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입니다"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입니다"
  • 이원우
  • 승인 2013.02.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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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高大 북한인권학회 만든 정영지 학생
정영지 학생 (고려대학교 법학과 4)

남한 내 탈북민 2만5천명. 이젠 탈북민 역시 남한 내에서 하나의 계층을 형성해 학교에 가고 취업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 이는 일견 자연스러운 정착처럼 보이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그들의 고충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에서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LIBERTAS)를 창립해 1기 회장을 역임하고 최근엔 케이블TV 사회안전방송에서 <국가안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법학과 4학년 정영지 학생을 만나 지금까지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한국에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은 참 귀한데요. 어떤 계기로 이 문제에 고민을 하게 됐나요.

한 개인의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가정에서 접한 정보들인 것 같아요. 저는 신문을 많이 보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고 친오빠는 육군 대위로 복무 중이기도 해요.

그런 영향 때문인지 항상 사회에 뭔가 보탬에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컸어요. 법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법이라는 게 타인의 삶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개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재학 중에 천안함 연평도 등 굵직한 안보 사안이 많았고, 각 단체에서 주최한 안보캠프나 북한인권 관련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내 세대에는 반드시 풀릴 문제"

- 관심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리베르타스(LIBERTAS)라는 학회까지 만드셨는데요.

공부를 하면서 북한이라는 실체가 그리 막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문제가 내 세대에는 반드시 풀릴 문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공부해 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탈북자들도 여러 분을 만나게 됐는데, 고대에도 탈북대학생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었어요. 그들과 대화해 보니 남한에서 유행하는 인권문제(성소수자, 채식주의자 등)보다 북한인권 문제가 훨씬 더 공감이 가고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탈북대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앉을 곳이 없다’는 호소를 많이 해 왔어요. 자라온 환경이 완전히 다르니 탈북대학생인 걸 감출 수는 없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시선을 받거나 이질감을 느껴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북한 얘기도 편하게 나누면서 ‘공부’도 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시작된 게 리베르타스였습니다.

- 북한인권에 대해서 사회운동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학회’를 만든 점이 조금 특이한데요. 이유가 있었나요?

다른 것도 좋지만 일단 ‘아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하지 않은 통일은 불행한 것이고,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돕자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세미나를 열면서 공부하는 학회를 열어 북한이 어떤 나라, 어떤 체제인지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그 다음으로 탈북대학생의 정착을 돕는 사업을 많이 했어요.

대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는데 막상 같이 해 보니 호응이 좋아서 학회원도 27명까지 늘었어요. 단기간에 많은 일을 한 학기 동안에 성취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때부터 왠지 모를 사명감이 더 들더라고요.

 

- 통일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그들에게 북한은 완전한 타인인가요?

3명 중 1명은 통일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고, 1명은 안 했으면 하는 것 같고, 1명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 3개가 전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해야 되냐”는 반응이나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건 당연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통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 모르면서 하자는 것에 가까워요. 깊은 고민이 없는 무심한 반응이라는 거죠.

요즘 대학사회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면 자기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놨어도 그게 바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 내의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리베르타스 활동을 해 본 바로는 한 번 알리기 시작하면 흡수가 빠른 면이 있어서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조인보다는 법률가 되고 싶어"

- 학회장직을 내려놓은 지금의 관심은 어느 쪽으로 뻗어 있나요.

현재 <국가안보> 방송에 출연하면서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오는 3월에는 스위스 제네바 인권이사회에 맞춰 열리는 6‧25 납북가족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국제법적으로 납북문제에 대해서 ICC에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에 대해 패널로서 발언하게 되었습니다. 국제법이라는 게 현실에서 효력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기저기 사용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방향으로 전공 공부를 많이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로스쿨에 진학해서는 헌법문제에 관심을 더 가져서 궁극적으로는 통일헌법을 연구할 생각입니다. 통일이 되면 헌법도 남북이 상생하고 화합하는 형태로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과정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법조인보다는 법률가의 방향성을 가지고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헌신할 생각입니다.

-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대생으로서 이번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끔 친구들과 “반기문과 박근혜가 청년들의 꿈을 꺾었다”는 농담을 할 때가 있어요. 최초의 UN 사무총장,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이 깨졌으니까요. 그 정도로 기념비적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정이 생각처럼 잘 운영되지 않을 때 ‘여자라서 그래’라는 뒷얘기를 듣기도 쉬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지혜로운 롤 모델로서 활약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향후 5년은 안보 측면에서 대단히 위태로운 시기가 될 수도 있지만, 국정운영에 필요한 모든 사고를 헌법 하에서 개진하면서 북한 역시 우리의 영토고 북한주민들조차도 한국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그들을 챙겨 주셨으면 합니다. 통일을 지향한다는 목적의식도 헌법에 포함돼 있는 것이니까요.

인터뷰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사   진 /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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