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세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2.1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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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앤 메리 캠벨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


1949년 12월 3일 유엔총회에 의해 창설된 유엔난민기구(UNHCR)는 국제적 난민을 보호하고 문제해결 조치를 조정할 권한을 부여받은 난민문제 관련 세계 최고 권위기관이다.

현재 117개국에서 근무하는 6,500여명의 UNHCR 직원들이 전세계 3,44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과 보호대상자들을 돕고 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과 1981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래한국>은 2월초 UNHCR 한국대표부를 이끌고 있는 앤 메리 캠벨(Anne Mary Campbell) 대표를 만나 탈북난민 문제 등 국제적 난민들의 현황과 UNHCR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만남은 올 2월 퇴임을 앞둔 캠벨 대표의 지난 3년간의 한국 내 활동을 정리하는 ‘고별 인터뷰’의 성격도 갖고 있었다.

30여년간 난민 보호 활동 헌신

- 지난 3년간 UNHCR 한국 대표로 활동해 오셨는데, 우선 대표님이 난민문제에 헌신하게 된 개인적 배경과 활동 내용이 궁금합니다.

저는 아일랜드 출신이며 80년대부터 그곳의 NGO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태국 내 캄보디아 난민들을 돌보는 단체에서 일했고 1993년에는 직접 캄보디아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경력이 바탕이 돼 국제연합(UN)이 위치한 뉴욕의 인권위원회에서 일했으며,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선출되던 시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뒤이어 대규모 학살이 벌어졌던 르완다와 코소보, 콩고의 UNHCR에서도 근무했습니다. 난민문제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고 관여하게 된 거지요. 20년은 유엔에서, 18년은 난민 관련 NGO에서 일했습니다.

 

- 난민들은 누구이며 국제법적으로 그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습니까.

난민들은 자신들이 바라지 않았는데도 집을 떠나서 살게 된 사람들입니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죽음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 도망을 친 사람들이죠.

그들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당연히 국제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아직도 나타나는 지역들과 식민 지배 이후의 내전으로 인해 대량의 난민들의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주로 독립 이후에 이런 경우가 많이 생겼고, 구소련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도 있습니다. 내부에서 억눌려져 있던 종교 및 종족 등의 갈등이 분출한 것이죠.

최근에는 독재정부들이 연이어 무너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전과 평화를 찾아 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멀리 떨어진 한국까지도 난민들이 찾아오는 현실입니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을 받아주는 나라로 가게 돼 있습니다.

- 한국내 난민들의 존재와 현실의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국내 난민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난민이라고 하면 한국 국민들은 보통 탈북민들을 먼저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한국인이므로 입국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얻게 됩니다. 

한국에 입국하는 난민들 중에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오신 분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최근에는 아시아권 난민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입국하지 않는데, 이는 스리랑카, 미얀마, 아프간,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의 난민 관련 문제들이 상당 부분 호전됐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들의 수가 최근 증가했는데, 그분들의 사연은 다양합니다. 우선 소말리아 난민들은 전 세계에 다 퍼져 있구요.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이유로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이 한국으로 옵니다. 참고로 아프간에서는 이슬람교도가 기독교로 개종할 경우 목숨이 위험해지므로 망명을 결단합니다.

한국 난민법 시행령에 기대 커

- 그러한 한국내 난민들의 규모와 현황은 어떤지요.

국내에 난민이 약 5,000명 가량 있는데, 이 중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숫자는 10% 미만입니다. 정확하게는 329명이죠. 이밖에 100명 정도는 인도적 지위(humanitarian status)를 얻었습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으며 취업도 가능하고 은행 계좌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면 난민 지위가 없는 망명신청자(asylum seeker)들은 취업이 불가능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망명신청자의 경우에도 난민신청을 한 지 1년이 지나면 취업 가능한 비자를 받게 됩니다. 다만 이분들의 취업권이 법적으로 보장됐음을 알지 못하는 사업주가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권리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죠.

자국에서 도망쳐서 여기까지 온 이들을 보면 대부분 외국어 능력도 없고 가난합니다. 법적 지위도 없으니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가족들을 동반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합법적으로 벌지 못하기 때문에 안 좋은 길로 빠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 난민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우는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다른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처우가 좋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최근 3년간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난민지원센터가 현재 영종도에 건설 중이며 올 6월 완공 예정입니다. 난민 100여 명 정도가 3~6개월 가량 체류할 수 있는 시설로 난민의 교육, 정착 등을 돕게 될 예정입니다.

아직 그 성격과 기능이 명확하게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UNHCR과 협력 단체들이 관련된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올 7월 시행 예정인 난민법 시행령(presidential decree)에 대해서도 기대가 큽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도 국제적 난민보호법에 따라 상황을 더 발전시키기를 희망합니다.

- 그렇다면 한국에는 난민캠프가 운영되고 있지 않겠군요. 지원센터와 난민캠프(refugee camps)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한국에는 아직 난민캠프가 없습니다. 탈북민들을 돕는 하나원과 같은 정부 주도 센터는 있지요. 선진국들엔 난민캠프가 없는 게 보통입니다. 다만 급변사태가 발생해서 수만명의 난민들이 갑작스럽게 밀려온다면 그때는 필요하게 되겠죠. 그에 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급변사태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UNHCR 차원에서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나요?

세계 모든 국가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평가하고 분석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긴급 상황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해당 정부가 그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우리에게 그 계획에 참여하라고 초청할 경우엔 우리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우린 언제나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입니다. 정부의 요청이 없이 UNHCR이 먼저 나설 수는 없습니다.

- 한국 내 탈북민들은 한국 국적을 얻기 때문에 난민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해하지만, 일반적으로 탈북난민이라고 하면 중국 등 제3국의 사지(死地)에 있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에 대한 UNHCR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습니다. 어떤 입장이신가요.

우선 저는 평생 난민들과 일하면서 북한과 탈북난민들에도 관심이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그분들이 한국에 오는 즉시 시민권을 얻고 안전하게 보호받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하구요.

중국내 탈북난민 문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UNHCR의 역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즉각 도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들이 망명 신청을 한다면 그 역시 우리는 그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UNHCR의 사무소가 있는 곳이라면 중국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지 정부에 어떤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그것은 해당 정부의 주권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난민의 보호는 1차적으로 현지 정부의 역할입니다.

만약 현지 정부가 그 절차를 따르고 우리의 도움 및 협조를 요청할 경우 우리는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각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설득’ 밖에 없습니다. 난민보호를 위해 해당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은 NGO 등의 역할입니다.

- 전세계적으로 UNHCR에서 난민보호 활동을 하는 직원들은 어느 규모입니까?

세계적으로 약 7,000명이며 이들 중 대부분은 위험한 지역(deep field)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험한 지역이란 갈등이 있는 국가들의 국경지대 인근이죠. 중동에서는 요르단, 레바논, 터키, 시리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차드, 수단, 다르푸르, 남수단, 케냐 등에 수백만명의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간도 빼놓을 수 없죠. 이란에 300만명, 파키스탄에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각각 살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들에서 온 난민들의 비율이 이렇게 많은 겁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에는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으며 위험한 국가들의 난민들을 위한 펀드레이징(fund raising) 작업도 많이 합니다. 반면 정말 위험한 나라들엔 난민캠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곳엔 학교, 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도 제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UN의 역할에 대해 회의론(skepticism)이 있습니다. 대표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그러한 회의론에 대해 잘 압니다.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은 평화를 추구하는 곳으로 다양한 국가들의 집합체입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수많은 나라들이 모두 동시에 동의하는 해결책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생각이 다들 다르니까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엔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정부에 가장 효과적인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구요. 그러니까 국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들이 계속 유엔을 찾아오는 것입니다.

탈북난민 보호 위해 NGO가 해당 정부 압박해야

UNHCR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난민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항상 100% 가능한 건 아닙니다. 계속 노력할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정부와 의회, NGO들, 종교단체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5분대기조처럼 나타나서 일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개선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사실입니다.

- 20년간 유엔에서 근무하며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소개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위험지역에서 근무하다 보니 위험에 처한 난민들의 사례를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특히 10여년 전에 콩고에서 있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 여성이 갓난아기를 업고서 강을 건너고 있었는데 물살이 너무 세서 아기가 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급류가 너무 거센 나머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분 역시 죽음의 위험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이었는데...

이게 난민들의 현실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보호를 필요로 하는지를 나타내죠. 이러한 난민들의 현실에 한국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bumsoo1@hotmail.com
정리·사진/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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