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vs 文 누가 경제를 더 잘할까
朴 vs 文 누가 경제를 더 잘할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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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창조경제' 對 문재인의 '사람경제'

경제(經濟)라는 말은 우리의 일상용어임에도 정작 그 뜻을 설명해 보라하면 간단하지 않다. 무엇이 경제일까? 經濟라는 한자어는 <장자>의 經世濟民(경세제민)에서 유래했다.

이 말의 뜻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라는 뜻이다. 경세제민의 출처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에서 왔다고도 하고, 장자(莊子)의 ‘재물론(齋物論)’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과연 이렇듯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經濟라는 개념이 정작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학자들의 생각과 같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의 답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사뭇 다른 데가 있다.

경제가 가지고 있는 ‘효율성’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경제란 ‘주어진 자원을 가장 잘 활용하는 효율적인 생산과 분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의미를 ‘경제적이다’라고 하는 표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경세제민’의 개념에는 효율성이라는 개념보다는 평등성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경제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도까지 오해된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경제는 백성을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탄에 빠트리게 된다. 효율성의 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성이란 바로 ‘주어진 자원’, 즉 자원의 제약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는 제약 때문에 바로 이 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박근혜 ‘창조경제’, 모호하나 경제원리에는 충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제공약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이를 비교 판단해 보려면 우리는 먼저 판단의 준거로 삼을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다름 아닌 ‘경제원리다’ 이러한 경제원리는 하바드 경제학 교수인 맨큐가 10가지 원리로 잘 정리해 놓았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맨큐의이 10가지 원리에 동의하고 있다.

1.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2. 세상에 공짜는 없다.
3. 자발적 교환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4. 거래비용은 교환의 장애물이다.
5. 실질소득이 증가하려면 실질생산량이 증가해야 한다.
6. 소득 증가의 네 가지 원천(노동자의 숙련도 증가, 자본의 증가, 기술발전, 효율적인 경제적 조직)
7. 소득은 타인에게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에서 나온다.
8. 이윤은 기업의 부를 늘리도록 인도한다.
9.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
10. 효과를 무시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

이렇게 10가지 원리를 기준으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경제공약과 정책을 비교해 보면 우리는 상당히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경제공약과 정책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과 I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뉴딜을 통해 첨단산업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론은 ▲과학기술과 IT를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일명 스마트 뉴딜) ▲소프트웨어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 ▲정보개방.공유를 통한 창조정부 구현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창업국가 건설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 ▲글로벌시장에서 청년 일자리를 찾는 ‘K-Move’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7개 핵심 전략으로 구성됐다.

거시적으로 보면 정부는 생산과 고용에 필요한 인프라와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이는 정부가 직접 통제나 관치를 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정부부처 신설은 규제중심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할 필요가 제기된다 하겠다.

이에 비해 ‘사람경제’를 내세운 문 후보는 국가가 직접 나서 2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 후보측은 공공부문 일자리 40만개를 사회복지공무원(2만명), 경찰공무원(3만명), 소방공무원(3만명)을 늘리고 15만명의 교육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18만명의 보육교사도 준학교교사 수준으로 지위를 보장할 방침이다.

이밖에 IT, 융합기술, 문화.예술 등 창조산업에서 50만개, 여가산업에서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70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여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핵심만 놓고 보자면 박근혜 후보는 ‘스마트 뉴딜’이라는 시장수요를 창출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고 문재인 후보는 국가가 직접 고용을 늘리겠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문재인 후보의 국가 공공지출을 통한 사람경제라는 것이 앞서 제시한 10가지 경제원리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사람경제’, 사람 잡는 ‘국가 자본주의’

일단 공공부문 일자리 40만개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이것은 맨큐의 4번째 원리 ‘자발적 교환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과 정면 충돌한다.

자발적 교환이란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흥정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정부가 생산의 주체인 공급자 기업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생산자가 아니다. 정부가 40만명을 고용해 지출하는 인건비는 기업처럼 자기가 생산한 결과로 얻은 소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둔 세금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소득으로부터 빼앗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맨큐의 경제법칙 제1원리인 생산과 소비의 인센티브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기에 한 술 더떠서 문재인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7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 정책은 타당할까. 다시 맨큐 교수에게 물어보자.

맨큐는 경제법칙 제5원리로 ‘실질소득이 증가하려면 실질생산량이 증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노동시단 단축은 실질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두 사람이 나눠서 하게 되면 당연히 혼자 하던 사람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긴 이유는 자본투자가 낮기 때문이다. 이는 맨큐 교수가 제시한 경제법칙 중 6번째 원리, ‘소득 증가의 네 가지 원천’가운데 ‘자본의 증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86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것보다 486컴퓨터로 하는 것이 더 속도가 빠르고 486보다는 워크스테이션급의 컴퓨터가 더 노동의 생산성을 높여서 노동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자본이란 단지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투입되는 모든 도구를 일컫는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이미 과거 ‘소(牛)’라는 낮은 자본을 이용해 논을 갈다가 ‘경운기’라는 높은 자본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던 경험을 했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자본의 투자가 더 높아져야 한다.

이는 독일 근로자의 생산성이 우리보다 높은 이유를 말해준다. 독일의 경우 강한 노조가 존재함에도 우리 근로자 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높고 근로시간이 짧은 이유는 독일 산업의 자본투자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즉 우리가 386PC로 작업하고 있을 때 독일 근로자는 워크스테이션급 PC로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가 소를 끌고 쟁기질을 한다면 독일 근로자는 성능 좋은 경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 후보의 ‘사람경제’는 자본투자 높아져야 가능

이렇듯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사람경제’를 하고 싶다면 역설적이게도 ‘자본경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과거 영국 산업혁명기에 기계들을 파괴하자는 노동자들의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수공업장에 기계들이 들어오자 노동자들의 실직이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장의 기계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역설적이게도 고용을 더 늘렸다. 공장 수공업에서 실직한 이들이 이번에는 기계 만드는 일로 취업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니라 고용의 80%는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수는 약 3만3천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 중소기업들이 대개 영세하다는 점이고 그렇기에 자본투자의 여력이 없다는 것이 우리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길게 만들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낡은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종종 다운되는 성능 낮은 PC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나누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는 사회주의 방식의 경제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맨큐의 경제법칙 가운데 열 번째 원리 ‘효과를 무시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에 해당한다. 낮은 생산성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가져올 효과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무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벌개혁, 박-문 모두 본질 놓쳐

이번 대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재벌개혁이다. 우선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안은 핵심 쟁점인 기존 순환출자제에 대해서는 유예하고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하게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미 지주회사 전환들이 대부분 이뤄진 상황이어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기존 순환출자는 3년 유예 후 해결이다. 동시에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금산분리 강화 지주사 요건 강화 등 4대 방안을 중심으로 이뤄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결하는 데 약 10조원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서는 차라리 산업투자로 돌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옳다. 다만 신규출자제한의 경우 순환출자가 지분이 적은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측면이라는 점으로 비춰볼 때 대규모의 신규사업 투자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은 맨큐의 경제법칙 가운데 제1원리인 인센티브에 따른 의사결정과 제4원리인 ‘거래비용은 교환의 장애물’에 해당한다. 재벌기업 오너의 경우 사실상 자기 지분을 적게 가지고도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보장받는 인센티브가 있다.

만일 신규사업 진출시 그러한 순환출자를 금지하게 된다면 재벌 오너로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며 또한 리스크를 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럴 경우 신규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즉각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이 성숙될 때까지 지켜보려는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충분히 시장이 커진 다음에 M&A와 같은 인수합병 전략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먼저 시장에 진입해 포텐셜을 키워야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러한 신규사업에 투자할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 순환출자 부분도 허용해 주든지, 아니면 의사결정 비율이 더 높은 황금주나 경영권을 보장하는 포이즌 필과 같은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낙수효과’ 부정? 두 후보 팩트 올바로 봐야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이번 대선에 중요한 문제는 보수진영의 정치권력 담임자들과 자유시장경제의 경제력 보유자들간에 전통적 우호세력으로서의 공조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개의 힘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조셉 나이에 의해 ‘하드파워’로 명명된 바 있다.

물론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시장경제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목적으로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면 진정한 경제의 의미는 퇴색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재벌의 소유구조로 인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증거도 없다.

따라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전통 경제학이 말하는 ‘낙수효과’가 우리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전제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경제에 낙수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올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위 9대 그룹 주력기업과 중소협력사 692개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대기업 매출은 2.78배 증가한 반면 중소협력사는 3.08배 증가했고, 총자산도 대기업이 3.01배 커진 데 비해 협력사는 3.43배 늘었던 것을 확인함으로써 밝혀졌다.

당시 조사대상 대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SK텔레콤·LG디스플레이·롯데쇼핑·포스코·현대중공업·GS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조사 보고에 의하면 이런 추세가 최근 가속화돼 2011년의 경우 협력업체의 매출액증가율이 14.3%로 대기업의 9.3%보다 높고, 총자산증가율도 협력업체가 11.7%로 대기업의 10.5%보다 역시 높았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성장이 고용을 촉진하며 성장해야 분배 상황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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