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금모으기 운동'을 아시나요?
미국판 '금모으기 운동'을 아시나요?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1.04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조 달러에 달하는 나라 빚 위해 성금 보내는 미국시민들


델라웨어에 거주하는 46세의 스컷 서시(Scott Soucy)는 평범한 가장이다. 육군 대위 출신인 그는 리무진을 대여해 주는 회사 사장으로 아내와 함께 중-고등학생인 3명의 자녀들이 모범시민이 되도록 지도하고 있는 좋은 아빠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컷 서시의 평범하지 않은 한 가지 모습을 지난 12월 25일 소개했다. 바로 그가 벌이고 있는 ‘나라 빚 줄이기 운동’이다.

16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빚을 줄이기 위해 그는 2년 전부터 매달 자신의 수입 일부를 공공부채관리국(The Bureau of the Public Debt)에 메일로 보내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에 소재한 공공부채관리국은 미국 정부에 필요한 빚을 빌려오고 또 이를 갚는 재무부 산하 기관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처럼 공공부채관리국에 돈을 기부해 나라 빚을 줄이자고 설득하러 다니고 있다. “미국의 모든 직장인들이 월급에서 1달러, 사업가들은 매출당 1달러를 기부하면 몇 년 뒤 나라 빚은 확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서시 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내로 가 테이블을 펼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다. 사람들은 냉담했다. ‘이미 거둬간 세금으로 해결해야지 왜 내가 돈을 기부해야 합니까?, 신뢰하지 않는 정부에 돈을 보내라구요?, 민주, 공화 정치인들의 책임인데 왜 우리가 돈을 냅니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그 빚은 우리 빚입니다. 정부가 그것을 고쳐주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냥 앉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나라 빚 줄이기는 애국운동

그는 나라 빚 줄이기에 동참하는 것을 ‘애국’이라고 말했다. “빚은 지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저는 나라를 위해 단지 돈을 보내자고 말하는 겁니다.”

그가 나라 빚 줄이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자신의 양심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군에서 6년, 육군에서 10여년을 복무하면서 그는 책임감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세웠다.

그는 전역 후 나라에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믿고 가족들과 함께 소득의 10%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빚은 정확히 갚았다.

자녀들에게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일을 해라. 그러면 대가를 얻을 것이다’, ‘빌렸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자녀들과 매년 일종의 계약을 체결해 한 해 동안 좋은 성적, 지역사회 봉사, 운동실력 향상이 있으면 iPad와 컴퓨터 등을 사준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에게 나라의 빚은 마음의 짐이었다. 나라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자신의 양심과 원칙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나라 빚에 대해 보도하는 TV를 보면서 그는 ‘이것은 아마도 내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종이를 펼치고 계획을 짰다. 미국의 모든 성인이 매월 급여 중 1달러를 내고 기업들이 매출액마다 1달러를 기부하면 수억 달러가 모아질 수 있겠다며 그러면 나라 빚을 줄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나라 빚 줄이기 위한 1달러 내기 운동’이 태동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지역 시장을 만나서 이 계획을 설명하자 시장은 시 웹사이트에 그의 구상을 올렸다. 그는 폭스 뉴스, 델라웨어 출신의 조 바이든 부통령 앞으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회사 대표들에게 찾아가 말했다.

길거리에 테이블을 펼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운동을 소개했다.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멍청하다고, 너무 순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어김없이 우체국을 찾았다.

나라 빚을 갚으라며 공공부채관리국 앞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매출이 적어 32달러를 보낸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뭔가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나라 빚 줄이기에 관심을 갖고 자기 돈을 보내는 ‘누군가’는 서시 씨 혼자가 아니다.

한 개인이 350만 달러 내기도

최근 오하이오에서 사망한 한 여성은 유산 중 100만 달러를 공공부채관리국 앞으로 전달해 나라 빚을 줄이는 데 써달라고 유서에 밝혔다. 휴스턴의 한 초등학생들은 빵을 팔아서 모은 692달러를 빚 갚는 데 써달라고 공공부채관리국에 전달했다.

이처럼 미국시민들은 나라 빚을 줄여달라며 매년 자기 돈을 보내고 있다.

2012회계년도에는 역대 최대인 774만 달러의 기부금이 순전히 나라 빚을 갚으라는 목적으로 공공부채관리국에 전달됐고 2011년에는 327만 달러, 2010년에는 284만 달러가 전해졌다.

공공부채관리국에 따르면 기부금은 100달러 이하의 적은 금액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큰 금액의 기부도 들어오는데 1992년에는 한 개인이 3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사망 후 유산을 기부하거나 그림, TV, 부동산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기대는 동일하다.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빚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IMF 외환위기 당시 펼쳐졌던 ‘금모으기 운동’과 유사한 나라 빚 줄이기 활동이 미국에서 매년 조용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시민의식과 애국심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