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육감 저지의 숨은 공로자
전교조 교육감 저지의 숨은 공로자
  • 이원우
  • 승인 2013.01.04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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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호 1번' 이상면 前후보서울대 명예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이상면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12월은 한국교육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제18대 대선으로 박근혜 후보가 선출된 것은 물론이고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정치의 희생양이 돼버린 교육현장을 다시금 교육전문가에게로 탈환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문용린 후보는 득표율 54.17%를 기록하며 37.01%를 얻은 이수호 前 전교조 위원장을 제압했다. 재선거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은 12월 20일부터 곧바로 교육감직을 가지고 업무에 돌입했다.

한편 이번 교육감 재선거는 재차 반복된 보수후보 난립으로 반(反)전교조 성향 유권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중 이상면 후보는 12월 14일 문용린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전격 사퇴해 보수표 결집에 중요한 동인을 제공했다. 이상면 서울대 명예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긴 시간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쌓아온 교육철학, 경험, 그리고 제 나름의 견해와 방법론을 책으로 엮어서 출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관심을 가져 주시는 많은 분들과 대화하며 지평을 넓혀갈 예정입니다.

-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의 의미를 복기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가 대결하는 양상이 선거 초반부터 선명히 드러났어요. 진보 쪽에서는 단일 후보가 빨리 결정(이수호 후보) 됐습니다만 보수 쪽은 단일화를 못하고 네 명의 후보가 난립했습니다.

그 가운데 누군가 용단을 내려서 보수 결집을 유도해야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제가 그것을 위한 하나의 신호탄으로서 사퇴함으로써 문 후보가 당선되는 데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놀란 것은 제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이번 교육감 재선거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무효표가 87만 표나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 부분 이상면 후보 사퇴의 여파로 분석되고 있다.)

- 진보 진영 후보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수호 후보가 출마하면서 다시 한 번 전교조 논쟁이 불 붙었는데요. 이 교수께서는 전교조 문제를 보고 계십니까.

이번에 다수의 TV토론과 사회단체 모임 등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수호 후보와도 대화할 기회가 있었죠. 그 분의 이력이 많은 분들의 거부감을 산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데는 진보적-혁신적인 성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의 기본가치를 옹호하고자 하는 보수도 물론 필요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어느 진영에 속하는지에 앞서 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해야겠죠.

저는 교육감 후보로서 교육의 중립원칙, 쌍방교육의 원칙 등을 표방했는데 이수호 씨가 내건 방과후학교보다 더 참신한 청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이수호 씨 측에서 질문을 해 왔을 정도예요.

색깔논쟁을 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가를 봐야 합니다.

다만 전교조 분들이 내거는 여러 혁신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많은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야기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이수호 후보가 진보 표를 획득하는 데 있어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 요인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 이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한국교육의 가장 큰 선결과제는 무엇입니까.

누차 강조하는 말이지만 교육의 중립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는 헌법과 교육자치법에도 명시돼 있는 것이지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진보-보수를 나눠 싸우는 일이 반복됩니다.

또한 정당의 지원사격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극적인 상황도 반복되고 있고요. 그 얘기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대선에서 승리한 진영과 교육감이 선거 결과에 따라서 대립하고 끌려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교육 파행의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말이에요.

또한 학생인권문제나 교권이 무너졌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 저는 법적 차원에서 ‘청소’를 할 게 아니라 둘 다 온전히, 교권은 교권대로 학생인권은 인권대로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다만 전교조에서 말하는 인권조례다 뭐다 하는 것들은 오히려 학생들의 인권을 좁혀서 해석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죠. 그로 인해 교권조례 등의 반작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립구조만 강화될 뿐 교실이 무너지는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소크라테스식 수업법’이 화제를 모았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공약이었습니까.

우리 교육은 그동안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었습니다. 공.사교육이 전부 그랬죠. 이런 후진적인 교육행태가 반복되면 학생들의 머리가 굳고 사고력과 인성교육 다 뒷전이 됩니다. 저는 그 점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소크라테스 문답식 교육방법은 제가 서울대에서 30년간 교수생활을 하는 동안 시도했던 다양한 교육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저 혼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다 하고 있는 것이죠. 서양문화의 융성에서 이와 같은 교육철학이 밑바탕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앨빈 토플러 역시 한국교육은 거꾸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죠. 그 많은 교육학자들이 있는데도 바로잡으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제대로 못하고 대안도 없고, 아주 통탄스러운 상황입니다. 저는 서울대 교수직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여생을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또한 문용린 교육감에게 하고 싶은 얘기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젊었을 때 고향인 충북 청원에서 상록수 운동(농촌교육빈민운동)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서 서울시도 좋고 전국적으로 새로운 교육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문용린 교육감은 평생 교육에 헌신하신 분이고 저와는 서울대 교수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나름대로 양보를 한 부분에 대해 그 분도 감사 의사를 표시해 주셨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과 그 분의 생각이 많이 다르지 않으니 서로 도울 일이 있다면 잘 협조해서 교육 환경 개선에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좋겠습니다.” (미래한국)

인터뷰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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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leim51 2013-01-12 08:44:28
이나라 미래는 후손교육이고 이런 귀한 분들이 교육감에 올라온 것은 국운이 열린다는 증거로 받습니다. 하나님께 감사^^ 미래한국편집팀들의 수고에도 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