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 청년운동의 10대 과제
보수주의 청년운동의 10대 과제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3.01.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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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회전>(America’s Right Turn)을 읽고
 

2013년 새해가 밝아왔다. 지난 호에서 “2013년을 ‘한국 현대 보수주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이 화두를 부여잡고 새해 벽두를 보냈다. 5년 전을 회상해 보았다. 보수진영은 바로 2008년 1월에도 대선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니 500만 표 차이에 취해 있었다.

이제 종북좌익세력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며 ‘보수우파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횡행했다. “난(亂)이 끝났으니, 이제 의병들은 생업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했다. 일부는 관직을 얻어 들고 가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대오를 유지하고 보수운동을 계속 전개한 사람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선 후에도 지속가능한 보수시민사회 조직 필요

그러나 ‘난(亂)’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젊은 세대의 이념적, 문화적, 지적 헤게모니는 여전히 저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저들은 다시 ‘민란(民亂)’을 조직하고, 이른바 ‘2013체제’ 구축 투쟁에 돌입했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관군(정부기관과 여당)은 저들의 파상 공세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념’(ideas)이란 정치투쟁에서의 가장 중요한 무기를 저들에게 내줬기에 더욱 그러했다. 2010년 지자제 선거 이후 저들의 ‘진보 집권 플랜’이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확산되기 시작, 다시 ‘의병’들이 전선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정말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성’(城)을 지켜냈다.

이제 ‘의병’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모든 의병이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의병을 관군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관군(정부기관과 여당)과 의병(운동조직)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 보수우익은 정부기관과 여당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했다. 이것이 우리 보수우익의 약점이었다. 정부나 여당과는 구별되는 강력한 ‘보수시민사회’를 조직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직업 활동가’가 배출돼야 하며, 이러한 직업 활동가를 뒷받침해 주는 ‘예비군’과 그 예비군의 ‘연락 및 동원 체제’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리처드 비거리와 데이비드 프랭크의 공저 <미국의 우회전>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리버럴 헤게모니’(liberal hegemony) 하에 있던 미국에서 어떻게 보수주의운동을 조직하고, ‘보수주의 헤게모니’(conservative hegemony)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에 관한 책이다. 당(party)와 운동(movement)이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운동을 조직해 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운동을 조직하려면 다음의 4가지가 필수적이다.

첫째, 대중을 동원해 내고 조직할 수 있는 ‘불타는 이슈’(burning issue)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한다고 행동으로 옮기거나 조직화되지 않는다. 그 이슈에 공감하더라도 ‘미지근한 이슈’(lukewarm issue)라면 조직화되지 않는다.

그럼 어떤 이슈가 ‘불타는 이슈’인가? 우선 ‘존재의 위기의식’이다. 자신들의 삶의 존재 양식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야말로 보수주의운동의 가장 강력한 이슈이다.

지난 12월 대선은 유신세대인 50대가 똘똘 뭉쳐서 ‘유신의 딸’에게 표를 몰아 준 선거이다. 50대라고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체제 붕괴 위기가 만들어낸 ‘불안’(아니 ‘공포’)이 사소한(?) ‘불만’을 눌러 버렸던 것이다.

보수주의 운동 조직에 필요한 4대 과제

그러나 대중조직운동의 기본 이슈는 자기 이익(self-interest)과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이다. 아직 우리 보수주의운동은 이 점에서 취약하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보수주의운동 조직체는 ‘백화점식 운동조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대중의 구체적 이해에 근거한 ‘이슈 중심 대중조직’을 건설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중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권력의 남용과 부패 문제이다. 흔히 이 문제는 좌익들의 전유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좌익이 기득권층으로 진입해 들어와 있다. 자신의 생활과 주장하는 바가 전혀 동떨어진 ‘강남 좌파’에 대한 공격, 부패한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간부들에 대한 폭로, 그리고 지방정부나 국회 등에 포진한 좌익진영의 부정부패에 대한 집요한 공세야말로 결코 늦춰서는 안 될 이슈들이다.

둘째, ‘헌신적 전위’(dedicated vanguard)가 필요하다. 보수주의 대중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보수주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조직된 보수주의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흔히 대학생 보수주의운동이 힘들다고 말한다.

힘들다는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30% 이상이 박근혜에게 표를 던졌다. 우선 이들을 조직하자.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 수는 약 730만 명이었으며, 65%가 투표했다. 그렇다면 20대의 180만명 이상이 박근혜에게 투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180만 명 1%만 조직할 수 있어도 1만8천명이다. 아니 0.01%인 180명만 잘 조직하더라도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다. 즉 조직 가능한 사람들을 먼저 조직화하는 것이 사업의 우선순위이다.

‘헌신적 전위’가 있어야 ‘운동으로서의 자기 정체성화’(self-identification as a movement)가 확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정체성화’의 기본은 이념(ideas)이다.

이념은 결과를 가지며(Ideas have consequences), 따라서 ‘헌신적 전위’ 양성의 주요 대상은 젊은 지식인과 대학생이 돼야 한다. 이러한 ‘젊은 전위’ 확보 투쟁은 이념적, 문화적, 지적 헤게모니 쟁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조직과 이념을 연결시킬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communication network)가 필요하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없다면 조직도 이념도 고립 분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가 레닌이 그의 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선동가이자 선전가이며 조직가인 정치신문을 조직해 낼 것을 역설했던 것이며 미국 보수주의운동에서도 바로 그러한 역할을 담당했던 윌리엄 버클리의 <내셔널 리뷰>가 존재했던 것이다. 미국 보수주의운동의 원년을 <내셔널 리뷰>가 창간된 1955년으로 잡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넷째, 돈이다. 체계적인 자금 펀딩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운동은 성장 발전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상술하겠다.

보수주의 청년학생 6대 조직방안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보수주의 청년학생 조직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선진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활동력이 강한 부분을 우선 조직해야 한다. 대중성이 없다고 한탄하지 마라. 지금 중요한 것은 ‘잘 조직된 소수 정예’이다. 바로 이들을 통해, 대중화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대학생 사업의 대부분은 무차별 대중을 상대로 ‘교육’(혹은 강연)하는 것에서 그친 경우가 많았다.

둘째, 리더를 길러야 한다. 정치와 대중운동은 ‘의인화’를 통해 이뤄진다. 특정 정치세력과 이념은 특정 인물을 통해 대변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아직 보수주의 학생운동의 아이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스타를 ‘의식적’으로 양성해 내야 한다.

그런데 대학생 조직을‘순종적 청중’ 조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리더가 아니라 ‘어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연락병’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셋째, 개별 캠퍼스 조직을 건설해 내야 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보수주의 학생조직은 대학 연합체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 학내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넷째, 이론공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학생 교육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어른들의 ‘시국강연’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국강연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한계 역시 명백하다. 높은 수준의 이론으로 무장된 소수 정예의 양성이 시급한 것이다.

다섯째, 보수주의 교수 조직을 만들고 대학원에서의 담론을 장악해 들어가야 한다. 청년 학생운동의 기본은 ‘이념’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회과학 및 인문학 분야 대학원에서의 담론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수주의 학생운동 출신들의 사회 진출을 도와줘야 한다. 미국 보수주의운동은 ‘저널리즘 학교’, ‘의원 보좌관 학교’등을 개설, 이들의 사회적 진출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적극 지원하였다.

보수주의 학생운동 출신자들의 언론계, 문화계, 정치계, 학계로의 성공적 진출은 보수주의 사회운동과 보수주의 학생운동을 동시에 강화하는 주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 (미래한국)

황성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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