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철의 여인’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철의 여인’이 필요하다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2.12.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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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에서 조명하는 여성 리더십

18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후보들의 선거전이 한창이다. 언론에서는 유력 두 정당의 후보가 맞붙은 양강 대결 구도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 비해 눈에 띄는 점은 그 중에 한 명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들러리가 아니라 당선 가능성도 있단다. 격세지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국회의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대중문화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몇 해 전에 이미 ‘여성 대통령’을 다룬 드라마가 나왔을 정도니 대중문화가 현실 정치보다 앞서간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2010년 SBS TV에서 방송한 <대물>이 그 드라마인데, 박인권의 동명만화를 TV에 옮긴 작품이다. 전직 아나운서 서혜림(고현정)이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후, 도지사를 거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드라마는 화제 속에 방송됐지만 여러 가지 논란도 낳았다. 현실 정치 상황을 다소 무리하게 풍자하고 이전 정권인 노무현 정부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식의 비판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여성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의미는 작지 않았다. 극중에서 여성 대통령 서혜림이 국내외적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이제껏 수동적이기만 했던 기존 TV 드라마의 여성보다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대물·선덕여왕… 시대를 앞서가다

물론 그 중심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서혜림과 그를 연기한 고현정이 있었다. 고현정이 연기한 여성 대통령이 힘을 받은 것은 그의 전작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지도자의 아이콘처럼 된 것은 2009년 방송한 MBC TV <선덕여왕>의 미실 역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요원)과 미실이 신라의 왕좌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그린 작품. 결과는 당연히 선덕여왕의 몫이었다.

선덕여왕이 누구인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 무장 김유신을 중용함으로써 군사력으로 외세에 맞서는가 하면 외교술을 발휘해 당시 삼국의 세력균형을 이뤄낸 인물이다. 삼국사기에서 ‘용봉(龍鳳)의 자태와 천일(天日)의 위엄을 지녔다’라고 평한 것처럼 여성 지도자의 ‘롤모델’을 만든 셈이다.

이전만 해도 우리 드라마 속 여성들은 소위 ‘신데렐라 스토리’라 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MBC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의 백화점 점원 이진주(신애라)가 이런 역할의 원조 격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밝고 착하게 살아가다 재벌 2세 강풍호(차인표)를 만나 사랑함으로써 신분 상승을 이룩하는 스토리. 이후 여성 캐릭터는 역경을 딛고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하는 ‘캔디형’으로 진화하지만, 여전히 그녀 옆을 든든히 지키는 남자의 도움은 필수다.

MBC <별은 내 가슴에>(1997)의 패션 디자이너 이연이(최진실)나 SBS <유리구두>(2002)의 김윤희(김현주)가 그런 예들. 비슷한 종류의 여자 주인공들은 이후에도 우리 드라마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온전히 본인의 능력과 성품만으로 시대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 대통령 서혜림과 선덕여왕이 우리 대중문화에서 주목 받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의미가 있다. 리더로서 여성의 역할과 능력이 필요해지는 현실을 앞서 반영한 셈이다.

여성 지도자 사회의 한 축으로 등장

실제로 최근 통계를 보면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이제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506명 가운데 여성이 211명(41.7%)으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국회에 진출하는 여성도 꾸준히 늘어 19대 총선에선 46명으로 15.7%까지 늘어났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뿐만 아니라 여성 후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등 4명이나 된다. 등록한 7명의 후보 중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했으니 우리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명실상부하게 중요한 축을 형성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대처 총리 같은 여성 지도자를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는 공기업 민영화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난제를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영국의 ‘복지병’을 해결한 주인공이다. 11년이라는 최장기 재임기간은 영국 국민들이 그에게 보내는 지지가 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가렛 대처가 영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면 올초 개봉한 영화 <철의 여인>을 보면 된다. 영화는 총리에서 퇴임한 후 가벼운 치매 증상으로 요양 치료를 받는 대처가 과거의 중요한 순간순간을 회상하며 돌아보는 형식이다. 영국을 바로 세우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동시에 남편에게 소홀했던 인간적인 고뇌가 그려졌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대처는 ‘대처보다 더 대처다웠다’는 평가. 영화를 보면 아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지 모르겠다. 우리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포퓰리즘 병’을 치료할 ‘철의 여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정치인들의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대중의 기분만 묻는다는 겁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묻지 않고요.” 영국을 위해 신념을 굽히지 않은 대처가 영화에서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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