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이정희
땡큐! 이정희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1.04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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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에 기여한 사람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이 원했던 일과 정 반대의 결과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도모했던 행위가 거꾸로 상대방 진영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의외의 인물이 세계의 파멸을 저지한다. 인간, 엘프, 드워프, 호빗으로 구성된 반지원정대는 세계의 파멸을 노리는 ‘절대악’ 사우론의 힘의 원천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나선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인 ‘운명의 산’에서 절대반지를 파괴한 인물은 주인공 프로도가 아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절대반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반지를 용암에 던지는 대신 자신의 손가락에 끼는 쪽을 택한다. 사우론의 힘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악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역시 절대반지에 유혹당한 뒤 스토리 초반부터 반지를 호시탐탐 노리던 괴물 ‘골룸’은 반지를 낀 채로 투명인간으로 변한 프로도에게 달려들어 그의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골룸은 반지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행복감에 정신이 몽롱해진 골룸은 자세를 잡지 못한 채 반지와 함께 용암 속으로 빠져들었다. 덕분에 절대반지는 운명의 산의 뜨거운 용암에 의해 녹아 없어졌고, 사우론도 최후를 맞이하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번 제18대 대선은 유독 ‘골룸’들의 활약이 돋보인 승부였다. 좌파진영의 거물급 인사들은 선거 막판에 과격한 발언과 선동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했으나 이는 거꾸로 우파 유권자들을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1등 공신 이정희, "종북을 보여주마"

이런 역설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박근혜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이 후보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소속 정당인 통합진보당이 원내 5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정희 후보는 토론회 시작부터 대통령이 돼보겠다고 출마한 게 아니라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는 토론회와 청문회를 착각하는 듯했다.

그는 시종일관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인신공격과 말 끊기로만 일관하더니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자 “됐습니다”라고 말을 끊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는 언급을 한 부분이었다. 이 후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두둔하는 발언을 하다가 “남쪽 정부에서는”이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발언을 그대로 한 것이다. 참고로 이정희 후보는 과거 라디오 토론에 출연해서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묻는 청취자의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희 후보의 이런 과격한 발언과 종북적인 스탠스는 보수층 결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대선 3일 뒤인 12월 22일에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층 결집의 가장 큰 이유로 'TV토론 이정희 역효과'(31%)가 지목됐다.

총선에 이어 또 공(?)을 세운 김용민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을 뒤엎고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데에는 민주통합당 지역구 후보로 나섰던 ‘나꼼수’ 김용민 씨의 막말 파문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김 씨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모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중에 “미국 라이스 장관을 XX해 죽이자”, “최음제를 피임약으로 속여 팔아라”, “주말에는 특집으로 포르노를 보여주자” 등의 낯뜨거운 막말들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사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급속히 확산되면서 민주통합당과 김용민 후보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고, 새누리당은 승기를 잡았다.

그랬던 김 씨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충격이네요. 측근들이 자기 아버지를 신으로 생각하고, 본인은 사이비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와도 우호적인 관계이고. 개신교 신자 여러분, 이거 심각한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

기독교인들로부터 맹비난을 받는 ‘신천지’와 박 후보와의 관계를 부각시킴으로써 기독교인들의 표가 이탈하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저는 알지도 못하는 신천지 교회, 여기와 제가 또 관련 있다고 또 거짓말했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성명을 내고 “김 씨가 트위터에 올린 주장과 사진합성, 편지 조작 등으로 교묘히 위장시킨 허위 흑색선전은 유포자 김 씨에 의한 정치적 모함이며, 조작된 것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신천지를 이용해 기독교인들에게 박 후보에 대한 반발과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정당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주려는 선거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김용민 씨는 이튿날 “신천지 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트윗은 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어 문재인 후보가 ‘천지일보’에 광고를 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민주통합당의 적반하장식 흑색선전이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노인비하’ 정동영, AGAIN 2004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노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장이었던 정동영 고문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는 발언을 했고, 이는 선거 막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접전 양상이었던 이번 대선에서는 정 고문의 ‘자폭’이 8년 만에 재현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에 하는 청춘투표가 인생투표야. 인생이 통째로 걸렸어….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을 맡기지 말라”는 한겨레신문의 대담 내용을 리트윗(RT)했다. 이에 논란이 커지자 정동영 고문은 이 트윗을 삭제했지만 이미 해당 내용이 확산된 이후였다.

임수경 ‘통일특보’ 논란

선거 4일 전인 12월 1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임수경의 실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됐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통일정책특보를 맡고 있었다.

해당 동영상에는 지난 1989년 당시 한국외국어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 의원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평양 축전) 참석차 방북한 뒤 북한 내에서 활동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임 의원은 같은 해 6월 30일 평양도착 기자회견에서 “남한에서는 통일은 곧 좌경이고 용공입니다. 지금 미국과 노태우 일당은 통일이란 말만 들어도 이상하게 미친 듯이 발광을 합니다”라며 “제가 평양에 도착한 것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돌아올 때 어떻게 하면 전대협이란 조직을 와해시킬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의원은 다음날인 7월 1일 평양 축전 개막식에 전대협 대표로 입장, 사회자의 “장하다. 100만 학도의 자랑스러운 대표여”라는 소개가 나오자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유투브에서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의 종북 성향을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인터넷을 주로 하는 세대가 20대 및 30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박근혜 후보가 20대와 3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35%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으며 비교적 선방한 것은 임수경 동영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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