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어나니머스"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어나니머스"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4.0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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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4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10위 -

- 자유 지향인가, 허세 지향인가.

- “우리는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1만5000개의 회원 기록을 확보했다. 당신들(북한)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시 우리는 기록들을 삭제하고, 북한 정부도 날려버리겠다. ①핵무기에 대한 야망 포기 ②김정은 사임 ③자유 민주주의 도입 ④자유로운 인터넷 사용.”

- 자신들을 ‘어나니머스(Anonymous)’라고 지칭한 일군의 집단이 지난 2일 북한에 보낸 메시지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이미 고려항공, 내나라,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5개의 북한 사이트를 대상으로 수차례 디도스 공격(DDos)을 했다고 밝히며 세를 과시했다.

- 어나니머스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국제 해킹 집단이라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 부분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어나니머스라는 명칭은 4chan(www.4chan.org)이라고 하는, 한국으로 따지면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 오늘의유머 쯤에 해당하는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태동된 것이다.

- 아무런 닉네임도 설정하지 않고 글을 남기면 글쓴이 란이 anonymous로 표기되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러니 어나니머스는 국제 해커 집단의 이름이라기보다는 4chan 이용자들을 지칭하는 느슨한 집합명사로 보는 편이 온당하다. 다만 그 중에 해킹이 가능한 몇 사람의 유저가 존재하는 것뿐이다.

- 이들이 지금까지 감행한 북한에 대한 공격이 얼마나 파괴력 있는 것인지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우리민족끼리’의 서버는 중국 연길 지방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거기서 1만5천여 명의 정보를 빼냈다한들 북한에서 치명타로 느낄만한 공격이었을지 의문스럽다. 디도스라는 공격수단도 그저 인해전술에 불과한 것인 바 어나니머스의 뛰어난 능력을 상징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 결국 어나니머스가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부분은 북한 정부를 향해 성명서를 냈다는 것 정도다. 북한문제 당사자인 한국의 국회가 북한인권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맥락을 감안할 때 일면 가상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짓 평화의 명분으로 북한 정권을 편들기에 바쁜 어떤 한국인들보다 훨씬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이들이 뒤이어 곧바로 미국 정부를 비난하며 “미국 정부도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의 위협이기에 우리의 또 다른 공격 목표”라고 밝힌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IMF와 FBI 등을 공격해온 이들의 활동은 어나니머스들이 그저 정의의 사도를 흉내 내고 싶을 뿐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벗겨내면 그 안엔 그저 과잉된 자의식이 웅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오늘 이들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어나니머스’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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