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신도시 분당-일산의 운명은?
원조 신도시 분당-일산의 운명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2.1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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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부동산] 역세권 중소형에 실소유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을 전후해서 대한민국 경제는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중산층의 수가 늘어나고 ‘내집 갖기’ 붐까지 생기면서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고, 여기에 부동산 투기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연일 폭등했다.

목동과 상계동에 대규모 택지지구를 건설했지만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1988년 9월 13일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산본, 평촌 등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선언했다.

이어 1989년 4월 27일에 2차로 주택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서울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하나씩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분당과 일산 신도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분당은 강남에 회사가 있는 직장인들의 출퇴근을 위해 이상적인 위치였으며, 일산은 광화문에 직장을 둔 직장인들에게 좋은 주거지였다.

분당과 일산 신도시 조성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1990년 중반 집값은 안정됐다. 당시 부동산 투기 수요가 여전히 잔존했던 데다가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재 일산 신도시는 약 7만 가구, 27만 명이 살고 있으며 분당 신도시엔 약 10만 가구, 4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거주한다.

최근 ‘부동산 불황’ 쓰나미에 고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7년 1월에 비해 △분당 -37.35% △일산 -31.39% △평촌 -26.42% △산본 -13.93% △중동 -3.64% 등으로 각각 급락했다.

특히 2006년과 2007년 부동산 상승기에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급상승했던 분당의 가격 폭락이 눈에 띄는데 파크뷰, 아이파크, 동양파라곤, 아데나팰리스, 스타파크 등 정자역 인근 대형 주상복합들 중에는 가격이 2007년과 비교해서 반토막이 난 매물도 있다.

분당 및 일산 신도시의 가격 하락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불황 때문이라고만 규정할 수는 없다. 이들 신도시는 애초부터 서울 출퇴근을 염두에 둔 수요자들을 겨냥한 베드타운(bed town)이었다.

따라서 2000년대 후반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차량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이 심화되면서 ‘인서울’(In-Seoul)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대형 평형이 유독 분당과 일산에 많다는 사실 또한 이들 신도시들의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평형의 가격 하락폭은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소형 평형의 그것에 비해 훨씬 컸다.

편의시설 갖춘 계획도시, 실거주 가치 높아

그러나 분당과 일산 두 신도시들엔 다른 수도권 택지지구들과는 차별화되는 뭔가가 있다. 치밀한 계획 하에 건설된 신도시였다는 사실이다.

아파트 대단지로 이뤄진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도로사정 및 구획정리가 양호하며 영화관·쇼핑센터·할인마트·학교·병원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여기에 대단지 아파트촌 답게 치안도 우수하다. 오히려 ‘나홀로 아파트’로 난개발 된 서울시내 일부 지역에 비해 주거환경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서울접근성 및 아파트의 노후도다. 일산과 분당에서 차량을 통해 서울에 진입하려면 만만찮은 교통체증을 겪어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또한 분당과 일산의 아파트들은 지난 1990년대 건설됐기에 배관이 녹슬고 아파트가 낡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우선 분당 신도시의 경우는 지난 2011년 신분당선 개통 이후 강남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분당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이다.

여기에 일산 신도시는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인 GTX(수도권광역고속철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GTX 중 A노선은 경기도 동탄에서 출발해 용인-판교-삼성-서울역 등을 거쳐 일산 킨텍스까지 이어진다. 현재 일산에서 강남으로의 출퇴근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GTX가 완공되면 일산 중간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30분 내에 도착이 가능하다.

아파트 노후 문제는 리모델링으로 해결 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층을 1개 올려 지으면서 늘어난 가구수만큼 일반분양을 받고, 그 수익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줄이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수선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 개선 가능

분당과 일산 아파트들의 평균 용적률은 180~200%이기 때문에 재건축은 상대적으로 힘들지만 리모델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만약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한 일반분양이 여의치 않다면 배관과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고 철근 및 외관을 보강하는 ‘대수선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또한 분당과 일산 신도시는 90년대에 건설됐기 때문에 30평형대의 경우 화장실이 두 개다. 여기에 대부분의 단지에 지하주차장이 완비돼 있다. 80년대 지은 아파트들에 비해서는 주거환경이 좋은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오랜 침체와 서울 집중 현상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분당 및 일산 신도시를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내집 마련이 절실한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현 시점에서 분당 및 일산 신도시의 급매물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지하철 역세권에 위치하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은 30평형 이하 중소형 위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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