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선언한 미국과 아시아 맹주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중국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지난 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양국 외교의 각축장이었다.

중국은 한중일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개시 선언을 동시에 이뤄내는 성과를 냈다. 일단 중국의 판정승이다.

한중일FTA와 RCEP 모두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어 앞으로 우리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우리와 아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호주, 뉴질랜드와의 무역 확대에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아시아경제공동체에 대한 중국의 열의는 뜨겁다. 미국을 배제한 지역공동체 구축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협상개시를 선언한 RCEP는 2013년에 시작해 201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ASEAN과 한중일 3국 그리고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포함된 거대한 경제블록이 탄생하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인구와 경제력을 비교해보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 인구 규모로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48.7%를 차지한다. 명목 GDP로는 전세계의 28.4%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로, EU,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는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하는 중국의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내수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오히려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중국의 고민이 동아시아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경제성장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주변국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주변국과 국지전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한편 경제력을 상실해가는 일본은 중국과의 마찰을 핑계로 군사대국화로 나아갈 조짐을 보인다.

점차 사나워지는 중국과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동아시아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격동의 현장이 될 듯하다.

싫든 좋든 동아시아 시대는 막이 올랐다. 중국의 기세에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그에 의존하는 부속 경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강대국의 격전장로 떠오른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력과 경제수준의 격차가 심하다. 분야별 협력과 이해증진이 필요하다. 즉 선택적 접근을 추구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한중일FTA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일본도 한국과의 동맹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분권화된 구조로 나아가는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동맹이 경제발전의 근본적 바탕을 제공해온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정책공조도 더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태국과 미얀마를 TPP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TPP가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TPP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이다. TPP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한국)

최승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