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인사동 화재"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인사동 화재"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2.1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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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8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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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傳統)은 아름답다. 그것이 불타 없어지지만 않는다면.

- 2013년 2월 17일 오후 8시 26분경. 고막을 찢을 듯 귓전을 강타하는 폭발음이 대기를 가득 메웠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굉음. 종로구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의 시작이었다.

- 이 불로 건물 8개동이 불에 타고 점포 19곳이 피해를 입었다.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있던 일본인 1명을 포함해 7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화재는 다양한 논점을 남긴 채 어렵게 진압되었다.

- 합동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화재의 원인은 인사동의 유명 음식점인 ‘육미’ 건물의 가스 폭발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워낙 목조 건물이 많은 곳인데다 소방차 한 대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골목길이 좁아 진압은 난항을 겪었고 그 때문에 피해도 더욱 확대됐다.

- 낙후된 인사동 피맛골의 개발 문제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부터 골목 일부 재개발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지속적인 변화가 시도되었지만 ‘사람 냄새 나는 서울의 전통거리를 없앨 수 없다’는 반대 여론에 끊임없이 부딪쳤다. 결국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예전 모습을 재현하기로 했지만 안전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 서울의 교통시스템 수출 건으로 UAE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화재에 대해서 “어느 골목으로 진입해 어떻게 진화할지 등 번지별, 건축물별 세부 소방안전지도를 만들고, 특히 게스트하우스 등 관광객 밀집 지역이나 골목길, 고지대 등 화재취약지역에 더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

- 한 마디로 ‘앞으로는 잘 끄라’는 얘기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화재진압이 한창이던 17일 밤 KBS에서 방영된 <취재파일4321>은 지원이 부족해 개인적으로 안전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소방관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었다. 낡은 장비에 무전기마저 없어 “솔직히 (이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울먹이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실상인 것이라면, 더 신경 쓰고 더 잘 하라는 말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피맛골의 기원은 ‘말[馬]을 피[避]하는 길’인 피맛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반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넓은 길을 피해 서민들이 모여 생활하던 애환이 담긴 곳이다. 나름의 스토리와 질곡을 담고 있는 소중한 장소이긴 하지만 ‘모두가 양반’인 현대인의 안전을 담보로 해도 될 정도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 피맛골 개발 반대론자들이 말하던 ‘사람 냄새’는 사람에게서 나는 것이지 길 그 자체에서 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 사람 냄새마저 자욱한 불 냄새가 덮어버린 피맛골에 주목하며 대한민국은 ‘인사동 화재’를 검색했다. 전통이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그것이 사선(死線)을 넘나들지 않는 선에서만 그러할 것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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