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돼버린 한국의 보수?
홍길동이 돼버린 한국의 보수?
  • 이원우
  • 승인 2013.02.01 11: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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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從北)을 종북이라 말하지 못하고…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습니까?” 이제는 수식어마저 애매해진 안철수 前 후보가 자신의 부친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진 이 한마디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어쩌면 공감이라기보다는 그 말 자체가 안철수의 장기인 ‘힐링’이었는지도 모른다. 유명인사가 ‘북한문제에 둔감해져도 관계없다’는 사인을 보낸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이 북한 정권의 위험성에 대해 둔감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의 주가 흐름은 한국인들이 대북 리스크에 지나치게(?) 적응돼 있다는 신호를 보여줬었다.

사망 발표 당일 63포인트나 하락했던 주가는 다음날 20일 바로 회복되며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온한 일상이 반복됐다. 1‧2차 연평해전(1999, 2002년), 1‧2차 핵실험(2006, 2009년) 때도 흐름은 비슷했고 작년 12월 은하 3호 발사 시점에는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북한 정권의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안보의식을 자극하는 시도는 흔히 ‘북풍’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대다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감(共感)이 공인(公認)되기까지 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21일 국가정보원은 국내 거주 탈북자의 42%에 해당하는 1만여명의 명단과 동향 등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서울시청 현직 주무관인 유모 씨(33)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안철수가 다시 한번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서울시청에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미홍 “박원순, 이재명, 김성환은 종북 성향”

서울시민, 혹은 한국인들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 간첩사건 직전에 일어난 ‘정미홍 트위터 논란’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서울올림픽 메인 앵커와 서울시 최초의 홍보담당관으로 활동했던 정미홍은 현재 더코칭그룹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업을 이끌고 있다.

1995년에는 <자신의 날개로 날 때 아름답다>는 책에서 여성 아나운서 성상납 관행을 지적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고, 1990년부터 15년간 난치병 루프스 투병생활을 하며 세 번의 고비를 넘긴 사실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정미홍이 문득 2013년 1월에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그녀의 트위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을 ‘종북 성향’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발하며 정보통신망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성환 구청장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이 발언에 대해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좌익계열 인사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다음은 이재명 시장의 인수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통합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의 논평이다.

“(정미홍의 발언은) 성남시민과 야당을 싸잡아 색깔공세를 퍼붓는 것이며 명백한 유신적 사고 … 무상급식을 내걸고 당선된 성남시 공동정부가 과연 종북인가.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매카시즘과 기회주의로 가득 찬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지 걱정스럽다.”

하태경 “박원순은 종북 아냐”

종북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한국 진보좌파의 현주소임을 감안하면 정미홍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정미홍 해프닝의 특이한 점은 그녀의 말이 범우파 진영 내부에 일대 논쟁을 야기했다는 사실이다.

좌익운동권 출신에서 전향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배지를 단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 기장군 을)의 논평은 이 논란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그는 “박원순까지 종북으로 몬다는 것은 종북이 뭔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미홍 대표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하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지나치게 종북 모자를 씌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종북 개념을 너무 넓게 잡으면 ‘진짜 종북’을 잡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그가 말하는 ‘진짜 종북’의 기준은 무엇일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변호사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한 바 있으며 저서 <국가보안법연구>를 통해서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보장해야 민주주의”라고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한반도 내에 엄존하는 정권으로서, 동등한 파트너로서 국가의 존재가 사실상 인정되고 있는 마당”이라며 엄밀한 의미에서 반(反) 헌법적 견해를 제시한 바 있기도 하다. 박 시장은 과거의 이 견해에 대해서 한 번도 수정 의사를 표출한 적이 없다.

정미홍 대표가 언급한 두 명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인수위원회에 통합진보당 종북논란의 핵심이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을 대거 포진시켰고,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구민들을 상대로 한 인문학특강에서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이라고 표현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를 ‘대한민국 근현대사’ 강사로 여러 차례 초빙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합치될 수 없는 발언을 했거나 그러한 인사들을 등용한 지방자치단체 인사들을 ‘종북 성향’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 범보수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황은 의도치 않게 ‘종북’, ‘종북 성향’ 등에 대한 분명한 개념정립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의미 있는 담론이 진행되고 나면 한국의 보수는 종북 성향을 종북 성향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정미홍의 수위 높은 발언으로 시작된 이 논란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으로 후폭풍을 만나 극심한 격랑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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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7000 2013-02-02 18: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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