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한 자유주의자’의 삶과 생각
‘강직한 자유주의자’의 삶과 생각
  • 이원우
  • 승인 2013.01.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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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앞둔 최광 교수 문집 <부국안민의 길> 출간

 최광 교수 문집 <부국안민의 길>


한국에서 ‘자유주의자’라는 단어는 많은 혼동을 야기한다. 규범과 질서에서 이탈해 역주행하고,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올린 자생적 질서를 우습게 아는 태도가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오해 받곤 한다. 그런 사람들도 스스로 일컬어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지러운 풍토 속에서 지난 30여 년간 올곧은 자유주의를 강단에서 설파해 온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다.

28년간 단 한 차례의 휴강도 없이, 매번 수업 종이 치기 전에 수업을 시작해 종이 친 뒤에야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을 치열하게 교육해 온 그에게서는 정통유림의 선비정신이 감지된다.

2013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본지 <미래한국>의 편집위원으로서 매번 편집회의에 참여하며 본지의 구성에 중요한 의견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에서 출생해 다정(茶丁)이라는 호를 쓰는 그를 만나보면 언뜻 다정(多情)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강한 경상도 말씨로 단호한 원칙론을 개진하는 그에게서 좀처럼 타협의 가능성을 점치기란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글을 읽어보면 첫인상은 뒤집힌다. 자유주의‧실용주의적 학풍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저작에서는 흔히 발상을 뒤집는 사고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강조된다.

다만 그것이 자유민주정 헌법체계 하에서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단호하게 따라붙을 따름이다. 언뜻 공존하기 힘들어 보이는 ‘원칙’과 ‘자유’의 경계선을 예민하게 추적하는 것이야말로 학자 최광을 이해하는 키포인트다.

“생애 최대의 사건이 환갑 지난 나이에 발생했다”

최광 교수는 지난 12월 4일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진행된 퇴임 고별강연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직업으로 대학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꾼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다시 태어난다면 반드시 교수를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변곡점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대처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자유주의 파노라마였던 셈이다.

최광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함께 함께 펴낸 문집 <부국안민의 길-최광의 삶과 생각>에는 그의 인생 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의 1부 ‘다정이 걸어온 길’은 그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 평전과 같은 느낌으로 소년 최광, 청년 최광의 모습을 복기한다.

상아탑(교수)과 공직(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넘나들며 화려한 이력을 쌓은 그의 65년 인생을 이 책을 ‘축복받은 삶’으로 정의하고 있다.

책의 2부는 다정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62인(혹은 그룹)의 회고담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원고는 최광 교수 자신이 2010년에 쓴 간증문이다.

“대학 시절 하숙방 친구가 목사님의 아들이었는데도 교회에 가본 일이 없었다”고 고백한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한국에 돌아온 후 이내 교회생활에 소홀해졌으나 신앙에 대한 갈급은 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0년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소개한 한 권의 책 <주여 내가 믿나이다>를 읽고 교회의 사경회에 참여하면서 그의 신앙생활은 일대 기로를 맞게 된다.

“나에게 어떻게 이런 기적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하나님과 주님을 위해 한 일이 전혀 없는데 어째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미국 유학 시절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이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구원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지내던 나한테 구원의 은혜가 어떻게 주어진단 말입니까?” (본문 61페이지)

“생애 최대의 사건이 환갑이 지난 나이에 발생했다”고 고백하는 그의 간증문은 종교가 비과학적 태도로 치부되기 십상인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에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서릿발 같은 논리를 자랑하는 경제학자인 그가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대목은 자유주의‧보수주의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2부의 회고담에는 한승수 前 국무총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아내 조순희 여사 등의 원고 및 대담이 수록돼 타인의 눈에서 바라본 다정 선생의 모습이 다면적으로 드러나 있다.

“언제나 창조적 아이디어를 목말라 갈구하라”

책의 전반부가 인간 최광의 면모에 맞춰져 있었다면 3부부터 펼쳐지는 후반부에는 학자 최광의 면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신문과 잡지에 약 530여회 원고를 기고하며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또한 학자로서 단행본 90편과 학술논문 197편을 저술했다.

<부국안민의 길>에는 수많은 저작 중에서 요점이 되는 글과 발언들이 수록돼 있다. ‘큰 시장-작은 정부가 해법’, ‘우리 사회의 리더, 이러한 사람이어야’, ‘국내에는 정통보수 드물어’, ‘공직자의 다짐은 이래야’ 등 주제에 따라 원고들이 분류돼 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글을 다양한 주제에 걸쳐 저술하면서도 그의 근본적 학풍인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게 관철되고 있다.

최광 교수는 한국외대에서의 고별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구든 누구든 만나 일상에서 대화를 할 때 그 화제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한 번 살펴보십시오. 창조적 아이디어나 생각(ideas), 일이나 사건(events), 그리고 사람(people) 중 무엇이 화제의 주된 대상입니까? 보통 이하의 사람들은 ‘사람’이, 보통 사람들은 ‘사건’이, 보통 이상의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화제의 주된 대상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에서 화제의 주된 대상은 무엇입니까?”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기나긴 세월에 걸쳐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정당성을 설파해 온 그의 종착역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향하고 있다. 정년퇴임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 다정 선생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부국안민의 길>에는 그가 품고 있는 아이디어의 골간이 그대로 집약돼 있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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