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제경제,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
위기의 국제경제,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12.1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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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시장이념에 함몰되면 대한민국은 끝장

지난 11월 28일 한국은행 소공동 본관에서는 김중수 한은 총재 주재로 경제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김 총재는 다소 생소한 발언을 해서 화제를 모았다. 앞으로 "국제경제 이슈들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김 총재는 “국제 이슈 자체를 뉴스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체질화하는 것이 곧 글로벌화"라고 자신의 주장을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중추신경과 같은 조직이다. 환율과 이자의 수준을 판단해서 가장 적합한 균형 상태를 유도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그 방법은 유동성의 조절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율이 70%를 넘었고, 과거와 같이 미국에만 의존하지도 않기에 유럽과 중국과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글로벌 이슈가 우리에게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인터넷과 SNS,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의 확대와 발전이 실시간으로 정보들을 전달하므로 정보파악과 판단이 늦어지면 대응은 이미 시장에서 먹히지 않게 된다. 이날 김 총재의 ‘국제이슈 생활화’는 바로 그러한 판단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글로벌 이슈의 생활화 필요성은 전세계적으로 불투명성이 높아져 간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김 총재는 이날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과 IMF의 구제금융 합의 소식을 언급하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볼카나이제이션(발칸화)을 통해 그리스를 고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고 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였다.

실제로 그리스에 대한 처리 문제는 여전히 딜레마다.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은 예정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최근 유럽 경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도 있다.

유럽을 떠받치는 독일경제 역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유로존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대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경제 현장, 특히 독일을 면밀히 주시해온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로존 경기의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악재죠.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국의 경기침체는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경제 침체로 유럽 새로운 위기 가능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로 떨어졌다. 그나마 0%를 지나 마이너스를 예상했던 독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이미 독일의 수출증가율 둔화는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독일 상품의 주요 소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로존의 경기가 3분기에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마저 침체 국면으로 떨어질 경우 유로존은 물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 외에 중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바오바(保八. 8% 성장 유지) 정책이라 불리는 8% 성장 마지노선은 불과 1년만에 깨졌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삼거나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 7.5% 성장이 마치 대세인 것처럼 논의된다.

12월에 열릴 당정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이 수치가 공식적인 목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전언 속에서 상하이 주가지수는 급락을 계속하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은 만만디가 아니라 한국보다 더 심한 ‘냄비’라는 말이 다 나올까. 중국경제가 확실히 위기 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의문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러한 국제 정치.경제의 불안정에는 경제 불황으로 미국의 1극 체제주도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에도 있다. 국제 정치학자들은 미.중 2극체제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중국 역시 ‘자기 코가 석자’라는 이유로 좀 더 다극화된 체제로 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지난 8월에 있었던 ‘한.아세안 공동포럼’이었다. 임현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미국 의존 한국외교를 아세안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아세안은 자원이 방대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인구도 현재 6억에서 곧 10억 이상으로 커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미.중 2극체제인 것도 사실이나 세계는 미.중 그리고 EU와 아세안 등 4극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전만 해도 이러한 주장은 코웃음을 살 만했다. 무슨 아세안 같은 것이 우리의 대안이라는 이야기냐는 핀잔을 들을 법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회복은 높은 국가부채로 인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며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동남아국가들로 자본과 기술이 이전해 갈 수 있다는 점에 사뭇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탈출은 여전히 미국시장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시장교류에서 우리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여전히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이고, 미국은 R&D면에서 세계 경제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여전히 창의성과 도전성이 강한 시장경제국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극화체제에도 불구, 미국 거대시장 노려야

그렇기에 우리는 다극화체제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시장의 불황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는 역량을 이 기회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국내 대선 결과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대응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인데 먼저 민주통합당과 야당은 국제 경제문제에 있어 한미 FTA를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제 자본시장과 개방에 대해 여전히 반제국주의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세계는 유태자본이 장악해서 움직이며 그들의 비밀 결사조직과 결탁한 그림자 세계정부가 움직인다는 음모론은 여전히 좌파의 잘못된 신자유주의 곡해, 그리고 날조 공세와 결합해 사이버 공간에서 종교처럼 횡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국제 위기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로 인한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제대로 찾아내는 것은 대한민국이 사활의 기로에서 선,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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