓을 나로호와 견주는 종북(從北)적 궤변을 늘어놓으며 많은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황당함은 통합진보당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그런 정당이 국회에서 5석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군소 후보로 분류되는 강지원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정희(JTBC‧리얼미터 12월 5일 발표결과)가 통진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유력후보들과 함께 토론회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문제다.

- ‘잃을 게 없는’ 이정희는 토론 내내 깎아내리기를 시도했다. 어찌나 기세가 넘쳤던지 가운데 앉아 있던 기호 2번 문재인 후보가 ‘사회자’와 혼동될 정도였다. 상황이 이쯤 되면 논의의 질도 전체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보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①네거티브에 네거티브로 대응하기 ②동어반복하기.

- 이 토론회를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은 다르지만 모든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춘 훌륭한 분”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YES가 아니라면 우리는 선거법 개정을 고민하거나 대선후보 TV토론을 ‘18세 이상 시청가능’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 토론회 종료 직후 중앙일보는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들에게 ‘누가 TV토론을 가장 잘했는가’를 물었다. 가장 많은 36.0%의 응답자가 박근혜 후보를 지목했지만 이정희 후보를 지목한 비중도 19.2%나 됐다. 실제 지지율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 만약 4일 밤의 TV토론이 ‘기억에 남은 이유’를 물었다면 이정희의 비중은 더욱 컸을 것이다. 오늘 오후 2시 대한민국은 ‘이정희’를 검색했지만, 그것은 그녀가 보여준 방송사고 수준의 행각을 복기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12월 4일,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회는 ‘지성의 실종’을 제외한 어떤 의미도 남기지 못했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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