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모두를 품는 리더십을 기다린다
南北 모두를 품는 리더십을 기다린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2.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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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성별 아닌 능력으로 평가 받는 지도자 나오길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꿈을 일기로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축구단을 만들겠다고 썼다.

축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TV에 나오는 축구단엔 왜 남자만 있는지 의아했고 일종의 남자만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물론 선생님이 일기장 끝머리에 “여자 축구단은 이미 있단다”라는 코멘트를 달아주시는 바람에 머쓱하게 혼자 웃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짜 남자만의 영역은 따로 있었다.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손들고 “대통령이 될래요”하는 애들 치고 여자는 없었다. 당돌한 남자아이들이나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약 20년이 지난 지금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한계조차 뛰어넘는 일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선이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후보 중 한명으로 여성이 등장했고 그 여성은 막판 선거를 앞두고 종횡무진하며 뛰고 있다.

'여성 리더'에 대한 거부감 거의 사라져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의미는 아마도 흑인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와 같은 정도의 사회적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바마가 처음 대선 후보로 등장했을 때만해도 그가 흑인인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런데 얼마 전 오바마가 두 번째 대선을 치를 때에는 더 이상 흑인인 것이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의 정책이 조명 받을 뿐이었다. 그의 정책에 유권자들은 신뢰를 보내줬다. 흑인이라는 인종적 요소보다는 오바마라는 사람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 것이 흑인 대통령이 미국사회에 끼친 영향력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아직도 혼재한 한국사회에서 처음 박근혜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회자되기 시작될 무렵 나도 그렇고 대다수 사람들은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뒀다.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에 상상력이 필요했고 우려심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맡은 자리에서 차근차근 여성 박근혜가 아닌 지도자 박근혜의 모습을 쌓아갔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문구용 칼에 베어 얼굴에 심한 상처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에게 선거 판세를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던 사건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야권에서 치열하게 물고 늘어졌던 문제들이 박근혜의 과거사문제임을 볼 때 이제는 ‘그’가 아닌 ‘그녀’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잠재의식이 생겨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한국사회에 여성해방이라는 돌파구로서의 가능성을 지닐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여성해방이란 페미니스트적인 무거운 담론을 이야기 하거나 여성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남녀평등이 외쳐지고 있는 시대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차별이 많기 때문에 차별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부모님은 남녀차별이 없으셔서 내가 꿈을 위해 오래 공부하는 것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지만 주변 분들은 여자가 그렇게 공부 많이 해서 뭐하느냐고 대충 취업해서 시집 잘 가라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종종 하곤 했다.

생각해서 하는 말씀들이었겠지만 내심 서운한건 어쩔 수 없었다. 어디 이뿐이랴. 주위 친구들로부터 불합리한 차별이야기 한 가지씩 듣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론 여성은 결혼 후 양육과 가사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제한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 문제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제한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만이라도 바뀌게 된다면 이후 사회적 구조나 제도의 해법은 뒤따르게 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인식이 바뀌는 측면에 있어서 만큼은 사회 내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 깨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우리에겐 '품을 수 있는 리더십' 필요해

나의 꿈은 향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교회에서 한 탈북자의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를 들으며 충격과 더불어 눈물을 훔치던 그때부터 나의 꿈은 시작됐다. “하나님, 언제까지입니까!” 라며 울음을 토해내던 그 탈북자의 한 마디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오롯이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같은 언어를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38선 너머에 존재하고 있고, 상상 그 이상의 압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래서 통일정책입안자가 되기 위해 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여러 차례 낙방했고, 결국 진실성을 지닌 말로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인다는 주변의 칭찬을 참고로 중학교 때의 꿈이었던 아나운서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민간 대북방송 자유조선방송.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일터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라디오를 통한 나의 목소리로 외부소식,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기본적 권리, 북한 당국의 잘못된 죄악, 한 가닥의 희망과 위로를 전해 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 또 같은 꿈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런데 요즘 일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북한체제가 심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의 비리와 악행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문제는 경제난이 극에 달했고 북한 주민들의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체제가 언제 붕괴 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어느날 갑자기 현실이 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필요한 많은 리더십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품을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통합’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굳이 ‘품다’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이 말의 뉘앙스 차이 때문이다. 북한 내 처벌 받아야 할 수많은 간부, 군인, 경제적 격차 문제, 토지문제, 문화적 차이 등 통합으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많은 인내와 장애물적 요소들이 산재한다.

새가 알을 품듯이 알 속의 새끼 새를 볼 수 있는 어미 새의 마음. 새끼 새가 부화할 때까지 인내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어미 새의 마음. 바로 이 어미 새의 마음을 지닌 ‘품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가 비록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특유의 모성애가 그녀에게도 있다고 본다.

 

내가 여성성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덕목이다. 그간 닦아온 국정운영능력에 남북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하는 것. 바로 이 리더십이 ‘그‘가 아닌 ‘그녀’이기 때문에 기대해 볼 수 있는 바가 아닐까? (미래한국)

 

이성희 자유조선방송 아나운서 / 중앙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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