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아라 전교조!” vs “수호한다 전교조!”
“문 닫아라 전교조!” vs “수호한다 전교조!”
  • 이원우
  • 승인 2012.12.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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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문용린 對 이수호’ 양강 구도로

전교조와 反전교조 싸움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지난 11월 25-26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속속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26일 저녁에는 투표용지 게재순서 추첨을 완료했다. 확정된 순서는 이상면-문용린-최명복-이수호-남승희 후보 순이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12월 19일에 함께 치러진다.

단일화 노력에도 보수후보 또 다시 난립

한편 이번 재선거에서 또다시 불거진 것은 보수 후보들의 난립 문제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진영 전체가 65%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고서도 무려 6명의 후보가 표를 분산해 가져가면서 진보진영 곽노현 단일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재현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향의 후보가 또다시 당선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보수진영은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9월 13일 약 6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를 출범시킨 것이 그 시작이었다.

9월 27일 곽노현 前 교육감의 유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단일화 작업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10월 5일 50여명으로 구성된 원로회의는 단일화 평가기준, 절차 및 일정을 정하고 소위원회인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10월 16일과 17일에는 중앙일보‧동아일보 등에 ‘좋은교육감’ 후보를 공모하는 광고 게재, 19일에는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후보단일화 설명회’를 개최하고 평가기준, 절차 및 후보신청 마감일을 포함한 단일화 일정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10월 24일 예비후보 신청을 마감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는 30일 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서울 교육 VISION 발표회’를 가졌으며 이 행사에는 총 7명의 예비후보가 참여했다. 이 중 3명을 ‘우선평가후보’로 선출한 후보추천위원회는 11월 2일, 공개투표를 거쳐 문용린 후보를 최종 단일후보로 추대, 원로회의의 인증을 받게 됐다.

문용린 후보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세종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개발원 도덕교육연구실 실장을 거쳐 교육부 장관을 지낸 ‘교육통’이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계에서 보낸 문 후보는 올해 8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임을 한 뒤부터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교육공약 수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보수 단일후보 예비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은 중량감 있는 인사의 참여로 인해 단일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하지만 단일화의 긴 과정을 거친 뒤 문 후보가 추대됐음에도 불구하고 타 후보들의 독자출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문 후보를 제외한 보수성향의 후보 셋은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의 단일화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룰과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들은 현재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상면 후보는 “정치에 볼모로 잡혀 무너진 교육을 법치로 세우는 법치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 간에 소크라테스식 문답이 오가는 수업을 도입하는 것과 학교안전 강화를 위해 무술 유단자를 ‘학교 안전 지킴이’로 채용하는 방안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출신인 최명복 후보는 “교육감이 되면 진보·보수의 정치 논리가 횡행하는 현실을 바꿔 교육을 탈(脫)정치화, 탈이념화하겠다”고 밝혔다. 예체능 거점학교 운영과 고교 무상교육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보수진영 단일화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 관여하지 않고 끝까지 단독 후보로 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유일한 여성후보인 남승희 후보는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출마했다. 그녀는 “교육의 중립성을 실현하고, 엄마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하며 공교육 정상화, 고구려 문화권으로 수학여행지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교조 vs 反교조의 가치대결로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 세 사람은 전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문용린 후보를 더하면 총 네 명의 보수 후보가 단 한 명의 진보성향 후보인 이수호 후보와 맞붙는 셈이다.

진보단일 이수호 후보는 “곽노현 前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계승‧발전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온 ‘전교조인’이다.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다가 해직된 뒤 2001~2002년 전교조 위원장, 2004~2005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해직 9년만인 1998년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복직해 2001년에는 전교조 9대 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04년부터는 민주노총 제4기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거쳐 현재에는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그의 공약은 구속된 곽 교육감의 노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1순위 공약은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와 ‘모든 학교의 혁신 추진’이다. 현행 61개교인 혁신학교를 100개교로 늘리는 한편, ‘학교혁신지원센터’(가칭)을 설립해 혁신학교의 성과를 다른 학교로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밖에 교사들의 전문성 함양지원, 공립유치원 증설과 학급당 원아 20명 이하로 축소, 무상급식을 유치원‧고교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보다는 정계에서 훨씬 더 오랜 경력을 쌓아온 이수호 후보는 교육가보다는 운동가로서의 면모가 더욱 돋보인다는 점에서 교육의 탈(脫)정치화를 바라는 서울시민들의 지향점과 어긋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결국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진보단일 후보 이수호와 보수단일 후보로 추대된 문용린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문용린 후보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남녀 유권자 628명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문 후보는 30.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5.5%를 기록한 이수호 후보를 압도했다.

문용린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탈(脫)정치에 대한 지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교육의 기본 회복”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도덕교육과 인성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교육의 기본확립을 통해 학교의 본질적 가치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 후보가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부터 강조해오던 ‘행복교육’의 연장으로 읽히는 동시에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전교조와 反전교조 진영의 가치대결로 확전시키는 양상을 유도하고 있다.

문 후보는 또한 현행의 대규모 학교를 소규모로 바꾸는 학교체제 개혁을 약속했다. 작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학교 역시 작아질 때 관료제의 폐해가 줄어들고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정약용(정직‧약속‧용서) 프로젝트’를 가동해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게 하고 도덕‧인성 강화를 위해 초등학교 ‘독서전용시간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교육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문 후보는 ‘교사의 긍지와 보람 회복’ 역시 주요 공약으로 들고 있다. 학습권 침해는 물론 교권침해를 없애 스승과 제자가 상호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는 골자다.

교육감 재선거가 ‘미니 대선’인 이유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이 채우지 못한 1년 반의 임기 동안만 활동한 뒤 2014년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에게 역할을 물려주게 된다. 즉,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은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 동안 교육의 ‘철학’을 계승해야 하는 교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미니 대선’,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내년에 새로 들어설 정부의 초기에 힘을 실어주고 새 정부의 가치를 교육계로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유력 대선후보와의 ‘궁합’은 교육감 재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표심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은 문용린 후보다. 그는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특별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으며 교육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다가 교육감 후보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의 캠프 참여 경력을 두고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당원으로서 활동을 한 것이 아닌 민간 참여 개념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

또한 이미 전교조를 위시한 진보세력의 정치공세로 인해 교육감 재선거가 ‘보수 vs 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자신의 가치관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후보는 누구도 없다고 보는 쪽이 현실적이다. 다만 이미 상당 부분 정치화(化)된 교육현장에서 정치색을 가장 효율적으로 탈색시킬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유권자들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남아 있는 일정 동안 문용린 후보의 관건은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들의 이름 석 자를 제외한 어떤 정보도 투표용지에 기재되지 않는다. 추첨을 통해 용지에 기재되는 순서(이상면-문용린-최명복-이수호-남승희)를 정하긴 했지만 이 중에서 누가 단일화 과정을 거쳐 추대된 보수후보인지를 알 방법은 없다. 따라서 투표일 직전까지 이름을 알리고 反전교조 노선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활동이 요청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인 11월 27일, 문용린 후보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나라사랑을 가르치겠다”고 밝힌 문 후보의 행보는 전교조식 정치가 난무하는 교육현장에 일관된 철학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한편 같은 날 이수호 후보는 강서구 외발산동에 위치한 서울 친환경유통센터를 방문해 먹거리 안전성 검사시스템을 둘러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현장을 살펴봄으로써 곽노현, 나아가 전교조에 대한 계승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보수‧진보 진영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두 사람의 첫 일정만 대조해 봐도 가치관의 차이는 명백해진다. 12월 19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날인 동시에 서울시 교육의 새로운 철학이 탄생하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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