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단체 막을 수단 없는 이상한 나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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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3.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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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 이적단체해산법 발의한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1997년 5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범민련 남측본부), 이적단체(利敵團體)로 대법원 확정 판결. 2011년 12월 청주통일청년회, 이적단체로 대법원 판결.

이들은 대법원이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후에도 현재 버젓이 활동 중이거나 이름만 바꿔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 종북, 불법단체들이다.

실제 범민련 남측본부 홈페이지에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의) 핵시험은 미국의 적대행위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 담화 전문이 그대로 올라왔다.

대법원에서 규정하는 이적단체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선전,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단체’를 말한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법 이적단체를 강제로 해산하거나 활동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 - 거의 알려지지 않은 -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에 이들 단체가 실질적으로 해산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법원 이적단체 판결 받아도 활동에 지장 없어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18대 국회였던 2010년에 이어 19대 국회가 들어선 지난해 7월 31일 이적단체 강제 해산을 골자로 하는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낸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심 의원은 “법률로써 이적단체로 판결이 되면 해산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며 이 법안의 발의 배경을 밝혔다.

심재철 의원에게 이 법과 관련한 설명과 함께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북한 핵문제, 여야의 첨예한 대립 상황 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들어봤다.

 

- 이적단체 해산을 위해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 차례나 발의하고 추진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어느 순간에 이적단체를 해산할 법적인 수단이 없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죠. ‘이런 터무니없는 법이 있나’고 생각했어요.

이적 활동을 했다는 게 분명하다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이적단체라면 대한민국에서 존재해야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이적단체에 속해서 활동한 개인은 처벌 받지만 한총련 같은 단체는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니 큰 문제입니다.

- 의원님 말씀대로 명백한 불법단체의 해산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인데, 왜 법 개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입니까. 현재 법제화 상황은 어떻습니까.

보안법 알레르기 반응 때문입니다, 국보법은 악법이고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법을 개정하는 건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이죠.

그리고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이어서 진전이 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법안이 소위로 넘어가서 최근에 살펴본 바는 있는데 지금으로선 진척이 썩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독일이었으면 종북단체 설 자리 없어

개정안은 법원이 반국가단체·이적단체의 구성 및 가입, 가입권유 등을 이유로 유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 상당한 이행기간을 정해 그 단체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또 강제수단으로는 해산명령이 이뤄졌음에도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를 해산·탈퇴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 개정안을 보면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별도로 입법을 해도 타당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안으로서 범죄단체해산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걸로 압니다.

그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보안법에 대해 민감한 사람들이 있으니, 우회하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방법은 법을 처음부터 만드는 작업이라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과거 서독의 경우에는 ‘사회주의 제국당’, ‘독일공산당’ 등 위헌 정당들을 해산한 사례가 있고 심 의원에 따르면 ‘결사법’을 통해 헌법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한 단체에 대해 해산 명령을 하거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독일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종북 관련 이적단체들이 활개를 치는 것과 대비됩니다. 의원님은 우리 사회의 종북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최근 보수진영 내에서는 ‘어디까지가 종북인가’를 놓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종북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종북의 기준을 정확히 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국가보안법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그 이후 자신의 활동을 부정하지 않은 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처벌과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지지, 동조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을까요.

다 떠나서 국민들이 감각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발언은 진보의 영역을 더 나갔다’ ‘이건 냄새가 너무 심하다’ 이런 거죠.

보수 우파 중진의 소신

심재철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서 폭넓은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선명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문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등 최근 불거진 이슈에 대해 견해를 들어봤다.

-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 등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수단은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을 핵대핵으로 맞서자는 것이죠. 공포는 공포로써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반면에 독자적인 핵무장은 손실이 좀 더 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즉각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을 것입니다. 수출입 의존도가 큰 우리의 경우는 경제 제재를 받으면 득보다는 실이 매우 큽니다. 전체적으로 마이너스이죠. 사실상 한미동맹이 우리의 가장 큰 축인데, 미국의 저항이 셀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이겨낼 수 있겠냐’ ‘에너지를 그쪽으로 쏟는 것보다 다른 쪽에 하는 게 낫다’라는 게 현재 저의 생각입니다.

- 북한 핵에 대해서 우리 국민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국민들이 북한의 군비에 둔감한 현상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고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핵은 그 어떤 재래식 무기가 통하지 않는 이른바 절대무기인데요.

심지어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남한은 상관없다는 엉뚱한 생각들도 하는 것을 봤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두들길 정도면 남한은 당연히 공격을 받는 것이죠.

-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첨예합니다. 이 문제가 국정공백을 감수할 만한 그렇게 중대한 사안인지 국민들을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대체 핵심 포인트가 뭔가요?

정부조직개편안은 지금 미래부가 가져가는 지역 케이블, 위성TV, 소위 뉴미디어의 관할권이 문제입니다. 야당에선 모든 것을 방통위에 놔두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전체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당의 주장이 맞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로 정부가 파행을 겪을 정도의 문제냐 하면 또 그 정도 비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야당의 억지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데, 그럴 가치가 있냐에 대한 문제는 저 또한 의문입니다.

심재철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인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당시의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MBC 보도국 기자를 거쳐 16대 국회부터 19대 현재까지 4선에 성공했다. 1990년대 초 있었던 대형 교통사고 이후 기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 사고로 심 의원은 현재까지 거동이 불편하다.

그리고 새누리당에선 보기 드문 호남 출신 의원(전남 광주 태생)이다. 장애인과 호남이라는, 새누리당에선 다소 마이너한 스펙을 갖고 있는 심 의원은 이제껏 국회의원으로서 본인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자평했다.

- 본인이 보수 우파라는 평가에 동의하시나요. 정치를 하면서 어떤 철학이나 이념으로서 지향점이 있으신지요.

보수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저를 ‘합리적 온건보수’ 정도로 부르면 안 될까요. 그때그때 저의 주의나 주장, 신념에 비춰 판단하지는 않는 편인데, 그래도 사안마다 평소 제 철학이 투영돼 나와 보수적인 모습이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이죠. ‘나는 우파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아니에요. 저는 ‘이것이 옳은 길이다’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 행동합니다. 급진적인 것 보다는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냐는 부분을 따져봅니다. 국민보다 반보 정도 앞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60개 법안 발의

- 기록을 보니 지난 18대 국회에서 출석률 96%에 70여개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열성인데 정치인 심재철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몸이 불편한 모습에서 루즈벨트와 같은 거물 정치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평 들어보셨나요.

교통사고 이후 몸이 많이 불편해졌죠.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한 루즈벨트도 그렇고, 신체의 어려움이 결정적으로 장애 요건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겨내자는 다짐의 계기가 됐죠. 목표라면 우선 새누리당이 변신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당이 낡은 보수 이미지를 깨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최고위원으로 있는 동안 계속해서 그런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열심히 하는 것이죠. 잘못된 것 뜯어 고치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요.

- 16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통틀어 160여개의 법안을 발의하셨는데 가장 애정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이념과는 상관없는 법이에요. 공중화장실 법인데, 화장실에 가보면 여자들은 길게 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여자는 남자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남자 화장실보다 변기 수량 자체가 적어요.

그래서 변기 수량을 1대1로 맞추는 법안을 2000년에 내서 그 후 지어지는 화장실에 적용되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법이었죠.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bumsoo1@hotmail.com
정리·사진/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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