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담뱃값 인상"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담뱃값 인상"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3.0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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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6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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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비정치적이다. 하지만 ‘가격’은 때때로 정치적이다.

-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5일,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뱃값에 포함된 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올려 그 돈으로 저소득층을 특별 지원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 “조기사망과 간접흡연을 포함한 흡연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 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6배나 많을 정도로 흡연의 피해는 심각하다.” 김 의원의 말이다. 한 마디로 ‘이건 국민들을 위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 하지만 막상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들이 이 법안을 그다지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흡연자들의 반응은 절망적이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 각도에서 ‘흡연권’을 제한받아 온 그들에게 2배 가까운 가격상승이 폭력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연스러운 조정이 아닌 인위적인 가격 변동은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한다. 흔히 그 부작용은 ‘지하경제’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담뱃값 인상 법안이라고 예외일 수 있을까.

- 예를 들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2500원짜리 담배를 사재기 한 뒤 가격인상 후 싼값(2500원과 4500원 사이의 가격)에 공급하는 ‘어둠의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국내에서만 담뱃값이 비싸지면 해외에서 담배를 밀수해 공급할 인센티브도 그만큼 커진다.

- 지하경제가 생성되고 활성화되면 그것을 적발하고 교정하기 위해서도 비용은 투입될 것이다. 이는 법안이 실행되자마자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지만, 이런 식의 법안을 발의하는 이들은 언제나 본인이 보고 싶은 장밋빛 그림에만 충실하곤 한다.

-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여당의 국회의원은 지하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꼴이 된다면 어불성설이 아닐는지. 국민의 건강을 챙기려다가 경제의 건강만 놓친다면 그것을 성공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장은, 아니 인간은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에서도 이 법안의 유약함은 드러난다. 이 법은 흡연자들에게는 ‘강한 반발’을 야기하는 반면 비흡연자들에게는 그저 ‘약한 지지’만을 이끌어낼 뿐이기 때문이다.

- 담뱃값을 올려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해 봐야 ‘담배는 서민들이 더 많이 핀다’는 말 한 마디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으로 비쳐지고 만다. 이 법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다는 것만으로 ‘복지의 진정성’을 운운하며 염세적인 코멘트를 쏟아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김 의원으로서는 우군은 얻지 못한 채 적군만 잔뜩 불리는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작년 9월 말 만취한 상태로 기자들에게 욕설을 쏟아낸 것이 문제가 되어 대변인 지명 하루 만에 자진사퇴했던 이력이 있다. 이로 인해 “5‧16, 유신, 인혁당사건 등은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는 내용으로 사과입장을 표명했던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기자회견보다 김재원의 설화(舌禍)가 더 큰 주목을 받았을 정도였다.

- 여당 지지자들조차도 김재원 의원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발의되는 이 법안은 그에게, 새누리당에게, 혹은 새 정부에 어떤 잔상을 남기게 될까. 대한민국은 ‘담뱃값 인상’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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