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젊은 K군에게
20대의 젊은 K군에게
  • 미래한국
  • 승인 2013.01.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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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세계를 인지하는 나름대로의 고집과 방식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치거나 다른 입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있어서 어느 시대나 세대간의 마찰은 항시 있어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얼마동안은 전중세대와 전후세대간 좌우이념 갈등과 대립으로 나라가 둘로 나누어지는 비운을 자초했습니다.

그 후 남한사회에서는 계속되는 권력쟁탈의 정쟁과 불순사상 명분으로 정적을 제거하려는 알력싸움이 정치지면에 깔려 있었던 시기가 계속 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과하면서 우리 사회는 서로 등을 돌리며 포용하려 하지 않는 적대의식이 사회의 각계층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가 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분출돼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겨우 키워온 파이의 불평등한 분배와 부정부패 문제를 놓고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대결로 서로 관용의 여유를 보일 수 없던 역사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노인은 노인의 고집대로, 그리고 젊은이들은 묵은 세대에 대한 불만으로 각기 다른 의식세계의 높은 벽을 쌓아 올리면서 또다시 세대간의 배척과 불신을 부추겨 왔습니다.

또한 생활과 문화의 진보 템포가 가속도로 빨라지는 가운데 세대간 단절 벽의 스펙트럼이 과거에는 30년 단위이던 것이 요즘에는 20년 또는 10년 단위로 분화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어의 모든 영역에서 서로 구획폭을 좁혀나가는 추세입니다.

10년의 나이차만 나도 이제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도, 또한 상대방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도 없는 막막한 단절의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 저변으로 확산돼오던 느슨하던 상호 불신과 적대감은 대선이라는 분수령을 계기로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선에서 분출된 세대간 불협화음

지난 연말 대선은 우리에게 이런 세대간 불협화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방아쇠가 됐습니다. 정치이념상으로 지지계층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선 것처럼 세대간에도 기득권유지와 이에 대한 집단 저항에서 분명한 틈새가 빚어졌습니다.

그리고 세대간에 대권후보들에 대한 好, 不好의 노골적 입장 표현으로 나타난 감정적 대립의 후유증은 심각한 분열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분열과 갈등은 단순히 젊은층과 노인층으로의 이분법적 나눔으로 정형화됐다기보다는 이른바 20대와 3040세대, 그리고 5060세대라는 10년 단위 연령별로 분산된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는 소득, 학력, 직업, 그리고 지역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정치이념과 역사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의 차이뿐만 아니라 당면 현실 상황에서 각자 이해관계의 차이로 그런 연령세대별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마다 사회인식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달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특정후보에 대한 편애나 편견이 도를 넘어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방을 불구대천 원수로 간주하고 분열을 가속화시키려는 일부 과격한 행동에 있습니다.

70이 넘은 내가 오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선거에서 자기네들과 달리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그를 당선시켰다는 이유로 선거 이후, 일부 젊은이들이 부모세대에게 막말과 비방을 쏟아내면서 “대한민국이 차라리 망해 버려야 한다”며 극한적 막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NS 등을 통한 비난도 도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나이 먹은 “꼰대들”이 유신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며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부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의 전철 무임승차 폐지와 자리양보 거부운동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기초노령연금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합니다.

젊은이들의 정치신념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막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과거정권과 현 야당의 실세 정치인이 자신도 중늙은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 채, “늙은 꼰대들은 투표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든지, “60.70세의 꼰대들에게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하며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노인폄하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회를 살며 아연실색할 뿐입니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과 단절은 역사교육의 실종과 인간상실의 심화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 책임은 젊은이들에게 역사교육과 윤리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기성세대가 져야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노인들을 걸림돌로 여겨 배제하려 하는 경우는 구약시대 솔로몬왕의 아들 르호보암의 경우도 그랬고, 오늘날도 정치와 기업 그리고 교육과 종교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싫든 좋든 오늘이 있는 것은 어제의 역사와 노력의 산물입니다.

세대 갈등은 실패한 역사·윤리교육 때문

젊은이들이 선대들이 일궈놓은 역사의 발전 과정을 알기나 합니까?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성장한 K군 세대가 일제하에서 순국한 선열들이나 6·25동란에서 나라와 체제를 지켜낸 앞선 세대의 희생, 4·19세대의 부정불의에 대한 저항운동, 5·16 군부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당시 국가상황, 그 다음에 따라온 국가경제의 개척으로 현재 이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문화대국으로 도약하기까지, 일생을 바쳐온 앞선 세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진지한 마음과 거시적 안목으로 평가해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기껏해야 한일국교정상화를 반대했던 6.3세대의 맥락을 이어 80년대 민주화물결의 후광 속에 나타나 지금은 전혀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입니다.

소위 자칭 민주화세대들은 이승만, 박정희 정권 하에서 사상범으로 몰려 숨죽이고 있다가 80년대 밖으로 나와 억압당한 지난 세월의 한풀이굿판을 벌이며 자라나는 세대들의 의식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K군과 같은 20대는 아직 풋풋하며 탄력이 넘치는 세대입니다. 순수하면 쉽게 물들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맑은 물이 계속 솟구쳐 나오면 그 흐리게 하는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여러분들의 순수성과 지성이 융합돼 새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게 되면 여러분들은 우리 역사의 진로를 바로잡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이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여명의 빛을 이번 대선에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중심을 지킨 상당수의 20대의 젊은이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의 복이었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제도와 사상, 그리고 가치관과 문화풍습이 급속히 바뀌어가고 있는 오늘날, K군 세대의 바른 역사관과 세계관이 이 나라의 미래를 발전시키게 될 것입니다. 부디 젊은 시절 부단히 배우고 생각하며 세대간 통합과 민족통일을 목표로 정진하기를 빕니다. (미래한국)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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