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오버 스펙’?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오버 스펙’?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1.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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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느 수준일까? 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부족하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부족한 나라일까. 이러한 물음에 의외의 답을 주는 데이터가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 126개국의 민주주의 랭킹과 점수다.

<이코노미스트 데모크라시 인덱스>라는 이 지표조사는 선거과정, 복수정당제, 시민자유, 정부의 정치기제, 그리고 정치문화 등 5가지를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다. 2010년에 이어서 2011년에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국가들이 5위권 안에 든다.

우리나라는 이 조사발표에서 2011년 프랑스, 이탈리아를 제치고 22위를 기록했다. 점수는 8.06, 바로 윗단계 나라는 일본이고 민주주의 점수는 8.06이다.

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영국이 우리보다 4단계 높은 18위(8.16), 그 뒤 19위를 미국이 잇고 있다. 그러니 한국의 민주주의 랭킹 22위는 이들 나라들과 어깨를 견주는 셈이다. 실제로 2010년에는 영국이 19위, 그 다음 20위가 우리 한국이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21위를 차지했었다.

한국 민주주의, 프랑스-이탈리아보다 높은 英,美 수준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유럽 민주국가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은 프랑스가 29위(7.77), 이탈리아가 31위(7,74)로서 우리 보다 한참 민주주의 수준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개인들이 가장 잘사는 나라에 속하는 홍콩이 80위(5.92), 싱가포르가 81위(5.89)로서 비민주 국가그룹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영국, 미국, 일본과 거의 대등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민주적인 국가체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소득이나 국력은 그들에 비해 낮고, 비민주국가나 다름없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사람들 보다는 비교도 안될 만큼 못살고 있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 경제 자유도를 이 민주주의 지수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선정한 177개국 경제 자유국 순위에서 2012년 한국은 34위를 마크업 했다. 지난해보다 세 계단 하락한 성적이다.

재산권과 부패 지수, 정부 지출, 통화 자율성, 자유 무역, 투자 자율성 등 10개 지표를 종합 분석해 100점으로 환산 집계한 ‘2013 경제 자율 지표’ 순위를 공개했다.

한국은 총점 70.3점으로 34위를 기록해 노르웨이(70.5점·31위)와 세인트루시아(70.4점·32위), 요르단(70.4점·33위)의 뒤를 이었다.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홍콩으로 89.3점을 받았다. 홍콩은 19년 연속으로 경제 자유 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싱가포르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가 80점대를 기록하며 경제 자유도가 높은 나라로 지목됐다.

이러한 각 나라들의 경제 자유도와 민주주의 정도를 비교해 보면, 경제적 자유가 민주주의 보다 높은 소득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후진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이 잘사는 이유는?

대만의 경우를 보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의하면, 대만은 구매력 평가(PPP)를 기준으로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604달러로 세계 21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독일(3만6081달러),영국(3만5059달러), 일본(3만3885달러)과 대등하고 한국(2만2997달러)을 앞선다.

그렇다면 대만의 민주주의 점수는 얼마일까.

대만의 민주주의 순위는 37위에 점수도 7.74대로 세계 22위, 8.06점의 우리와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 대체로 인도,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정도 수준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만의 민주주의 수준 바로 위에 이스라엘(36위,7.53)이 랭킹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은 31000달러였다.

대만과 이스라엘은 모두 적대국과 마주하거나 둘러싸여 있는 나라다. 이 두 나라의 민주주의점수가 소득이나 경제자유도에 비해 낮은 이유는 그들 국가의 안보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국가 안보를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하고 있지만, 경제에는 자유도를 높여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70~80년대 종북적 사회주의 ‘민주화 운동’ 재평가되어야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대한민국은 국력에 비해 민주주의가 과잉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를 독재라고 비난하며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화인사’들은 무엇을 위한 민주주의였는지 이제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그들의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러한 민주주의였는지를 설명하라는 이야기다.

도대체 무슨 민주주의를 원했기에 그들은 마르크스와 모택동의 책을 끼고 NL과 PD로 나뉘었던 것인가? 왜 민주주의라면 응당 거론되는 로크나 밀, 홉스, 토크빌과 같은 사상가들에 대한 담론은 백안시했던 것인가 말이다.

프랑스 혁명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다시 들었듯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도 이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가 왔다. 왜 우리는 이렇게 높은 민주주의 수준을 가지고도 여전히 선진국의 문턱에서 점점 멀어져 가느냐 말이다.

안보를 높여서 적국과 대치하는 대만이나 이스라엘 정도의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낮추고, 대신 이들 나라처럼 경제자유도를 높여 ‘우리도 한번 다시 잘 살아보세’ 운동을 해보면 어떤가?

민주주의 세계 최하위, 경제자유도 세계 최하위인 북한이라는 소위 ‘불량 깡패 꼴통국가’가 여전히 우리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위협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말이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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