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사령탑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의 사령탑 청와대 국가안보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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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NSC, 美 NSC, 英 JIC, 日 관방장관실 등과 달라야


박근혜 정부가 곧 활동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곳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청와대 내 ‘국가안보실’.

그중에서도 ‘국가안보실’은 “베일에 싸여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실체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언론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NSC의 확대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게 인수위 안팎의 설명이다.

인수위에서는 국가안보실을 가리켜 “우리나라 안보의 컨트롤 타워” “장기적인 안보전략 수입과 위기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YS 시절부터 망가진 안보 시스템

박근혜 정부가 국가안보실을 내세우는 건 우리나라의 안보 시스템이 소위 ‘민주 정권’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시작은 YS 정부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안기부 요원들을 능력 보다 학력과 인맥 위주로 채용하고, 현장에서 첩보수집하고 간첩 잡던 요원보다 내부에서 ‘정치적 보고서’를 쓰는 요원들을 더 우대했다.

군에서는 대북첩보 수집 요원들을 장기근무 간부 위주로 바꿨다. 당시 중국 등을 거쳐 북한에 침투한다는 전술 변화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남북대화’에 집착하며 국방에 별 관심이 없던 정치인들 생각도 한몫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안보 시스템에서 대공 및 대북정보 파트의 힘이 서서히 빠진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안보 시스템 붕괴가 시작됐다. DJ 정부 초기 중앙정보부 출신이던 이종찬 의원이 안기부장을 맡아 이름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꾸면서 내부 숙청이 시작됐다.

이종찬 원장은 국정원 내부의 시스템과 분위기를 바꾼다며 조직을 개편하고 대공 담당요원과 대북첩보 요원들 580여 명을 대기발령했다.

이어 천용택 원장, 임동원 원장 때는 호남 출신 인사들의 대규모 특채와 함께 대공 및 대북첩보 분야 간부들이 대거 옷을 벗었다. 경찰 공안요원, 검찰 공안부 수사관, 군 기무사 대공요원 수천 명도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국정원은 대북 정보수집보다는 대북 협력 지원, 기무사는 정권 보위 임무를 맡게 된다. 경찰은 간첩이나 좌익사범보다는 우파 진영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분위기는 노무현 정권에서 더 강해졌다. 좌익단체들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에스코트’하고, 북한 간첩 책임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데 환멸을 느끼고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 주도로 혈맹인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군 정보당국은 미군이 제공하는 첩보위성 영상이나 대북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고, 국정원과 미국 정보기관의 ‘협력’은 소원해졌다. 이때 대북감청을 도왔던 NSA 한국 기지 일부가 철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대미관계는 회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2008년 중반까지는 盧정권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盧정권 청와대에서 ‘무소불위’라고 불리던 NSC 사무처가 축소돼 위기관리센터로 변한 것 뿐이었다.

이후 광우병 폭동과 미네르바 사건을 겪을 때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안보문제라기보다는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 문제로 착각했다. 그러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도발로 충격을 받고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관이 맡던 위기관리센터를 수석급이 실장을 맡는 위기관리실로 격상시키고, 안보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과 강화 작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미국과의 관계는 DJ 정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정원의 정보기능은 지난 15년 사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고, 군 방첩기능을 맡는 기무사는 여전히 힘을 못 쓴다.

심지어 육군 22사단의 ‘노크 귀순’ 당시 내부자가 김광진 민통당 의원에게 몰래 제보를 하다 걸리는 일까지 나타났다. 경찰과 검찰의 치안 및 정보기능도 되살아나지 못했다.

안보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지난 15년 사이 오랜 현장경험을 갖춘 요원들을 대거 숙청하면서 후배들에게 정보수집 기법이 전해지지 않았고 예산과 인력도 크게 줄어서라고 지적한다.

2008년 광우병 폭동과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을 유심히 지켜보던 박근혜 당선인은 ‘새로운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라며 국가안보실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것이다.

NSC의 확대판? 한국판 관방장관실?

국가안보실이 거론되자 언론들은 “노무현 시절 NSC의 확대판” “미국 NSC와 비슷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정치전문가’들도 동조했다.

하지만 안보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국가안보실 ‘개념’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안보전문가들은 국가안보실을 “안보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발전 방향과 정책을 제시해 미래 안보위협에 대응하고, 현재 기관들의 빈틈을 찾아내 메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통일부가 주도하다시피 했던 盧정권의 NSC 사무처나 수십 개의 정보기관을 보유한 美백악관 NSC를 그대로 모방하는 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은 오히려 美NSC와 美국방부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정보고등연구계획국(IARPA), 현재 청와대의 위기관리실 등을 섞어 놓은 것과 비슷하다.

즉, 국가안보실은 국가전략차원의 안보발전전략을 만들면서 동시에 ‘안보의 빈틈’을 찾아내 안보기관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싱크탱크이자 컨설팅 조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외교안보수석실은 예전과 같이 대통령을 도와 안보정책의 실행을 관리하며 기존 안보기관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이 헷갈리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 국가안보를 보는 시각이 9.11테러 이전의 미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안보 시스템, 어떤 변화 있었나?

미국은 9.11 테러를 겪으면서 40년 넘게 CIA 국장이 담당하던 DCI(Director of Intelligence Community) 중심의 안보기관 체계를 완전 바꿨다.

9.11 테러 이후 美의회를 중심으로 시작한 진상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게 정보기관 간의 비협조와 경쟁, 이로 인한 ‘정보의 동맥경화’ 현상이었다.

과거 미국은 정보기관들끼리 경쟁시키는 건 물론 같은 기관 내부에서도 옆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게 관리했다. 이것이 ‘분할 관리(Divide & Control)’ 법칙이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워싱턴의 정치 논리’가 개입돼 ‘분할 관리’를 악용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정치적 용도의 정보 역량부터 충당해 정작 필요한 인력들은 배치하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9.11테러였다.

2001년 복수의 美안보기관은 알 카에다가 미국 본토에 테러를 가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아랍어 전문가가 없어 테러가 터진 지 이틀 뒤에야 테러 계획을 번역한 리포트가 나왔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점에 대해 처절히 반성한 결과를 500페이지 짜리 리포트로 만들어 의회에 보고했다. 의회는 행정부와 함께 대대적인 안보기관 개편을 단행한다. 대표적 사례가 2002년 11월 국토안보부(Dept 0f Homeland Security) 창설이다.

각기 다른 부처에 소속돼 있던 22개의 안보기관을 한데 묶어 본토 방어에 집중하게 한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민자 관리, 국경수비, 각종 테러 대응, 방첩, 정보수집 및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인원은 17만여 명, 연간 예산은 400억 달러에 달했다.

과거 불법체류자와 탈세자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렸던 국세청(IRS)과 이민국 산하의 특수기동대는 이민세관집행국(ICE)로 변신했다.

국방부는 인간정보(HUMINT)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9.11테러 이후 국방부는 비밀기관인 CIFA(Counter Intelligence Field Activities. 현장방첩행동대)를 4천여 명 규모로 조직했다가 고문 등으로 문제가 생기자 DCHC(Defense Counterintelligence & Human Intelligence Centre. 국방방첩인간정보센터)로 공식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백악관의 NSC에는 사이버 안보보좌관이 신설됐고, 기존에 NSA가 맡던 중앙비밀관리국(CSS) 업무와 함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사이버 사령부를 신설, 4성 장군에게 맡겼다. 사이버 사령관은 NSA 국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그 밖의 정보기관들을 총괄 관리하는 DNI(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국가정보장)이라는 조직도 생겼다. 이 조직은 1천여 명의 요원을 거느리고 16개 국가정보기관의 업무와 역할을 조정하게 됐다.

DNI의 가장 중요한 일은 각 정보기관들이 서로 비밀을 지키는 가운데서도 ‘가장 국익에 우선하는 업무’부터 처리하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국가차원의 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맡는다.

안보기관의 미래전략과 중장기 목표를 연구하는 ‘정보고등연구계획국(IARPA)’도 세웠다.

미국의 변화에 유럽도 자극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 30년 동안 무분별한 이민 허용으로 자생적 이슬람 무장조직이 생기고 테러가 빈발하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안보기관의 역할과 업무에 변화가 생겼다. 그 중 무슬림 인구가 많은 영국의 변화가 가장 크다.

국내외 상황에 동시 대응하는 선진국들

영국은 내각합동정보위원회(JIC. Joint Intelligence Committee)가 모든 안보기관을 총괄 관리하고 국내 안보는 SS(속칭 MI5), 해외 안보는 SIS(MI6)가 맡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 실행조직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경찰 내부에는 ‘CO19’라는 특수대응팀을 만들고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와 얼스터 해방군 등에 대응하던 14정보중대는 특수정찰연대(SRR. Special Reconaissance Regiment)로 확대해 무장조직의 테러에 대응했다.

영국 안보기관들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물론 미국, 이스라엘 등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테러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JIC의 역할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 ‘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도 북핵문제와 함께 중국 등과 영토분쟁이 심화되자 총리실 산하의 내각조사실과 위성분석센터, 공안조사청, 조사부 별실 등을 확대개편하고 있다. 이들을 형식적으로 관리하던 관방장관의 힘도 강해질 것이라고 일본 내 소식통들은 전한다.

한국 국가안보 시스템의 문제점

물론 미국과 영국, 일본의 국가안보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들어맞는 건 아니다. 그들의 국가역량과 주적, 전략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현재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는 유사시 대통령이 안보기관을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실이 여러 개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와 함께 군이 관리하는 지하벙커만 5개다. 테러정보통합센터, 재난재해종합상황실, 소방방재청 종합상황실 등에서도 국가 유사사태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 ‘벙커’가 맡은 분야에서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기능은 충실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통합관리나 조기경보와 예방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안보기관이 여전히 ‘분할관리 규칙’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보기관들의 전략 목표를 보면 기관마다 ▲경제 ▲대테러 ▲대북 ▲국내정보 ▲국제범죄 등으로 한정, 미시적이고 세분화돼 있다. 중복된 분야도 많다.

이렇게 특정 분야에 안보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적이 금융, 사이버, 민사심리전 등의 공격을 퍼부을 경우에는 대응이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중요성과 위협이 함께 커지고 있는 경제, 여론, 사이버 안보 등에 대응할 기초 정보와 역량, 기능이 매우 미흡하다.

반면 여의도와 세종로, 과천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정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언론정보’는 불필요한 수준의 자잘한 정보까지 모두 수집되고 있다. 이를 통해 ‘권력과 언론’에 잘 보이고자 하는 일부 기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보실, 성공하려면?

이런 현실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을 토대로 한 대북정책’과 ‘안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를 토대로 한 미래안보전략 수립, 그것도 중장기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전략에 필요한 기초정보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감소 및 노령화로 경제역량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외국인으로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유럽의 사례로 입증됐다. 선진국 따라잡기나 고부가 가치 산업 육성에도 한계가 있다. 이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안보기관의 전략 목표 재설정도 필요하다. 현재 안보기관들은 그 목표가 너무 미시적이다. 이를 보다 크게 잡도록 하고, 새로운 목표에 맞는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안보기관이 민간분야보다 앞서야 미래국가전략과 안보기능에서 빈틈을 메울 수 있다.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차세대 안보전문가 육성 방식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안보기관과 학교에만 전문가 육성을 맡기면 내부 조직논리에 함몰돼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를 막으려면 다양한 분야, 다른 시각을 가진 ‘애국자’를 양성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안보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런 원칙만 제대로 세우고 지켜도 우리나라 안보기능은 과거와 비교가 안될 만큼 발전할 것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경웅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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