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재발견
여의도의 재발견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2.21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년의 줌인부동산: 재건축 성공하면 제2의 전성기 올 듯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다. 국회의사당과 각 정당의 부설 조직들이 즐비하며, 대형 은행들과 증권회사들도 여의도에 본사를 가지고 있다.

여의도가 이렇게 발전된 계기는 1968년 서울시의 윤중제(輪中堤)공사 착공이었다. 이어 1980년대에 원효대교가 완성되고 당시 여의도가 서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현재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중 하나인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완공된 바 있다. 이는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이다. 뒤이어 서울, 한양, 삼부, 미성, 광장 등이 줄지어 건축되는 등 강남권보다 먼저 고급 아파트촌으로 개발된 지역이 여의도다.

그러나 대부분 1970년대에 완공된 여의도 아파트들 중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이 지은 지 4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와 좁은 주차환경 속에서 온갖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원조 부촌’인 여의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2000년대에 일찌감치 주상복합으로 재건축된 아파트들이다. 미주아파트를 재건축한 롯데캐슬아이비, 백조아파트를 재건축한 롯데캐슬엠파이어, 한성아파트를 재건축한 여의도자이 등이다.

애초부터 상업지역에 위치했던 이들 아파트들은 일찌감치 주상복합으로 변신했지만, 나머지 아파트들은 서울시의 각종 계획과 규제에 묶여서 좀처럼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이후 서울시 계획에 달려

현재 여의도의 오래된 아파트들 중에서 용적률 600%가 넘는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지역은 상업지역에 위치한 서울, 공작, 수정, 진주 아파트 등이다. 이들 아파트들은 대지지분이 작더라도 주상복합 건설을 통해 추가분담금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3종 일반지역에 위치한 나머지 아파트들은 용적률 250~300%라는 상한선에 걸려 있기 때문에 특히 여의도 아파트들은 개포주공-반포주공 등 강남권 저층 아파트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고층으로 지어졌기에 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참고로 여의도 아파트들 중에서 면적당 대지지분이 가장 넓다는 시범아파트의 용적률이 140%대다. 이 외에 용적률이 이미 200%를 넘는 아파트들도 있다. 따라서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높은 추가분담금이 필연적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부를 ‘상업지역’으로 2단계 종상향시켜서 600% 이상의 용적률이 확보된 초고층 주상복합 건설을 허용해준 뒤 대지의 40%는 기부채납을 받아서 도로 확충과 공원 및 편의시설 건설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된 상태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복안은 무엇일까. 서울시는 여의도 지역을 상업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으로 1단계만 종상향을 해주고, 기부채납 비율도 20%로 하겠다는 여의도 재건축 안을 검토 중이다.

준주거지역의 경우엔 용적률이 400%까지 허용된다. 따라서 200%대 용적률을 가진 여의도 아파트들에도 재건축을 위한 사업성이 어느 정도는 확보될 전망이다.

업무지구-주거지역 갖춘 여의도, 이제 편의시설까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의도는 70년대부터 고급 아파트촌으로서 체계적으로 개발된 서울의 원조 부촌 중 하나였다. 여기에 국회의사당과 각종 금융기관들의 존재는 강남이나 광화문 못지않은 업무지구로서의 역할까지도 겸할 수 있게 했다. 주거지역과 업무지구로서의 우월성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 바로 여의도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는 업무지역 접근성을 비롯한 대중교통 편의성, 각종 편의시설, 주거지역으로의 쾌적성, 학군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감안할 때 압구정, 반포, 잠실 등 강남권 일부 지역들은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1급 주거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의도가 위에 언급된 강남권 1급 주거지들에 비해 갖추지 못한 것은 바로 ‘편의시설’이었다. 그간 여의도에는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쇼핑센터나 백화점, 할인마트, 영화관, 대형서점 등이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 약점도 이제 해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 완공된 IFC(국제금융센터) 지하에 코엑스에 버금가는 쇼핑몰과 영화관, 서점 등이 들어서면서 여의도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조만간 완공 예정인 파크원 타워 역시 여의도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더욱 다양하게 해줄 것이다.

이렇듯 업무지구와 편의시설까지 겸비하게 된 여의도에게 남은 건 오래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다. 현재 여의도에는 2000년대 재건축된 주상복합 아파트들을 제외하고는 ‘신축 일반 아파트들’이 전혀 없다. 따라서 높은 관리비와 환기 등의 문제로 주상복합을 꺼리면서도 낡은 아파트에서 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의도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의도 아파트들이 반포 자이나 반포 래미안과 같은 신축 아파트로 변신한다면? 여의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서울시가 전향적인 재건축 대책을 내놓고 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한다면, 여의도가 ‘원조 부촌’으로서의 옛 영화를 되찾는 일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