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국민연금의 포효, 주주의결권 행사
공룡 국민연금의 포효, 주주의결권 행사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1.31 10: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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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기금 총 426조9305억원의 거대 공룡 국민연금이 경제민주화라는 트랙에서 큰 소리로 포효하고 있다.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의 경영의결권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대 공룡이 움직이면 기업 경영진은 아예 쑥밭이 돼 버린다.

지난 25일 국민연금은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의 회사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동아제약이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영업이익의 50%를 넘게 내는 박카스 사업을 비상장회사에 넘길 경우 이익이 지배주주에게 몰려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동아제약 측의 주요 주주들과 경영진은 이날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2003년 782건에서 2009년 200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총 2565개의 기업 주주총회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은 이중 12%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율은 2008년 5.4%에서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 등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반대의견의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6.6%로 증가해 의결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목적은 기금자산의 증식, 가입자 및 수급자의 이익 추구, 장기적 주주가치 증대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주식에는 의결권이 있으니 국민연금이 그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나 미국 최대 사학연금인 ‘티아 크레프(TIAA-CREF)’ 등의 연기금도 의결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기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성 기금이 아니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 규모 또한 미국 자본시장의 크기에 비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국민연금, 주주의결권 행사 전문성 없어

국민연금의 주주의결권 행사는 좀 더 다른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경제학적인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로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전문경영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강성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연금은 독점적인 공공연금이기 때문에 시장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제고해서 투자자의 이익을 증진할 유인이 약하다는 이야기죠. 더욱이 국민연금은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기 어려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국가독점 보험인 국민연금은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2010년 6월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103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기업의 대주주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의 의결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전문 인력을 동원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인력 및 보수에 한계가 있어서 기업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과 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강성원 연구위원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 미국의 연기금 문제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공적 성격을 띠는 연기금의 주주행동권은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사회학자들 사이에 커다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주제였다. 1976년 피터 드러커는 <보이지 않는 혁명>이라는 저서에서 노동자들의 연금이 기업의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에 ‘연금 사회주의’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가 의욕적인 CEO 데일 한센을 맞아 1980년 말과 90년대에 주주행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던 것은 미국 재계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캘퍼스는 1992년 GM의 로버트 스템펠 회장을 ‘무능력한 지도자’로 낙인찍어 축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뒤이어 코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웨스팅하우스, 애플의 경영진들이 줄줄이 물러나는 사태가 왔다.

1999년 캘퍼스는 미국 기업들에게 임박한 Y2K문제로 지분 조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 2000년대에는 기업들에게 환경과 노동조건 개선과 같은 문제들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캘퍼스의 주주행동은 그러나 2003년 뉴욕타임스가 분석 보도한 것처럼 “요란만하고 효과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현장에서 캘퍼스의 주주행동을 10여년간 연구해온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우심(Useem)과 같은 학자들도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연기금의 주주행동은 실제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캘퍼스의 주주행동은 반기업, 친노동적 성향이라는 낙인을 얻었고 캘퍼스의 기금 운용의 목적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미국도 실패한 연기금 사회주의

그렇다면 우리 국민연금이 이렇게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눈치보기에 나섰다는 점을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기능 강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연원은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연기금 주주제도를 거론하며 “(국민연금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도 이건희 회장보다 많다”고 발언해 재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포스코, KT, KB금융, 하나금융 등의 최대 혹은 주요주주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주주의결권 참여는 ‘사회적 공헌’을 내세웠던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금 주주제는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었다. 다름 아닌 연기금의 수익성 제고와 사회 공헌이라는 목적 간에 충돌하는 의사결정 구조였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주주기업의 가치 제고를 견인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문제에서 국민연금의 점수는 제로에 가깝다는 비판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허위 제안서에 속아 한 펀드에 투자를 했다가 9억5600만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진 사례도 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허위제안서로 투자를 제안한 자산운용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투자제안서가 허위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이 준공무원제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자기 책임이 없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자기 조직조차 방만한 경영으로 관리를 못하면서 과연 주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설령 그러한 문제를 별개로 치더라도, 경영에 대한 판단은 경영진과 수시로 접촉하고 거의 일상을 같이하기 전에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연금 주주제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경영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에 대한 찬반 양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주가치 향상에 위배되는 기업의 전횡을 견제하는 수단이라는 긍정적 역할이라는 찬성론과 기업경영활동의 자율성 침해로 인해 자칫 관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반대론이 그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과도한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지배력을 감안할 때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기업들은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에 토를 달수는 없지만 정부로부터의 완전히 독립적인 의사판단 결정기구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도 있다.

정부 편향 국민연금의 정치성이 문제

이러한 재계의 우려는 괜한 엄살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익집단의 압력을 배제하기 어렵고, 따라서 의결권도 투자자의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예산심의 혹은 법률 제정과 같은 의회의 감시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통해 특정 이익집단에게 재원을 배분할 수는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이익집단은 의회의 감시를 거치는 예산 배분 혹은 입법 절차보다는 불투명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통해서 지대를 추구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죠. 혹자는 기금운용과 관련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20명 위원 중 정부위원과 국책연구소장 등 정부 관계자는 8명밖에 안 된다며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대표의 의사에 반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단 한 주의 의결권도 갖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조차도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대기업이 국민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가격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은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여’ 의결권을 행사(제4조의 2)한다는 모호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 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할 길을 열어 놓고 있고, 의결권 행사지침을 검토 및 확정하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역시 ‘전문성’과 ‘대표성’을 반영해 선임되기 때문에 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하는 대리인의 진입이 가능한 구조다.

국민연금이 정부기구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금운용 개입이 정당화되는 한, 이와 같은 정치적 개입은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의결권 행사는 기업의 가치를 저해하여 기업 주주의 재산권과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래서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국가독점 해제해야 할 때

국민연금은 사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2044년에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돼 제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자의 비중은 2002년 42.5%에서 2008년 57.2%로 증가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부진하여 직장가입자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008년 신용불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활용해 부채를 상환하도록 허용한 것과 같이 단기적인 편익을 도모하는 기금 전용 사례도 나타난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2007년 국민연금 개혁 이전에도 지적되었던 사항들이다.

연금개혁 이후에도 똑 같은 문제점들은 되풀이해서 지적된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성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근본적으로 남의 돈과 내 돈이 섞여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이 개인의 저축을 대행하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세대 간에, 그리고 세대 내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개인의 미래 소득은 스스로가 저축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국민연금처럼 고정급을 지급하는 연금 상품에는 가입자의 수명이 예측보다 늘어나면 손실이 발생하는 장수위험(longevity risk)이 존재한다. 가입자 개개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장수위험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상품의 공급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연금의 실질가치를 보장하는 실질연금(real annuity) 시장은 선진국에서도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최근 그 수급연령을 상향조정했다. 문제는 새로운 가입자들이 늘어나야 함에도 그럴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적게 걷고 많이 주는’ 방식의 우리 국민연금이 이제는 기업 경영에 나서 권력을 휘두르면 멀지않은 시점에 ‘대국민 국가 금융피라미드 사기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연금은 이제부터라도 수요자가 원하면 중도해약(Opt Out)을 통해 적립금을 돌려주고 부분 민영화를 통해서라도 정부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주장하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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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7000 2013-02-08 18: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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