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브랜드 알리는 '완판녀'를 기대한다
국산 브랜드 알리는 '완판녀'를 기대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2.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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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치적인 행보 이외의 분야에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패션으로 관심을 끈 대통령은 전무하다.

대통령들의 의상이라고 해봐야 무채색 계열의 정장 일색이었고 캐주얼 의상도 그리 독특할 게 없었다. 대통령의 부인들도 유행을 선도하지 못했다. 외국 대통령 부인들의 패션이 해외토픽에 오르내릴 때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아이패드로 오인 받은 자주색 가방을 세련된 회색 가방으로 바꾸자 여성들이 관심이 집중됐다. 그날 바로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호미가’라는 단어가 떴고 호미가 사이트는 다운되고 말았다.

각종 신문들이 박 당선인이 새로 장만한 가방이 호미가라는 걸 알리면서 중요한 정보도 함께 줬다. 호미가와 쿠론이라는 국산 브랜드가 청담동 사람들과 연예인에게 인기 있다는 정보였다.

요즘 대세는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룩. ‘청담동 앨리스’라는 드라마가 최근에 종영됐는데 청담동이야말로 부와 지성과 품위를 갖춘 이들이 사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든 호미가 가방이 128만원짜리 보급형이라는 기사가 뜨자 댓글에는 “박 당선인이 이런 세련된 가방을 들다니 반갑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명품을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며 환영 일색이었다.

“비싼 사치품 가방을 들다니”라며 비판하는 기사와 댓글들도 곧이어 등장했고 그 가방이 중소상인이 만든 거라는 해명이 바로 이어졌다.

오히려 해명 이후가 더 씁쓸하다. 호미가 관계자들이 “우리 제품이 맞다”고 할 정도면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얘긴데 짝퉁인줄 모르고 구입했겠지만 일국의 대통령 품위에 맞지 않는 일이다.

또 하나, 128만원짜리 가방을 비싸다고 비판한 일이다. 128만원은 분명 큰 금액이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가방 소비행태로 봐서는 오히려 낮은 액수이다.

해외 명품브랜드의 수백만원짜리 핸드백을 대기표까지 받아가며 구입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대는 물론 일부 고등학생들도 해외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모든 사안을 실직자와 저소득층에 맞춰 논하는 버릇은 이제 그만 버려야 한다. 박 당선인의 나이에, 그만한 수입에, 128만원짜리 국산 명품 가방 드는 걸 사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라건대 박 당선인이 국산 명품을 자주 바꿔 들어 외국 명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는 여성들을 국내 브랜드 쪽으로 돌리면서 우리 브랜드를 해외로 널리 알렸으면 한다.

박 당선인의 가방이 중소상인이 만든 거라고 해명했음에도 똑 같은 모양의 호미가 가방이 각 백화점에서 몽땅 판매됐고 대기표를 받아간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두르고 나온 물건이 다 팔리면 ‘완판녀’ 칭호를 얻으면서 광고모델로 발탁되는 예가 많은데 박 당선인은 단지 사진 몇 장으로 완판녀에 등극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산제품이 화장품이라면 가장 선호하는 외국 제품은 다름 아닌 가방이다. 요즘 들어 일부 국산 가방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해외 명품의 벽은 높다.

박 당선인이 모쪼록 다양한 국산 가방을 사용해 완판녀 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외에 국산 명품 가방을 널리 퍼트려주길 기대한다.

이근미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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