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꾼다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꾼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3.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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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활 환경운동가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큰 규모의 강력한 투쟁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간 환경시민단체들이 국가적 이슈를 내걸고 거대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일상에서 꼭 필요한 행동수칙을 제시하는 에코맘코리아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환경운동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서울기후행동 위원장, 세종대 연구교수 및 환경‧에너지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를 만났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하지원 대표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마련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어요. 청년특위의 활동이 여성, 교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등 여러 부처와 관련이 있어 잘 조율해 효력을 발휘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많은 경험을 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 대표는 인수위 활동 막바지에 환경운동가로 돌아와 국제행사를 주관했다. 지난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3일 동안 서울대와 한성과학고에서 펼쳐진 ‘제1회 GGGI 청소년 모의총회’를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함께 진행했다. 이번 총회에는 국내 청소년 및 세계 18개국 출신의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미래 국제기구의 일꾼이 될 청소년들에게 국제총회 경험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면서 지구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 총회의 취지였습니다.

각국 대표들이 영어토론을 하고,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전문가 강연도 듣고 환경 퍼포먼스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은 시간이었죠.”

이번 행사는 국제기구인 GGGI와 에코맘코리아가 함께 실시한 첫 번째 모의총회로 결과가 좋아 매년 더 확대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원 대표는 그간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자신을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생활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했다. 에코맘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YTN, 대형 마트, 지하철, KTX에서 박진희, 박경림, 이선균, 김민종, 노라조 등의 연예인이 등장하는 ‘365 에코라이프 캠페인’ 화면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개인 컵 쓰기, 에너지 절약, 음식물 남기지 않기, 자전거 타기 등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강조하는 캠페인에 대해 하 대표는 “환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에코맘에는 현재 11명의 유급직원, 여러 명의 인턴사원과 자원활동가, 50여명의 대학생 에코멘토단이 일하고 있다. 정부 공모 사업, 기업과 함께 하는 사업, 연구소 연구용역 등 환경 관련 사업을 수주하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에코맘은 하 대표가 서울시 의원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8년부터 준비해서 2009년 시의원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초기에 의원 세비로 2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줬다는데 지난해 연말 처음으로 보너스를 지급했다며 뿌듯해했다. 에코맘에서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하 대표는 자립하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스포츠마케팅으로 이학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섰던 하지원 대표는 뜻하지 않게 서울시의원이 되면서 환경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 시작은 2005년 가을 한나라당에서 차세대 여성위원장직을 맡으면서부터였다. 8명에서 시작한 차세대여성위원회가 이듬해 1월 발대식 때 1,200명으로 늘어났다.

“48명의 당협위원장에게 각 지역 차세대 지회장을 한 명씩 추천해달라고 했고 그 분들이 1,200명을 모은 겁니다. 저는 오신 분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하면서 젊은 엄마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제가 마케팅을 전공해서인지 기획과 홍보에 능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어요. 서초동 우면산 개구리 선생님의 지도 하에 올챙이 관찰도 하고, 서울숲에서 우리 가족 나무심기도 했어요. 매달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모두들 즐겁게 참여했지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활기차게 일하고 있던 하 대표는 2006년 5․31 선거에서 서울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서울시 의원이 됐다. 최초의 30대 여성의원으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하여 4년 내내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일했다.

“삼촌이 환경분야에서 일하셔서 어릴 때부터 환경 실천을 했고 대학생 때부터 환경 관련 분야에서 인턴과 자원봉사자로 일했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환경을 가슴으로 느끼게 됐어요. 시의원이 된 뒤 자연스럽게 환경 쪽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한 일이 어린이 놀이터를 재창조한 상상어린이공원 조성사업이었어요. 취학 전 아이들 교통사고 1위 지역이 놀이터 주변입니다. 외국은 놀이터와 도로 사이에 완충지대가 있고, 깨끗한 모래가 깔려 있어요.

우리나라는 모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온다며 놀이터 바닥을 고무매트로 다 바꾼 상태였는데 중금속 덩어리인 고무매트가 마모될 때 그 먼지가 아이들 호흡기로 다 들어갑니다. 1년간 준비해서 깨끗한 모래, 꽃과 나무가 있는 녹지, 차와 애완동물을 분리시키기 위한 울타리와 문을 만든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서울 전역에 300개의 상상어린이공원을 조성해 큰 인기를 얻었고 지방에서 견학 오는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시설이 부서지거나 쓰레기가 있다며 구청에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엄마들과 공원을 청소하고 지키는 일을 얘기하다가 에코맘이 출발하게 된 거예요.

마침 우리 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에 인조잔디가 있었는데 엄마들과 그 문제를 논의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희생봉사하고 환경개선 문제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원 대표는 활발한 활동을 펼쳐 2010년에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우수상(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1년에 제16회 ‘환경의 날’에 정부포장을 받았다. 저탄소녹생성장을 위한 CO2 줄이기 운동으로 녹색생활과 녹색소비활동을 범국민적 차원에서 펼친 덕분이다.

서울기후행동이라는 거버넌스 기구를 발족해 시민과 함께 기후행동 운동을 한 것과 서울시의원 시절 환경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개정한 공로도 포함됐다. 30개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면서 서울시 곳곳이 그녀의 환경 개선 아이디어로 바뀌었다.

“즐겁게 일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자전거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회를 여러 차례 열었습니다. 부부싸움 1위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문제라잖아요. 편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1년 동안 연구해서 발표했고 다문화가정지원 조례를 제정해서 다양한 활동도 펼쳤지요.”

국립극장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뮤지컬 <러브인 아시아>를 공연할 때 다문화가족의 부부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아이들 돌봐주는 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1년에 한 번 엄마 되어주기 행사 등 임기 내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환경은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공부도 병행해 세종대에서 지구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서울시의원 임기를 마친 이후 에코맘코리아에서 환경운동에 올인해왔다. 하지원 대표는 환경운동의 성공은 꾸준한 교육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사람이 바꾸고 사람은 교육이 바꿉니다. 환경은 철학과 습관의 문제입니다. 한 학교에서 매년 10명을 글로벌 에코리더로 뽑는데 학교별로 몇 백 명씩 신청을 해서 추첨으로 선발합니다. 에코맘코리아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엄청 인기가 좋아요.

글로벌 에코리더의 교육기간은 1년입니다. 잘 키운 1명이 10명 1,000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교육 장소는 따로 없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라서 견학을 가기도 하고 강당에서 하기도 하고 장터를 열기도 합니다.”

작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광주광역시 100여개 학교에서 배출된 에코리더가 650명이다. 훈련받은 이들은 해당 학교 13만 명의 전교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100여 곳이 더 추가된 200여개 학교에서 400명의 에코리더를 훈련시킬 예정이다.

하 대표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 서울시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환경교사 직무 연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에코리더 양성, 에코맘 스쿨, 에코 캠프 등 에코맘의 활동 중 많은 부분을 환경교육에 투자한다.

또한 기관지염,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전국 4만8,000여 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환경보건교육도 실시하는 중이다. 하 대표는 에코맘 환경운동이 지금까지 원활하게 진행된 것은 ‘엄마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발 벗고 뛰는 이사님, 에코리더들, 에코맘 대학생 멘토단, 후원자님들과 함께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들의 힘이 커요. 기존의 투쟁적인 환경에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운동, 즐기면서 하는 환경운동을 한 것이 성공 포인트입니다.

머리로는 녹색생활을 생각하지만 실천은 매우 어렵습니다. 정책이나 단속만으로 안 되고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합니다. 정책은 민심이고 환경은 다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죠.

위에서 아무리 끌고 싶어도 안 따르면 소용없어요. 에코맘의 ‘맘’이 엄마라는 뜻과 마음이라는 뜻이 있어요. 엄마들과 마음을 합쳐 열심히 달려야지요.”

하지원 대표는 환경은 누구나 누려야 할 복지라며 시민과 소통하며 함께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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