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보다 선군 택한 김정은 통치 1년
개방보다 선군 택한 김정은 통치 1년
  • 미래한국
  • 승인 2012.12.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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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에 북한의 김정은이 끼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지난 4월 18일 <타임>지 인터넷판이 공개한 명단에서 김정은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 소말리아 반군조직 수장 알리 주베이르와 함께 ‘악당’ 목록에 들었다.

<타임>지는 김정은의 캐리커처 옆에 “때로는 악행이 구경꾼들의 눈을 사로잡을 때도 있다. 범죄가 극악무도할수록 떠받들어지기도 한다”는 캡션을 달았다. 지난해 <타임>지는 김정은을 ‘대기 중인 독재자’로 이름 붙였다.

김정은이 ‘대기 중인 독재자’에서 ‘악당’의 무리로 편입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사후 13일 만인 30일 김정은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면서 북한의 새로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일거에 군권을 거머쥔 김정은은 올해 4월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가 됐다. 그리고 이틀 뒤인 13일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이로써 김정은은 초고속으로 북한의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절대 권력자가 됐다.

김정은은 2012년 1월 1일 설날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한 뒤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 시찰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경제와 민생보다는 선군과 혈통에 기대어 권력기반을 다져가려는 김정은의 통치행태 일단이 엿보였다.

이는 김정은의 현지지도 활동으로 뒷받침됐다. 2012년 1월 1일부터 4월 16일까지 김정은의 단독 현지지도는 총 44건이었다. 그 중 경제와 민생 활동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절반인 22건이 군부대 현지지도였고, ‘혈통’ 관련 행사가 9건에 달했다.

현지지도 대부분 군부대 찾아

김정은은 1월 1일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 현지지도에 이어 2월 26일엔 2011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제4군단 사령부를 찾았다. 3월 3일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전략로케트사령부’와 판문점을 잇달아 방문했다.

그 뒤 김정은은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해 벌인 평양 김일성광장 열병식에서 최초로 20여 분 동안 공개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선군’을 외쳤다. 그러면서 “만난의 시련을 이겨낸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자”며 ‘민생’도 입에 올렸다.

김정은은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4월 13일 발사 135초 만에 산산 조각나고 말았지만, 1900만 북한 주민들의 1년 양식을 구입할 수 있는 8억5000만 달러짜리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3호’ 발사로 앞으로 펴나갈 선군정치의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12일 ‘광명성3호’ 2호기를 또 쏘아 올렸다.
그러나 경제를 살릴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시대 조류인 ‘개혁개방’ 의지도 없다. 그는 자신의 생일인 지난 1월 8일 고위간부들에게 “개방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언론에 경제개혁 움직임으로 전해졌던 ‘6·28방침’이 지금껏 아무런 실체도 잡히지 않은 걸 보면 김정은의 이 같은 지시가 사실임에 틀림없다.

북풍한설 휘몰아치는 이 겨울 북한은 몹시 춥다. 금년 초 황해남도에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지난 4월 중순 이후 끊이지 않았다. 최근 통일부 장관도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했다”고 지난 7일 전했다.

도탄에 빠진 북한의 민생을 전해주는 증언들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안중에 ‘민생’따위는 없다. 지난 8월 북한에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을 때 김정은은 군부대 시찰에 주력했다. 체제 결속을 위해 민생보다 총대를 잡은 것이다.

미사일 개발 비용 32억 달러, 북한주민 3년치 식량

김정은의 민생 외면은 그의 국고낭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권력 전면에 등장한 이후 김정은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우상화 놀음에 엄청난 돈을 쏟았다. 그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건설에 4억 달러, 지난 4월과 이번 두 차례 장거리 로켓 제작에 9억 달러, 그리고 관련 설비 제작에 3억 달러 등 16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다른 정보에 의하면 김정은은 미사일 개발비용으로 17억4000만 달러, 핵개발에 15억 달러 등 총 32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도의 비용이면 2400만 북한 주민들이 3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옥수수 약 1066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정일 우상화 놀음에 1톤에 290달러 하는 옥수수 38만 톤을 살 수 있는 돈 1억1000만 달러를 썼다. 지난 4월 평양 만수대 언덕에 세운 높이 23미터짜리 김정일 동상 제작비에 1000만 달러,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무력부 등에 세운 김정일 동상 7개 건립에만 5000만 달러를 낭비했다.

김정은이 민생은 뒷전인 채 자신의 업적 과시와 체제선전에 의한 권력기반 강화에만 몰두하자 엘리트층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분출되면서 민심이 그의 곁을 떠나고 있다.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 이뤄지자 일부 간부들은 “우리 자식들이 복수의 기회를 기다릴 것”이라며 칼을 갈고 있다.

군부에선 지난 4월 김정은이 군 최고직인 총정치국장에 기용한 민간인 출신 최룡해의 인사 전횡을 문제 삼았다. 그래서였을까?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군부의 존경을 받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으로 야전 군인들의 사기도 밑바닥이다. 당 원로들은 김정은의 원칙 없는 인사와 즉흥적 지시에 “어린아이가 현실을 모르고 설친다”고 비아냥댄다.

지난 7월 25일 김정은의 ‘민생 챙기기’ 연출로 그의 마누라 리설주를 대동하고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나타났을 때 먹고살기 힘든 군중들은 겉으론 환호했지만 표정은 싸늘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서도 샌다’고 했다. 김정은은 남쪽을 향해서도 못 된 짓만 골라가며 했다. 연초부터 이명박 정부 비난에 게거품을 물었다. 급기야 ‘대남명령 제1호’라는 것을 하달하고 우리의 총선과 대선 개입을 노골화했다.

김정은은 지금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 최근 "나의 경호를 보장하는 사업에 첫째가는 주의를 돌리라"고 지시한 그의 명령이 이를 말해준다. 그의 관저와 별장을 비롯한 전용시설 30여 곳에 장갑차 100여 대를 배치했다고 한다. 여차하면 인민들을 깔아뭉갤 모양이다.

김정은이 바늘방석 신세를 면하려면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 김정은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와 민생 우위의 도도한 조류를 거슬러서는 몰락만 앞당길 뿐임을 알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백하다. 개혁개방을 통해 안으로 경제를 살리고 밖으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도움을 간청하면서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래한국)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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