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의 세가지 시나리오
남북 통일의 세가지 시나리오
  • 미래한국
  • 승인 2012.12.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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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세계지도평면상의 제일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미국의 세력각축장의 핵(核)속에 들어있는 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역사를 통해 때로는 이웃 나라들의 침략에 짓밟힌 불운의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 민족은 은근과 끈기로 독특한 단일민족체제를 유지존속하면서 하나의 독창적 사회문화유산과 민족고유전통의 맥을 구축해 왔다.

반면 일제식민점령기 이후 민족지도자들의 정치사상과 이념갈등으로 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열되는 비운을 겪으면서 반세기가 넘도록 아직 대결과 갈등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남북한 대결구도는 90년대 초, 동서화해무드로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소멸 이후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서 이념갈등의 어리석음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유일한 부끄러운 학습현장이 돼왔다. 그러나 머지않아 분열과 대결로 인한 우리의 고통과 대가(代價)의 끝은 남북한 통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그렇다면 남북한 통일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주변국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현재 및 앞으로의 상호 대립되는 입장들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나라의 지도자들이 이해관계를 넘어 역사와 민족적 차원에서 어떤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할 것인가?

통일의 방법은 점진적 방법과 충격적(급진적) 방법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점진적 방법이란 남북한이 정치적 화해와 경제협력의 길을 택해 양체제 사이의 생활수준의 현실적 우열관계를 평등관계로 전환시켜 자연스럽게 체제적 벽을 허물고 통합하는 방법이다.

이 접근 방법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남북한간에 체제노선 통합 없이는 불가능한 발상이다. 현존 대립관계의 체제노선을 각각 유지 지탱하는 한, 남북한 경제격차는 계속 확대될 뿐 절대 수렴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렴을 전제로 하는 이 점진적 통일 접근은 시간적으로 요원하고 이상적인 방안일 뿐 현실성이 없다. 이런 정책 적용을 위한 실험의 실패는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헛된 기도(企圖)를 통해 증명됐다.

충격적 요법중의 하나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계속 한계수준에 가두어둠으로써 일어날 북의 내부폭발에 따른 붕괴를 통해 남으로의 흡수통일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이는 독일통일이 좋은 모델이다.

다른 대안은 외부적(군사)개입을 통해 북한정권을 물리적으로 파멸시키는 방법이다. 이 대안은 상호 인적 물적 피해를 상당히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뿐만 아니라 설령 군사작전으로 북한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북한의 상존기득권 세력의 정치 게릴라 저항을 어떻게 평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우위를 담보로 한 우리 독자적 군사개입의 선택이 가능하다면 피아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통일을 바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 가장 빠른 통일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주변국들의 전쟁 반대나 물리적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사전 대책이 전제돼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주도의 통일을 도모할 때 우리는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과 반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웃 국가들의 반대 없이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 미국 어느 측과도 정치군사적으로 편향됨이 없이 중립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의지와 그에 대한 객관적 보장이 약속될 때 열릴 수 있다.

통일될 한반도가 국제정치에서 중립적 위치로부터 이탈할 것으로 보이면 동북아지역에서 대결관계에 있는 나라들의 한반도통일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동북아에서 정치 경제 군사측면에서 서로 암묵적 대결관계에 놓여 있는 나라들이 앞으로 다른 위성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과 같은 큰 외부적 공동위험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이들 국가간 현존대결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가 중립노선을 분명히 천명하고 이들 이해 관련국들이 상호 합의 보장해야 통일에 대한 반대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에도 대결 상황을 줄여나가야 상호 감정악화 없는 보다 평화적이고 합의적 통일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최근 보도되는 것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남북한 대결 강화구도를 초래하는 꼴이 될 것이다.

예컨대 김정일 사망 1주기를 기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며 자기 고립 행동을 자초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지도자의 결단을 바란다

그동안 북한의 경제와 군사 및 국제정치의 후견자 역할을 해온 중국정부마저 북한의 계속되는 벼랑끝 전술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하고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반드시 북한을 포용하고 경제적으로 도우려할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과 밀접해져서 한반도의 현재의 대결구도의 존속을 통한 동북아 세력균형과 국제질서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통일은 물 건너갈 것이며, 우리로서는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하게 되고, 또 어쩌면 남북이 영구분단체제로 계속 남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북한의 3대세습자로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이 주변의 권력 실세들과 군지도부를 설득해 정치 경제의 과감한 개방정책을 도입하고, 다른 한편 남한 당국과 극적인 통일에 합의해 공성신퇴(功成身退: 큰 공을 세우고 물러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김정은은 한반도 역사의 위대한 인물로 남게 될 것이다. 아직 30대 약관의 젊은 나이로 무너져가는 북한 정치 경제 사회를 움켜잡고 안간힘을 다해 통치자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해도, 한 치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정은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북한 관료와 군부가 남한과의 통일에 최우선권을 두고 남한과 극적으로 합치기로 합의한다면 이는 민족을 위한 위대한 결단이 될 것이다.

남북한 정치인들과 군관(軍官) 실세들이 민족의 장래만을 바라며 살신성인의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 극적으로 통일 합의를 이뤄 낸다면 한반도는 국토면적은 작지만 아시아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의 강성대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단순한 꿈일 뿐일까?

아무튼 통일의 날엔 우리 7천만 동포는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만세를 부르며 어깨동무하고 아리랑을 합창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찍이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R. Tagore 1861-1941)가 남긴 시를 소리 높여 부르며 춤을 추게 되리라.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빛날 때에는,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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