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를 지휘한 9명의 대통령 이야기
한국의 경제를 지휘한 9명의 대통령 이야기
  • 이원우
  • 승인 2013.04.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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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著 <대통령의 경제학>, 기파랑 刊, 2012
 

“이 책은 심각한 역사책도 아니고, 복잡한 경제학 책도 아니다.”

중앙일보 기자, 하이트맥주 CEO를 거쳐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대통령의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장규 교수가 2012년 10월 출간한 이 책의 첫 문장이다.

하지만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9명의 역대 대통령을 중심에 놓고 그들의 경제정책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이 책은 한 권의 역사서인 동시에 경제학 서적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사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밝힌다는 점과 9명의 개성을 각각 구분해서 밝히고 있다는 점은 강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분이다. 한 권의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딱딱한 경제정책이 대통령 개인의 인성이나 우연적인 요소에 의하여 크게 변모하는 과정을 착실히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대미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승만의 능숙한 영어실력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육군 소장 출신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에도 보안사령관 시절에 과외로 했던 경제공부가 우연히 큰 효력을 발휘한 케이스다.

경제에 문외한이었지만 학습 소화능력이 뛰어났던 전두환이 경제과학심의회 상임위원이던 박봉환을 스승으로 만난 것은 결국 전두환 정권의 경제정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

‘히틀러보다 더 나쁜 놈이 인플레이션’이라고 가르쳤던 박봉환과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주의자(libertarian)로 꼽히는 김재익을 만남으로써 전두환 시대의 경제는 40년의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학교 1년 선배라는 점에서 ‘친박’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장규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반미(反美) 좀 하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라는 특단의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 노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의 발언 자료와 함께 제시되며 흥미롭게 그려진다.

65년의 방대한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치밀한 자료수집 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가독성 높은 문장들이다. 저자의 31년 저널리스트 활동을 보증하듯 복잡한 내용도 최대한 쉽게 서술하는 미덕이 책 전반에 드러나 교양서적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담고 있다.

해방 후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각권으로 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한 이장규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한 방’에 해결할 대통령은 없다고 단언한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데다 사회통합을 막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61점짜리 대통령만 나와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통분담 없이는 안 된다”고 토로하는 지도자임을 강조한 그는 ‘경제를 살릴 정치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말로 새 시대의 ‘대통령 경제학’에 힌트를 던지고 있다.
 

* 20자평: 역사책도 경제책도 아니나, 동시에 그 모든 것인 책.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①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 (김정호) ②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김병준) ③ 대통령의 경제학 (허버트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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