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COI 설치는 쾌거이자 새로운 시작
북한 COI 설치는 쾌거이자 새로운 시작
  • 미래한국
  • 승인 2013.04.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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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시민연합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

지난 3월 21일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이 확정됐다. 인권이사회에 모인 47개국은 COI 설립 결의안에 투표 없이 합의(consensus)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수많은 북한인권 활동가들이 환호했다.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부터 유엔은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고 2004년에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러한 외침은 북한정권에 마이동풍이었다.

그렇다면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을 만나 COI 설립의 의미와 이를 위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활동을 물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브라질 인권단체인 코넥타스와 함께 COI 설립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 현 시점에서 COI 설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COI는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모여서 활동하는 위원회입니다. 해당 나라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이 있을 경우 이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됩니다.

COI가 설치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COI는 대부분의 국가가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이를 조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인권 침해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도 가능

-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인권보고관이 활동해도 북한정권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과연 COI는 북한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실 2004년 보고관이 처음 임명된 후 2006년부터 북한 내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북송된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2004년 후에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증거도 좀 있습니다. 외부로 나갈 때 ‘인권침해 당한 것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으니 이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이 화를 내고 거부했지만 내부에서는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마당도 어느 정도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죽고 정권이 바뀌면서 인권상태는 더 악화됐습니다. COI 보고서가 나오면 북한도 이를 읽고 분명히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국가의 많은 외교관들은 다르푸르(수단)나 시리아 사태를 더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북한의 상황을 볼 수 없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조사위원회가 생겼으므로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국제사회에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 것입니다. 최근 북한문제는 핵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인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 COI가 설치되더라도 북한 내에서 조사를 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어떤 식으로 조사가 이뤄지나요? 북한인권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특별보고관이 하듯이 외부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탈북자 증언 청취와 NGO 면담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미 많은 북한인권침해사례 조사가 축적돼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조사위원에게 전달해줘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각국 정부, 유엔 기관이 힘을 합해 조사해야 합니다.

이들은 균형이 결여된 증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과 국내 보수성향 NGO들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증거를 종합하는 것입니다. 북한과 교류가 있던 국내의 진보단체나 중국에서 정보를 주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인권 유린 조사인 만큼 피해자의 증언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 교류단체나 북한에 있는 의사, 기자, UN기관(UNDP, WFP) 등이 이런 증언을 확증하면(corroborate evidence) 더 좋습니다. 이밖에도 위성사진을 정밀 판독해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북한 COI는 북한인권 유린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항목을 지적해 주신다면?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납치와 정치범수용소 문제입니다. 반인도적 범죄는 학살 및 정치적, 종교적 박해(persecution)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납치행위 또한 체계적으로 한국전쟁 시절부터 이뤄지고 있는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가장 증거가 확실하고 심각한 부분부터 집중한다는 입장입니다.

 

- 조사 결과 ‘반인도적 범죄’라고 확정되면 어떤 효력을 가지게 되나요?

그때의 정치 환경을 봐야 합니다. 원래 조사보고서가 나오면 인권이사회가 투표로 결론을 채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안보리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에 중국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지 않는 입장이라면 ICC 회부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ICC가 조사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김정은 또는 다른 인권유린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되죠. 수단에서는 알 바시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이 청구됐는데 체포하지는 못했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상황이 되면 체포도 가능할 겁니다. 실제로 ICC는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前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체포했고 50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설령 김정은과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즉각 체포하지 못하더라도 한반도가 통일되고 나서 조사결과가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지금 ‘과도기의 정의(transitional justice)’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데 공산독재 정권에서 인권 탄압에 앞장선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통일 후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될 것입니다.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를 사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국내 정치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이슈입니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결론을 내려 주면 통일한국 정부에도 부담이 덜 갈 겁니다. 국제사회가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죠.

증언자 발굴과 조사전문가 추천이 중요

- COI의 활동기간이 1년입니다. 현재 집중해야 할 활동은 무엇입니까?

우선 조사관으로 좋은 전문가들을 추천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다른 단체들이 유명한 전문가들을 추천해줄 수 있습니다. 조사관 3명 중 2명은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집중하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NGO들이 모여서 도움을 줘야 합니다.

북한 내에 들어가지는 못하니까 외부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증언자 발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전문가를 추천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조사위원회에 소속된 조사관 외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폴란드와 체코는 과거에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공산범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 국내외 여러 북한인권단체들이 COI 설립을 목표로 노력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저희는 2002년부터 유엔 제네바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로비활동도 하고 외교관들도 만났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004년에 제네바에 처음 갔습니다.

당시에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증거나 보고서가 있는지 다른 국가 외교관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5분 발표만 듣고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수년간 제네바에 가서 보고서 제출과 브리핑을 계속했어요. 여러 나라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COI 설립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작년 12월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 만났는데 그것이 COI 설립에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국내 북한인권NGO와 북한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난 것입니다.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북한인권성명서를 발표하면서 COI 설립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처음엔 EU나 일본조차 COI 설립에 반대했습니다. 특별보고관이 있으니 그걸로 됐다는 논리였죠. 지금은 상황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유엔 최고대표를 면담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북한인권운동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1999년부터 폴란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고 2003년 10월 폴란드 헬싱키인권재단에서 북한인권 관련 일을 시작했습니다. 헬싱키인권재단은 과거 공산독재 당시 지하에서 반정부운동을 하던 변호사와 의사들이 설립했습니다.

마침 2004년 2월 헬싱키재단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공동주관한 것을 계기로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윤현 이사장님이 저를 초청했고 2004년 6월부터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북지원 주장하는 사람들 북한인권 관심은 적어

-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하면서 느끼신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보편적인 문제인 북한인권 이슈를 두고 좌우로 나뉜 것을 보고 한국사회의 분열상을 실감합니다. 특히 진보단체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감싸려고 하는 모습에 쇼크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외국에서 처음 온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면 큰 충격을 받습니다. 왜 인권 문제인데도 이러는지, 왜 저렇게 침묵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죠.

그럼에도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인권 개선입니다. 좌우 논쟁에 신경을 쓰지 않고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지금 제 심정입니다.

또 한가지 느낀 문제는 ‘무관심’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심 보이는 사람들도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상황과 탈북의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북한에 대해 알려주지 않습니다.

작년에 국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읽은 후 북한 상황을 배우고, 북한 아동의 권리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200개가 넘는 그림을 받았는데, 그림 뒤에 학생들이 남긴 글들을 보니 ‘북한 실상이 이런 줄 처음 알았다’는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외국 NGO들은 주로 개인의 지원을 받아서 활동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다릅니다. NGO들에 대한 기부문화가 확산되지 않아 활동이 쉽지 않습니다. 북한인권 단체들은 재정지원이 있어야 활동이 가능한데 우리는 후원회원이 300명도 안 돼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부문화의 정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저희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북한인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가능하시다면 저희가 탈북자 구출 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하고 있는 텀블러를 구입해 주십시오. (웃음)

-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란?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내 특별조사위원회이다. 현 마르주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을 포함해 총 3명의 조사관이 1년간 활동한다.

COI는 북한인권 유린을 9가지 유형(식량권, 수용소 내 인권,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 자의적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생명권, 이동의 자유, 타국민 납치와 강제 실종)으로 명시했다.

이러한 북한인권 유린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실시된다. 유엔은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위해 재정적, 인적 지원을 한다.

인터뷰 / 전해솔 기자 nkrefugee@naver.com
사   진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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