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K팝스타' 잘 보고 계십니까?
'무한도전', 'K팝스타' 잘 보고 계십니까?
  • 미래한국
  • 승인 2013.01.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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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미디어워치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뜬금없이 가요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1월 5일 방송된 ‘박명수의 어떤 가요’ 편에서 발표한 신곡들이 국내 음원차트를 무더기로 휩쓸자 가요계가 반발하며 벌어진 일이다.

급기야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보도자료를 내고 “방송사가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서민 친화를 표방하는 <무한도전>이 하루아침에 소규모 음반제작자의 시장을 교란하는, 골목상권에 침투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대형마트 정도의 ‘괴물’이 된 형국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팬들의 반론이 흥미롭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요를 만드는 것이 안 된다면 가수도 MC를 보거나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는 식이다.

가요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양현석 씨도 “음원의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며 <무한도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대형마트의 강제휴일 논란 당시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제기하지 못했던 ‘소비자 주권’이라는 논리가 가장 진보적이라는 대중문화계에서 대두된 셈이다.

특이한 점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SBS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2>도 ‘예능+가요’ 형식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주최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돌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대표적 가요 제작사들이 심사와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최종 캐스팅하는 방식이다.

<무한도전>을 비판했던 논리를 빌리면, <K팝스타>는 유통 대기업이 대형 제조사와 담합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다. 방송사가 음원을 만들 뿐 아니라, 대형 기획사와 ‘담합’해 가수를 길러내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이나 <K팝스타> 모두 시청률이 꾸준하고 그래선지 이들이 배출해낸 음원이나 가수의 인기도 높다. 물론 여기서 생산된 콘텐츠가 음악적으로 훌륭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에 대해 시청자가 만족하고 즐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철저하게 소비자 위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K팝스타>에서 보이는 경쟁의 미학도 흥미롭다. 가수 지망생 간의 온몸을 던지는 경쟁은 당연하다. 여기에 심사와 트레이닝, 캐스팅 권한을 가진 가요기획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각 회사 대표들이 행하는 평가와 훈련법, 캐스팅 능력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설득력이 없으면 시청자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심사위원도 교체될 수 있다. 조금 과장하면 참여한 기획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쯤 돼서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만약 대중문화에도 우리 사회 다른 분야처럼 정부의 규제가 개입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아마도 <무한도전>이나 <K팝스타>도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무한도전>의 한 팬이 했던 말처럼 가수는 노래만, 개그맨은 웃기기만 해야 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실제로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우리 사회는 경제계의 <무한도전>이나 <K팝스타> 같은 히트 상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든다. 대중문화처럼 규제보다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면 경제계의 ‘한류’ 상품도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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