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정책 기조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가 떠올랐다. 지식과 문화의 시대에 적합한 키워드다. 그 핵심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경제운영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의 방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지식경제를 화두로 내놨다. 지식사회로 옮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구호였다. 지식경제부라는 거대부서가 태어났고 미래기획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의 활동도 화려했다.

막대한 연구비와 지원정책이 뒤따랐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내수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정부는 동반성장과 복지 확대에 몰입했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정부 부채는 늘어만 갔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고 기운 넘치는 일이지만 현실감 없는 계획은 실패를 부른다.

창조경제는 성장잠재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 정책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을 중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러모로 유익하다. 모든 분야가 혁신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창조경제가 연구개발과 정보통신 분야에 특별히 강조될 이유는 없다. 창조경제는 모든 산업에 접목돼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생산성이 뒤처진 농업·서비스 분야에 더 필요하다. 사실 농림축산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더 치열하게 창조경제에 몰입해야 할 부서다.

연구개발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GDP 대비 R&D투자액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자는 생각은 위험하다. 본질을 보지 않고 껍데기만 흉내내는 꼴이다. 성과는 연구개발비가 많고 적고의 차이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쓰는 연구개발비는 공짜가 아니다. 국민이 소비를 포기하면서 그 비용을 부담한다. 정책의 방향이 좋으니까 따지지 않고 쓰자는 것은 또 다른 유형의 포퓰리즘이며 퍼주기다.

‘갖다 쓰면 임자’인 돈은 늘 낭비를 부른다. 어려우니까 도와주자는 생각에 빠지면 과학도 복지의 대상이 되고 기업도 복지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 경제의 앞날은 캄캄하다.

창조경제 성공의 열쇠는 분명하다. 세금으로 지원한 사업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그 효율성을 따지는 일이다. 지금은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과제다.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속 가능한가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지원정책은 늘 화를 불러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붐에서 정부실패를 경험했다. 또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부가 일정기간 지원금을 쏟아부으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경제발전의 핵심은 경쟁이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도 경쟁과 개방의 산물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보다는 보호와 지원이 우선시되면서 활력이 떨어진 상태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반시장적 규제와 지원정책이 존재하는 만큼 정책 효과는 떨어진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성과 평가와 규제 개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미래한국)

최승노 편집위원 (자유경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