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망나니의 칼춤을 막는 길
핵 망나니의 칼춤을 막는 길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3.03.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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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북한은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통해 앞으로 짧은 시일 내에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핵무장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과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만 이 두 가지 무기 체계가 완전하게 연결된 상태는 아니었다.

북한의 핵폭탄은 아직 크고 무거워 미사일에 장착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3차 핵실험은 금명간 북한이 핵폭탄의 폭발력은 유지한 채 무게와 크기를 줄임으로써 미사일에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지금까지의 북핵 대응은 완벽한 실패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우리에게 더욱 심각한 안보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1,2차 핵실험과는 달리 북한이 진짜 핵무장 국가가 다 돼버렸다는 점에 있다. 이제부터 북한의 공갈과 협박은 실제 능력에 의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망나니가 휘두르는 칼이 ‘진짜 칼’일 때 우리의 대응 방안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휘두르는 칼은 이제 곧 진짜 칼이 되게 생겼다.

대한민국은 이제 북한의 핵위협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처해야 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들은 북핵에 대해 “단호히 불용”한다고 말해 왔다. 단호히 불용한다고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도 북한이 핵을 만들고 말았다.

1989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국제문제로 비화된 이후 2013년까지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사회는 ‘대화’ 와 적절한 ‘제재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 시킬 수 있다는 허망한 낙관주의에 근거한 정책을 채택해 왔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북핵을 그런 수단으로 결코 포기 시킬 수 없을 것임을 강력히 주장해왔지만 이러한 입장은 언제라도 ‘꼴통 보수들의 위험한 방안’이라고 비하돼 왔다.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던 그동안 대한민국의 위정자들로부터 “그렇다면 전쟁하자는 말이요?”라는 윽박지름을 당했다. 핵전략의 본질을 모르는 국민들은 현실이 두려운 나머지 말로 하자는 사람들의 입장에 동조했고 결국 오늘의 상황이 도래됐다. 이 나라 위정자들은 아직도 북핵을 “단호히 불용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솔직히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지는 않고 있다.

핵보유국의 핵보유를 막겠다는 비논리

북한의 핵보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을 이미 핵무장 국가(Nuclear Armed State)라고 정의한다. 이미 핵무장한 북한의 핵보유를 막겠다는 발상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6자회담의 목표가 북한의 핵보유를 막는 것이었다. 앞으로 6자회담을 재개한다면 6자회담의 목표는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북한의 핵보유를 결단코 불용한다는 말은 이미 가지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를 빼앗겠다는 말인데 비핵국가 북한이 핵을 만드는 것도 막지 못한 국가와 사람들이 “이미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핵을 빼앗을 수 있다”는 논법이 어떻게 가능할까?

필자는 미어샤이머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북한을 핵무기가 있는 나라라고 인정한다. 다만 아직 핵무기를 무기답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지금 이 순간 북한의 핵무기가 당장 실전에 사용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는 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진짜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는데 그날이 오면 우리는 북한과 전쟁한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이 자신의 존재가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핵무기가 있는데도 이것을 사용하지 않고 항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북한은 한국을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무기밖에 없던 북한에 대해서도 확전(擴戰)이 두려워 쩔쩔 맸던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는 솔직히 강력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 다 죽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안을 내놓았으며 한국은 이에 적극 동참했다. 물론 북한은 이미 공언한 대로 한국을 향한 도발을 단행할 것이다. 이때 대한민국이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당시와 같은 미지근한 수준으로 반응한다면 북한은 곧 4차 핵실험을 준비할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도발 원점 타격 이상 수준으로 강력한 응징 보복을 가할 경우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다.

핵무장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 개발 과정을 정지 혹은 되돌이키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일체의 경제 지원을 중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 체제를 ‘연명’ 시키는 조치를 스스로 중지할 각오를 할 때라야 비로소 북한 당국은 한국의 단호한 의지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핵을 가진 소련이 스스로 붕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련이 해코지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국가들이 소련 못지않게 막강하게 핵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하고 한국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망할 지경에 놓일 때 북한은 강도처럼 한국을 위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붕괴 시키기 위해 우선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핵공격까지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대한민국이 레이건 대통령처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몰락의 위기에 처한 북한의 공갈을 받아칠 수 있을 정도의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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