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직은 동북아 현상유지 선호
중국, 아직은 동북아 현상유지 선호
  • 미래한국
  • 승인 2012.12.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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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의 이른바 ‘시-리 체제’가 출범하면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집권과 더불어 한국도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동북아에서 북한이 지닌 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지만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도에 존재하는 ‘북한의 요소’에 가장 영향력을 미칠 나라는 결국 중국이다. 따라서 2012년 11월 15일 모습을 드러낸 중국 공산당 제5세대 지도부의 북한 정책은 더욱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대북정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 몰라도 작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대외정책 근간 중의 하나는 ‘주변 환경의 안정’이다. 이는 중국이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허물 수 없는 원칙이라고 봐도 좋다.

새로 등장한 중국 5세대 권력의 핵심 시진핑은 지난 7일 중국의 최남단 도시 선전을 방문했다. 11월 15일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이후 첫 행보로서 그가 선택한 곳이 선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전은 주지하다시피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적인 도시다.

롄화산 참배의 속뜻

가장 첨단의 개혁개방 바람을 선보였던 곳이 바로 선전이다. 이곳에는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라고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꿈이 담겨 있다. 마침 선전을 방문한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져 있는 롄화산이라는 곳에 올라 그 앞에 헌화한 뒤 참배했다.

중국 정치권의 관행으로 볼 때 이는 매우 의미를 담은 행보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는 2002년 공산당 총서기 취임 뒤 혁명 성지(聖地)인 시바이포(西柏坡)를 참배했다.

시바이포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내전을 벌인 끝에 베이징 입성을 앞에 두고 머물렀던 곳이다. 후진타오는 이곳을 참배한 뒤 집권 10년 동안 통치의 근간으로 ‘조화사회(和諧社會)’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을 내세우며 개혁개방으로 넓혀진 빈부의 격차 및 사회의 갈등 해소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이 총서기 부임 뒤 선전을 첫 방문지로 꼽은 것은 그래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시진핑의 선전 방문 뒤 중국의 관영 언론들이 한결같이 “지속적인 개혁개방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고 입을 맞추는 현상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새로 출범한 ‘시-리 체제’의 중국 지도부가 불균형 성장에 따른 사회적 불만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더욱 과감한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봐야 한다.

시진핑의 선전 방문은 새로 출범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7인)의 ‘컨센서스’다. 총서기 취임 뒤 첫 방문지를 선택하는 과정은 매우 상징적이고, 이는 집단지도체제의 중국 지도부 의사결정의 관행상 합의를 필요로 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의 향후 집권 최대 원칙이 ‘지속적인 개혁개방’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중국이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주변 환경의 지속적인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의 주변안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주체는 역시 북한이다. 대만문제는 후진타오 집권기에 양안(兩岸)의 민간 교류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토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친 대륙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도 2012년 1월 재집권에 성공한 상황이다.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와의 관계도 안정적이다. 중국의 안정적인 환경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로는 북한이 가장 크다. 최근 필리핀 및 베트남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럼에도 핵실험 외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의심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동아시아의 안정적인 판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위협적이다.

북한·미국 겨냥 스탠스는?

중국은 이를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로켓 발사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이런 행동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에 관한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12월 2일 “유엔 안보리 결의 등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전에 북한의 움직임을 규제하는 듯한 발언을 가능한 한 피했던 중국 외교부의 과거 입장 표명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그 이후에도 “조선(북한)이 반드시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7일), “관련 국가들이 노력해 반도와 지역의 평화, 안정을 지켜나가기 바란다”(10일)는 등의 발언을 선보였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등 중요한 조치를 취할 때마다 북한의 신중한 행동과 함께 관련 당사국들의 역시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도(强度)를 조금 더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과의 협의에도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10일에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중국 외교부 양제츠 부장(장관)이 전화 통화로 북한 미사일 문제를 협의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아울러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의 항구를 출입하는 북한의 선박에 대한 검수 조치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서두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조짐을 두고 거듭 이어지는 중국의 “신중히 행동하라”는 주문, 미국과의 발 빠른 협의, 북한 선박에 대한 검수 조치 등으로 볼 때 중국은 이미 동북아 안정 구도를 위협할 수도 있는 북한의 로켓 문제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속도로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과시하는 측면은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의 2기 행정부 들어서면서 ‘아시아로의 복귀’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의 대(對) 아시아 외교는 부쩍 힘을 강화할 태세다. 중국은 이런 요소를 감안해 미국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할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아세안 국가들과의 갈등,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마찰에서 모두 미국과 부딪힌다면 중국의 대외정책 근간인 ‘주변 환경의 안정’은 지켜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돌발적 변수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소극적인 관리에서 적극적인 관리로 나서면서 대응에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의 내부 문제를 지속적인 개혁개방의 성장세로 해결하려는 ‘시-리 체제’의 전략, 아시아로 복귀하는 미국의 움직임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유광종 전 중앙일보 베이징·타이베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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