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정권인수 시스템
선거 때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정권인수 시스템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1.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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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 미국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정권을 인수하는 공식 기간으로 11월 첫째 목요일 대통령 선거 후부터 다음 해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까지다.

그 사이 대통령 당선인은 각 부 장관, 대사 등 수천 명의 공무원을 임명하고 취임과 함께 추진한 정책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정권을 완전히 인수해야 한다.

미국에서 이임 대통령과 취임 대통령 사이에 정권을 인수하는 이 과정은 220여년 간 4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오늘의 모습이 됐다.

미국의 정권인수 시스템은 법으로 규정돼 있다. 1963년 연방의회는 정권인수에 대한 법(President Transitional Act)을 처음 제정했는데 이 법에 따라 연방조달청(GSA)이 정권 인수를 돕는 전담부서가 돼 필요한 재정, 서비스, 장비,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이 법이 있기 전 정권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취임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후원자들이 부담했다. 하지만 효과적인 정부 구성을 위해 의회는 1963년 정권인수법을 제정, 연방재정을 정권인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액수는 몇 차례 법 개정으로 증가했는데 1998년 법 개정으로 500만 달러, 2000년 710만 달러, 2010년 900만 달러를 정권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권인수팀에 재정까지 지원

수백명의 정권인수팀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재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권인수팀을 일찍 구성하는 것이다. 선거 직후에 정권인수팀을 구성해서 11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방대한 정권인수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누가 당선될지도 모르는 선거 기간 중에 양당은 이미 정권인수팀을 구성하고 있다. 정권인수법도 그렇게 하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양당의 정권인수팀은 보통 대통령 후보가 공식적으로 정해지는 전당대회 무렵에 구성된다. 이번 대선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정권인수팀은 당내 경선이 끝난 6월 초에 세워졌다. 2000년 정권인수법은 양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연방 정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년 정권인수법은 대통령 당선인이 아닌 대선 중의 후보에게도 정권인수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처음 본 것이 롬니 후보다.

선거일 훨씬 전에 대통령 후보들이 정권인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의 이 법으로 롬니는 890만 달러를 받았다. 이 돈은 롬니의 정권인수팀이 있던 건물비, 컴퓨터 등 장비비, 가구와 사무용품 등에 사용됐다.

롬니의 정권인수팀은 쟁점 이슈를 준비하고 고위 하원 공화당 지도자들을 만나 정책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임 대통령 역시 선거 전에 미리 위원회를 구성해 정권 이양을 준비한다. 2008년 부시 행정부는 선거 한 달 전인 10월에 14명으로 구성된 정권이양위원회를 구성했고 전임 백악관비서실장인 앤드류 카드가 이끌도록 했다.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 승리 후 이뤄진 정권 인수는 미국 정권인수 시스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인수팀에 필요한 것들

당시 대선에서 공화당의 매케인·페일린과 싸우던 민주당의 오바마·바이든은 선거기간 중 정권인수팀을 구성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와 오바마의 가장 오래된 보좌관인 발리 잘렛이 공동으로 이끌었던 정권인수팀은 정권인수를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오바마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정권인수팀은 연방조달청의 지원을 받으면서 450여명이 일하는 1,200만 달러 예산의 조직으로 커졌다. 인수팀은 각 부서별 담당자를 세워 국무, 국방 등 연방 정부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고 감독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날 국가정보국장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국가 1급 비밀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change.gov라는 공식 정권인수 웹사이트를 오픈하고 방문객들이 자신이 이야기를 쓰고 특히, 이 나라에 대한 기대, 중요 이슈에 대한 의견을 쓰도록 했다.

그는 그뒤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임 관리들을 줄줄이 발표했다. 램 이마누엘 대통령 비서실장은 선거 후 이틀만에 임명됐다. 그가 당시 임명했다가 부패 혐의를 결국 임명을 철회한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제외하고 모든 각부 장관이 세워졌다.

정권인수팀은 인사 못지않게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임 후 첫 200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실천하겠다고 말한 선거공약을 살펴보고 이 가운데 ‘할 일’ 목록을 짧게 만들어 이행해가도록 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첫날 선거 기간 중 약속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겠다고 약속대로 말했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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