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좌초, 어찌하오리까?
용산 재개발 좌초, 어찌하오리까?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4.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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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지’로 손꼽혔던 한남뉴타운과 동부이촌동의 운명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부도’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30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사업으로 꼽혔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시작 6년 만에 결국 최종 부도를 맞이했다. 이번 부도는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3월 13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의 납부에 실패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확정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용산 전자상가와 서부이촌동에 근접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51만5483㎡에 23개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등 최첨단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현재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로는 각종 공공기관 및 대기업들이 밀집한 광화문 및 을지로 일대를 비롯해 국회 및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 IT기업들과 외국계 기업들이 주로 위치한 강남권이 있다.

만약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이들 3대 업무지구에 추가로 ‘4대 업무지구’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을 것이다. 여기에 국제 업무지구에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던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한강을 남향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경쟁력으로 인해 압구정-반포 등 강남권 1급 주거지에 버금가는 가치를 누렸을 수도 있다.

단기적 악재, 장기적으론 수급 불균형 초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무산은 이미 서울 부동산 매매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114’가 3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에 비해 0.03%p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4주간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역별로는 개발 부도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용산구가 0.12%p 하락했고 영등포(-0.11%), 마포(-0.10%), 구로(-0.09%), 금천(-0.08%), 중랑(-0.08%) 등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특히 용산구에서는 동부이촌동 대우아파트와 한강맨션의 호가가 2천만원 하락했다. 용산 개발에 따른 수혜지로 거론됐던 여의도의 진주, 삼익, 은하아파트 역시 호가가 1500만~3000만원 내렸다.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와 강남구만 각각 0.06%p, 0.04%p 상승했다.

이번 사태가 신속하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매매시장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서부이촌동 아파트 보유자들을 비롯해 용산개발사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에 보유했던 타 지역 아파트들 및 업무용 부동산들을 대거 처분할 경우 공급물량 폭주로 인해 매매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를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용산개발로 인해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될 예정이던 업무시설 및 주상복합 아파트들의 공급이 무산되면서 몇 년 후 서울지역 부동산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환점 맞은 한남뉴타운과 동부이촌동

이번 사태는 서울지역 뉴타운 중 가장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아 온 한남뉴타운에도 대형 악재다. 만약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한남뉴타운의 가치는 급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거형 부동산의 가치가 △ 대중교통 등 입지 △ 주변 편의시설 △ 주요 업무지구로의 근접성 △ 학군 등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건설은 바로 옆에 위치한 용산구 한남동에 이 네 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선사할 수 있는 호재였기 때문이다.

우선 한남동은 광화문-여의도-강남 등 기존 3대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모두 탁월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건설되면 쇼핑센터와 문화시설이 입주하면서 편의시설까지 확보된다.

여기에 한남뉴타운의 기존 계획대로 1만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단지 내부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확보되면서 학군 문제까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남뉴타운 조합원들에겐 이번 사태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들이 밀집한 동부이촌동도 큰 악재를 만난 건 마찬가지다. 동부이촌동의 한강맨션, 왕궁, 반도, 삼익아파트 등은 1970년대에 건설됐으며 현재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용산지역의 최대 호재였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설이 무산되면서 재건축 진행을 위한 동력이 약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남뉴타운과 동부이촌동은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없더라도 이미 탁월한 주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1만세대 이상의 대단지로 재개발될 경우 강남에 버금가는 학군을 가지게 되며 신분당선 보광역이 예정대로 건설될 경우 서울에서 교통이 가장 좋은 지역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부이촌동 역시 한강변이라는 기존의 강점에 인근 여의도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국제업무지구라는 호재가 없더라도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주거지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코레일은 시공권 반납 및 건설출자사 시공지분(20%) 포기 등을 통한 용산개발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고, 건설출자사(CI)들과 재무적 투자자(FI) 등 민간출자사들은 3월 20일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동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교착상태에 빠진 용산개발이 재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레일은 21일까지 출자사들의 의견을 받은 뒤 코레일 이사회를 거쳐 4월 1일 민간출자사들의 최종 확약서를 토대로 새 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에 긴급자금 2600억원을 지원하고 2조4000여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에 필요한 반환 확약을 제공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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