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레이건을 예고하다
대통령 레이건을 예고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1.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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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영화산책: 레이건 주연 '법과 질서(Law and Order)'
 

<법과 질서(Law & Order)>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법정 드라마인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계속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 검사역으로 출연한 프레드 톰슨, 이력이 특이했다. 실제로 검사 출신이었다. 그가 배우가 된 것은 변호사 시절 주지사와 맞섰던 소송사건이 1985년 영화화되면서였다.

감독이 아예 톰슨 자신에게 주연을 맡긴 것이다. 그는 1992년에는 또 하나의 이력을 추가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테네시 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 덕도 있었을 것이다.

2007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톰슨은 출마선언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지지도 1위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한때나마 기대를 모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공화당 전통 보수층이 그에게서 레이건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같은 배우 출신, 정치적 성향도 비슷했다. 레이건은 지금도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인기 1위다. 이런 레이건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는 건 큰 강점이었다.

<법과 질서>는 톰슨에게 정의를 수호하는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와 함께 전국적 지명도와 인기를 안겨줬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레이건과 또 묘한 인연이 있었다.

1953년 배우 레이건이 주연한 서부극 한 편이 있다. 흔한 줄거리다. 레이건이 강직한 보안관으로 나와 악당 출신 세력가로 인해 혼란스러운 마을의 질서를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의 제목이 하필이면 <법과 질서(Law and Order)>였다.

레이건, 좌익과 맞서면서 보수주의자가 되다

레이건은 배우 시절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톱스타 반열에 오른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할리우드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활동이었다. 레이건은 1946년부터 1952년까지 영화배우조합에서 핵심으로 활동했다.

1947년에는 전미 영화배우조합의 위원장이 되기도 했다. 레이건이 영화배우조합 활동에서 가장 힘을 쏟은 것은 좌익들과의 투쟁이었다. 미 영화계는 지금도 소위 진보적 성향이 강하지만 당시에는 더욱 극심했다. 레이건은 이들 영화계 좌익들과 주먹다짐은 물론 테러위협까지 받아가면서 맞섰다.

사실 레이건은 원래는 민주당원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책 없는 리버럴리스트’였다. 그러던 그가 좌익과 직접 맞서면서 보수주의자로 변모해 갔다.

<법과 질서>는 그의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듯한 영화다. 영화 초반부 한 악당을 체포해 마을로 향하던 장면, 공동묘지 앞 팻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씌어 있다.

“당신은 톰스톤으로 향하고 있다. 나그네여 우리에겐 법과 질서가 있다. 여기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몇몇 놈들이 누워 있다.”

레이건은 결국 1962년 공화당에 입당했다. 1964년 대통령 선거, 레이건도 찬조 연사로 나섰다. 그런데 공화당 후보 골드 워터는 미 대선 사상 가장 기록적 참패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대선에서 미래의 보수주의 스타가 한 명 탄생했다. 레이건이었다. 그의 명연설은 대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강력한 인상을 남긴 레이건은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다. 55세 때였다.

주지사가 된 레이건은 반전운동으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대학가를 주방위군을 출동시켜 진압했다. 비난이 쏟아졌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임을 누구보다 굳게 믿었지만 동시에 ‘법과 질서’가 없이는 자유를 지킬 수 없다는 것 또한 확신했다. 1981년 70세의 나이로 미국의 40대 대통령이 된 레이건, 이제 그가 맞서야 할 자유를 위협하는 상대는 소련이었다.

'악의 제국‘과 데탕트? 무의미했다. 힘으로 맞섰다. 그리고 승리했다. 돌이켜보니 <법과 질서>는 마치 그 모든 것의 예고 같은 영화다. (미래한국)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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