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 시작한 전교조
‘피해자 코스프레’ 시작한 전교조
  • 이원우
  • 승인 2013.03.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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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4주년 맞아 투쟁정신 더욱 강조 … ‘교육’은 이미 증발


“저는, 박근혜는 대통령으로 나서서도 안 되고 더구나 당선되면 안 된다. 그랬었습니다. 왜냐. 나는 박정희가 유신독재 한 것을 온몸으로 때려 부수자! 그러면서 살아왔던 사람이거든요.

(…) 젊은이 여러분 이거 어떻게 된 거요? 80이 넘은 할아버지가 또 다시 이런 자리에 나서서 목청을 높여야 됩니까, 이거? (청중: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소.

여러분들 이제 박근혜 치하 몇 년 동안은 고생 좀 할 겁니다. (…) 어떡하면 이길까요? 이 말 한 마디만 하고 내가 이 자리서 물러날까 합니다. 여러분. 사는 주소지를 바꾸쇼.

근무처도 무슨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로 하지 말고 ‘감옥’으로 바꾸라 이 말이요. (일동 박수) 1만 명, 아니 3만 명이 감옥에 갈 준비하면, 박근혜 없애버린다! 몽땅 감옥 갈 생각을 하면 이긴다고 나는 단언을 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24주년을 맞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13 출범식 행사장에서 진행된 연설의 일부다. 연설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초등학교 이외의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2000년 5월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임용된 이력 정도를 제외하면 교육계와는 명시적인 접점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백기완이 전교조 기념행사장에 나와 ‘박근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설한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맥락 한 가지만으로도 전교조의 이념적 좌표와 현재 상황, 미래의 지향점이 그대로 표상된다는 사실이다.

법외노조 문제에 ‘투쟁’으로 대응

백기완은 연설 말미에 ‘서덜’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불티, 불씨를 지칭하는 고유어인 이 단어에 대해 백기완은 “짓밟힐수록 불씨가 된다는 말”이라며 전교조와 서덜을 동일시했다. 이 맥락에서의 짓밟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법외노조로 몰겠다고 전교조를? 웃기지 말라 그래. 전교조는 짓밟힐수록 우리말로 서덜이 되는 거요.”

전교조는 해직 교원도 조합원 자격이 될 수 있는 규약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해직자들이 요직을 점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이미 2010년 3월 30일 전교조에 노조규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2009년 같은 사안으로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는 법외노조화 된 바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노동부의 명령에 반발, 노조규약 시정명령 청구소송을 걸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11월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2012년 9월 17일에 노동부는 다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전교조는 이행하지 않았다. 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피해자로 묘사하며 이 문제를 투쟁의 소재로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창립 24주년, 합법화 14년을 맞은 전교조가 지난 19일 2013 출범식을 거행한 것은 결국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새로운 투쟁에서 찾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같은 날 전교조는 ‘10만 교원 입법청원운동’ 시작과 촛불집회 등의 투쟁을 이어갈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교원노조가입 대상자를 현직 교원 외에 해고자나 퇴직자, 구직자, 교원 자격증 소지자로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26일에는 민주노총 공공부문과 공동투쟁본부를 발족할 예정이기도 하다. 기존의 법에 전교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교조에 맞게 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정부 입장 흐릿해져

노동법과 노동부‧행정법원의 판단을 짓밟은 전교조가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투쟁노선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반(反) 전교조 움직임은 물론 존재한다.

특히 보수 성향 7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연합해 출범한 ‘전교조추방 범국민운동’은 똑같은 3월 19일에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에 전교조 무력화를 호소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교조에 고발당해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전교조의 실체를 알려도 판사들은 그동안 전교조의 손만 들어줬다”고 밝히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정치나 이념으로부터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사법부가 전교조를 무력화 할 때까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의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들이 대법원장의 중립성과 사법부의 결단을 언급한 데에는 일련의 맥락이 있다. 지난 2월말 전교조 법외노조화 추진의사를 밝혔던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장관 교체와 함께 다소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3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를 ‘사회적으로 큰 무게감을 가진 중요한 단체’로 규정했다.

같은 자리에서 방 장관은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에 대해서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현행법에 위반되는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고용부가 단독으로 하긴 어렵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서 지난 2월말의 법외노조화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장년고용 및 연금제도 등 고용전문가로서 활동해 온 방 장관은 이미 정치적인 사안이 되어버린 전교조 문제에 대해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직자 신분의 주요 인사들이 NL와 PD로 뒤얽혀 복잡한 권력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에게 법외노조화는 단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주요사안이다. 바꿔 말하면 교실에서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을 참교육으로 호도한다는 비판을 받는 전교조의 이념 활동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 구성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거대조직인 전교조에 메스를 대는 민감한 사안은 기대만큼 빠르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교육을 명분으로 내건 전교조가 법 밖에서 대통령을 없애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명해도 노동부 장관은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일련의 진행상황은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안에 의미 있는 진전을 성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反) 전교조 측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전교조는 제반 위기를 내부갈등 봉합의 계기로 활용하며 투쟁의 강도를 매섭게 올리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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