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동남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이원우
  • 승인 2012.12.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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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장에서는 놓쳐선 안 될 기회의 땅


지난 11월 재선에 성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이 중에서 미얀마와 캄보디아 방문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숫자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는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이 강화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성공적인 외교정책을 꾸려온 것으로 평가받는 이명박 정부 역시 2012년 한 해 동안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을 방문하며 동남아시아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10년부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동남아시아(ASEAN)의 2012년을 돌아본다.

미얀마 : 동남아시아의 ‘대세’

미얀마는 최근 외교가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중요한 국가다. 동남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시장으로 불리던 미얀마는 최근 민주주의를 수혈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조금씩 ‘예측 가능한’ 나라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012년 5%대의 GDP 성장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인 EIU는 2013년 미얀마의 성장치를 5.4%로 예상했다. 국제관계 활성화로 인해 차관도입 또한 재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외국인 투자 역시 증가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미얀마 진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얀마에 전격 방문했다. 출발 직전까지 극비에 부쳐졌던 그의 순방은 아웅산 수치 여사 단독면담과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에는 반대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미얀마 내 새마을운동 경험 전수 및 확산을 위해 새마을 복합센터 설립 및 새마을 초청연수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급박한 과제인 경제발전을 멘토링하는 한편으로 끊임없이 미얀마를 양지(陽地)로 이끌어내 북한과의 재래식 무기거래 루트를 차단하는 등 교류관계를 정착시키는 시도가 요청되고 있다.

태국 : 4대강사업 노하우 전수의 장

2012년 초 태국 경제는 전년 대비 5.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다. 해외수요 감소로 수출이 부진한 탓에 실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2013년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무디스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서코스타는 태국 경제에 대해 “정부정책이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의 홍수로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던 태국정부는 사회 재건을 위해 많은 정책을 동원한 상태다. 친나왓 태국 총리는 대홍수 이후 부진한 내수를 촉진시키기 위해 연료 보조금을 확대하고 임금을 올렸다. 10월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전격 인하하기도 했다.

한편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국에 한국은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태국 입장에서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친나왓 태국 총리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기간 중이던 지난 3월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이포보 현장을 방문했다. 4대강 사업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한국 정상으로서는 31년 만에 지난 11월 태국을 공식 방문했다.

국토해양부는 8월 태국에서 통합 물 관리 사업을 위한 ‘한·태국 수자원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현재 한·중·일이 전부 수주권을 따내기 위해 경합중인 상태다. 12조4000억 원 규모의 태국 물 관리사업 수주여부는 2013년 4월에 결정된다.

인도 : “재무장관회의 매년 개최”

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은 아니지만 인도는 여전히 중국과 함께 주요 신흥국으로 손꼽히는 국가다. 비록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인도 양국은 11월 2일 서울에서 제3차 한-인도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2011년 1월 뉴델리에서 개최된 제2차 재무장관회의에서 ‘동 회의를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하기로 합의한 이후 처음 열린 회의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도 측 치담바람 재무부 장관 일행은 거시경제, 재정정책, 조세, 통관, 조달, 인프라 개발협력 등 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양국 재무당국은 기관협력 MOU를 체결해 공공부문 세입·세출, 재정정책, 국고관리, 공기업 및 공공기관 관리, 인력개발 및 조직관리 분야 등에 대해 협력을 약속했다. 재무당국 간의 MOU는 올해 베트남(3월), 우즈베키스탄(8월)에 이어 3번째로 진행된 것이다.

ASEAN의 위기를 기회로

2012년은 창건 45주년을 맞은 ASEAN이 분열의 위기를 맞은 엄중한 시기이기도 했다. 원인은 남중국해에서 불거진 중국의 영해권 문제를 둘러싸고 10개 회원국 간에 견해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ASEAN 외무장관 회의에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음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존재다. 빠른 속도로 미국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 중국의 투자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이러한 동남아의 현실은 한국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면서 동남아시아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누려야만 한다는 시대적 사명이 요청되는 것이다.

지난 8월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공동포럼’에서 임현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미국 의존 한국외교를 아세안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대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가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는 놓쳐선 안 될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질서가 미-중-EU-ASEAN으로 재편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2012년 한 해 동안 한국은 동남아시아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노력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는 2013년은 그 노력의 결실을 누리며 상승작용을 만드는 시기가 돼야 할 것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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