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메리크리스마스"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메리크리스마스"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2.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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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4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6위 -

- 2012년 12월 24일 오후 2시. 조그마한 검색창 안에 2012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한국인들의 여러 모습이 드러난다.

- 대선이 끝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탓일까. 1위를 차지한 것은 트위터에서 나름대로의 ‘진보론’을 펼친 배우 유아인이다.

- 그는 대선 이후의 상황을 나치에 비유한 공지영을 비판하는 동시에 박정희에 우호적인 뉘앙스의 트윗을 남긴 배우 이선진을 함께 비판하며 열띤 논쟁의 중심에 섰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진보의 ‘재탄생’이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10위의 ‘정태호’ 역시 정치적인 문제로 화제에 올랐다. 그는 23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에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코미디는 하지 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라고 말하면서 폭주하는 비난 앞에 직면했다. 서수민 PD는 “대선 당일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에게 동일한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 하지만 이 변명은 지금껏 <개그콘서트>가 얼마나 ‘묻지 마 정치비하’에 의존하며 의미 없는 박수를 유발해 왔는지를 증명할 뿐이다. 정태호의 발언에 대한 뜨거운 반발은 정치풍자와 정치비하를 혼동했던 나날들에 종언을 고하는 계기가 될 기세다.

- 5위의 ‘솔로대첩’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키워드다. 기존의 룰을 변경하며 3시부터 플래시몹 형태로 강행된 솔로대첩은, 그러나 기대보다 많이 누그러진 모양새다. 여기에는 성희롱과 성폭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 몫을 했다. 자신을 성희롱한 네티즌에 법적 대응을 선언한 수지(3위)와 성폭행을 한 뒤 인천으로 잠입한 것으로 알려진 노영대(4위)가 우리 사회의 흉흉한 한 단면을 표상하고 있다.

- 한편 크리스마스의 일정이 정해진 사람들은 분주해 보인다. 8위의 ‘파리바게트’와 9위의 ‘베스킨라빈스’가 그 사실을 암시한다. 동네빵집과 골목상권도 좋지만 급할 때는 역시 이름이 알려진 빵집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파리바게트와 베스킨라빈스의 업주들이 전부 탐욕에 눈 먼 부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보면 이 '반짝 호황'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듯하다.

- 본래의 의미보다는 ‘국가지정 데이트 기념일’의 의미가 더 커져버린 크리스마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낮고 어두운 곳에서 세상을 부정하며 외로워하고 있는 아이들과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과 시간을 공유하지만 너무도 쉽게 그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 기상청은 늦은 밤부터 눈이 내릴 가능성을 예보했다. 흰 눈이 온 세상에 평등하게 내려와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나면, 잠시나마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차이점과 갈등의 원인들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며 <미래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검색어 6위의 인사말을 전해 올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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