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소수민족 끌어안기 나서
美 공화당, 소수민족 끌어안기 나서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4.04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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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랜드 폴 연방 상원의원(켄터키)이 지난 19일 불법이민자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주자고 발언하면서 파장이 크다.

공화당 내에서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 파티(Tea Party)의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폴 의원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불법이민자들의 합법화를 수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라티노상공회의소 모임에서 “그들(불법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위한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상원의원 선거 당시만해도 그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하고 헬리콥터 시설을 만들어 국경을 강화해 불법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불법이민자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주는 것은 ‘사면’이라며 반대했다.

미국 내 1100만명의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폴 의원의 입장 전환은 전날 발표된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2012년 대선 패배 분석 보고서와 내용이 상통한다.

공화당전국위원회는 지난 18일 대선 패배 후 지금까지 4개월 동안 패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100페이지 분량의 ‘성장과 기회 프로젝트’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이 대선에서 패한 주된 요인은 여성과 소수계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표심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수계 공략 시작한 공화당

이를 위해 향후 1000만 달러를 들여 흑인, 라티노, 아시안 커뮤니티에 공화당 전략가들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수계에 다가설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공화당은 국경강화 뿐 아니라 불법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신분을 주는 포괄적 이민개혁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평가처럼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것은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 여성 등 이른바 ‘오바마 연합’의 표를 잃었기 때문인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당시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10%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들 중 71%가 오바마를 지지했고 전체 유권자의 4%를 차지하는 아시안계는 73%가 오바마를 찍었다. 이들의 표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룬 9~10개의 경합주들을 오바마가 싹쓸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화당이 소수계로부터 외면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은 반(反)이민 정당’이라는 히스패닉과 아시안계 사람들의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대표적인 예가 불법이민자에 대한 입장이다.

롬니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갖도록 하는 조치는 그들의 불법을 용인하는 ‘사면’이라며 불법이민자들은 스스로 미국을 떠나라고 했다.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태도 변화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한 일부 주에서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채택했고 부모를 따라 어려서 미국에 왔지만 부모가 불법이민자가 되면서 같이 불법이민자가 된 젊은이들을 구제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있도록 하자는 ‘드림(DREAM) 법안’을 공화당은 반대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런 젊은이들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고 미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를 발동,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을 구제했고 일부 주의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를 월권행위라며 비판했다.

공화당은 이런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불법이민자들을 합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의 린지 그래함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1월 존 매케인, 마르코 루비오 등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 및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함께 불법이민자들을 합법화하자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나는 2012년 선거가 (공화당의) 정신을 차리게 하는 자명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국 내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을 영주권을 받는 데 10년, 그후 시민권을 받는 데 3년 등 총 13년이 걸리도록 하는 이민개혁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불법이민자들을 합법화하는 것은 불법을 보상하는 ‘사면’이라며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는 잊어버려라.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하는 것을 잊고 원칙을 지켜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공화당 내 원칙주의자들의 반발로 현재 공화당은 불법이민자들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서 공화당은 결국 불법이민자들를 합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이 시민권까지 얻는 것은 안 되지만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선에서는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 공화당 내에서 설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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