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로써 우리도 '우주 선진국'을 향한 꿈을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른바 '스페이스(우주) 클럽'에 1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들의 염원을 싣고 나로호는 발사 예정 7년을 넘겨 우주로 날아 올랐지만 정작 지상에는 수많은 숙제들을 남겨놓았다. 러시아와 맺은 여러 계약들과 협정의 이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로호의 발사를 러시아에 맡겼던 이유는 발사대행이 아니라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거부했고, 러시아가 선택된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 의회는 2005년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체결한 '위성발사체 설계기술 협력 등을 위한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가 대한민국에 이전하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액체연료저장을 위한 상세설계 기술
▲발사체의 1단 이외의 핵심기술
▲발사체와 발사대를 연결하는 기술
▲발사대 운용기술

문제는 러시아 의회 비준과정에서 ‘발사체의 1단 기술’이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에 따라 가장 중요한 1단의 기술 이전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초 나로호 발사의 목적에 상당한 차질을 불러오게 됐다.

일본의 경우 1970년에 완전한 국산의 고체연료 로켓 람다 4S로 최초의 인공 위성의 궤도투입에 성공한 후, 미국에서 액체연료 로켓(Delta)의 1단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자체 생산하고, 1975년 N-I부터 1992년 H-I 로켓에 사용했다. 고체연료 로켓의 전부와 액체연료 로켓의 상단은 국산으로 개발하고, 액체연료 로켓의 1단은 미국에서 생산면허를 들여와 자국에서 제작에 성공하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사용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 나로호의 경우, 1단 발사체의 자체기술 개발은 러시아에 의존해서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계약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었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한 30일, 정부는 러시아의 힘을 빌린 나로호와는 달리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 일정을 대폭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SLV-Ⅱ)의 발사 시점을 당초 2021년에서 2018~2019년으로 2~3년 앞당기겠다는 우주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그렇다면 결국 나로호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발사체 기술이전 실패, 후속 개발 천문학적 비용은?

나로호는 당초 2005년 9월경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위성 핵심 탑재체 해외공동개발 차질과 한·러시아간 우주기술협력 지연, 나로우주센터 사업비 증가 등으로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수정되어 왔다.

당연히 비용도 처음에 계획된 것 이상으로 상승해서 3차발사에 투입된 비용은 총 5,205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한국형발사체(KSLV-Ⅱ)' 가 98% 이상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비용이 3조~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국제경제가 침체일로에 접어들고, 우리 경제의 활력도 불투명하며, 천문학적 복지예산의 갈등속에서 과연 나로호의 한국형 개발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후속 개발에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게 되면 그 만큼 진전되는 발사체의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비효율은 증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나로호에 대한 정부의 보다 분명한 대책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러시아로부터 이전 받는 기술은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인지, 그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이 가능한 것인지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러시아로부터 과거와 같은 협상의 형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전의 비용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옳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러시아라는 특이성을 가진 국가와의 협상에서 기대할 것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