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들
중국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들
  • 미래한국
  • 승인 2013.01.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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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어떤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


지난 2012년 12월 28일부터 2013년 1월 3일까지 중국 연변지역을 다녀왔다. 이번 중국행은 연변지역에 숨어살면서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탈북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늘 그렇지만 연길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연변지역의 겨울날씨가 너무 춥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연변의 날씨보다 더 추운 것은 중국에서 숨어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중국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들 중에는 북한에서 어려서부터 떠돌이생활을 하던 꽃제비 출신의 소년들과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왔던 소녀도 있었다.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할 나이지만 북한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한 전쟁터에 내몰리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북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청소년들은 나라의 왕이다’라고 떠드는 북한에서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고향이 강원도 원산인 16세 소년은 2006년 4월 부모가 굶어죽자 한순간에 꽃제비가 됐다. 이후 그는 다른 꽃제비 아이들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북한 전역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북한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중국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그들은 나서 자란 고향과 부모 형제를 떠나 생명을 걸고 압록강, 두만강을 건넜다.

하지만 중국에서 또 다른 두려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바로 중국 공안당국에 의한 강제체포와 강제북송, 그리고 인신매매단에 의해 성적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어떤 희망도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의 어두움이 깔려 있었다. 탈북 청소년들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거나 인신매매단에 걸려들지 않고 하루하루 맘 편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중국 공안당국은 중국 내 탈북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체포와 강제북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탈북 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한순간에 인신매매단에 걸려 중국 전역의 산간오지로 팔려간다.

인신매매단에 걸리면 그 순간부터 탈북 여성들은 짐승보다 못한 성적 노예의 취급을 받게 된다. 인신매매단은 탈북 소녀들도 가리지 않고 인신매매한다.

북한의 량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한 탈북 소녀는 지난 2012년 9월 초 17세의 나이에 인신매매단에 의해 중국 돈 3만 위안에 요녕성의 한 시골마을의 50대 한족 남성에게 팔려갔다.

이 탈북 소녀는 한족 남성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성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현재 이 소녀는 한 선교사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만 오늘도 인신매매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위험한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탈북 청소년들만의 규칙이 있다. 그들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 오직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자기 자신이라도 믿고 의지하는 탈북 청소년들은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있다.

대다수 중국 내 탈북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도 믿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탈북자인 자기 자신이 중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탈북 청소년들은 주위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위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다.

낮이면 중국 전역의 중소 도시들을 떠돌며 자신들만의 규칙대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밤이면 중국의 밤하늘을 바라보고 신세를 한탄하며 두려움 속에 눈물로 새운다.

나는 중국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처량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저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죄인가 아니면 저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독재정권이 죄인인가.

언젠가 역사는 반드시 300만 명 이상의 아사자와 15만 명 이상의 탈북민을 만든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세습독재정권을 준엄히 심판할 것이다. 중국정부도 유엔이 인정한 탈북난민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고 강제체포, 강제북송을 하루 속히 중단하고 북.중 국경지역에 탈북민들을 위한 난민캠프를 건립해야 한다. (미래한국)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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